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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이제 우리는 무슨 밭에서 구를 준비를 하고 있나

[단계적 일상회복 연속 기고] ②사회문화

2021.11.05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사회문화분과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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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사회문화분과 민간위원)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일상회복지원위원회 사회문화분과 민간위원)

◆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

생명의 가치를, 삶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일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약간 삐딱한 눈으로 보자면, 어떻게 살던 어떤 모습이건 살아 남기만 하면 된다는 생존 만능주의 처럼 해석될 여지도 있다.

생존을 조금 확대해보면, 매슬로우(Maslow)의 욕구 5단계이론에서 제안하듯이 안전이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와 관련된 의식주와 같은 물질적 욕구까지 포함할 수 있겠다.

이런 하위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어야만 소속, 존경, 자아실현과 같은 상위의 욕구가 발현된다는 매슬로우의 위계적 주장에 결코 동의하지 않지만, 그런 일반적인 상대적 경향을 100% 부인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는 지난 70년 동안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사회경제발전을 이룩하며 드디어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의료기술과 혜택, 평균수명, 국민소득, 소비수준, 의식주 등 생존과 관련된 거의 모든 측면에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충족된 수준에 왔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이런 생존의 측면에서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능력은 이번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모습에서 다시 여실히 증명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대응능력, 확진자 관리와 선제적 검사체계, IT기술력 등을 이용한 사회적 모니터링 시스템, 국민 수준의 자발적·비자발적 협조 등에서 우리 사회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성공적으로 통제해왔다.

이런 효율적인 통제는 범국민적인 명시적 또는 암묵적 합의가 없었다면 진행되기 어려운 것이었고, 다른 선진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그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그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뤘다.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역광장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에 합의한 것일까? 어찌보면 생존이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에, 생존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희생될 수 있다는 것에 합의한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든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간단한 진리를 전제로 한다면, 우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이룬 모든 것들 딱 그만큼의 무언가를 잃었을 것이다.

산업계의 손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 문화예술공연 및 관광업계의 붕괴 등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물질적 피해는 이루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식 속에서 생존에 짓눌려 버린 다른 다양한 가치들일 수 있다.

◆ 일상회복의 기준은?

이제 백신접종이 진행되면서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는 시점이 다가올 것으로 기대되고, 우리는 ‘일상회복’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별생각없는 과거로의 회귀처럼 들릴 때가 많다. 대부분의 얘기가 몇 명까지 허용할 것인가, 몇 시까지 확대할 것이냐, 무엇까지 하게 해줄 것인가 등에 집중되어 있다.

당연히 그 기준점은 코로나 이전 우리의 모습이다. 말은 대부분 더 나은 일상을 외치지만, 일상회복의 방향과 기준은 항상 과거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습결손’이라는 표현이다. 코로나 이전의 우리의 교육이 그렇게 좋아서 반드시 돌아가야만 하는 모습이었나? 우리의 청소년들의 교육량이 너무 많고 지나친 시간을 학업에 보내고 있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OECD 국가들 중에 학업스트레스 1위, 한 조사에서 청소년이 죽고싶다는 생각이 든 가장 큰 이유도 학업부담이었다. 평균 수면시간은 OECD 평균보다 1시간 이상 짧고, 그 첫번째 이유도 학업이었다.

이러니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OECD에서 꼴찌일 수 밖에 없다. 어떤 적정수준이 있는데 그것보다 부족하게 되면 결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적정수준을 훨씬 초과해서 모두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줄어들었다고 결손이라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런 인식이 바로 아무 생각없이 과거를 기준으로 한 착각인 것이다. 학생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도 않고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교육을 모두에게 억지로 시키며, 학교의 책상과 의자에 강제로 잡아두고 70%가 넘는 대학진학률을 만들어내는 것이 비정상이었다.

어찌보면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에게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선택권을 준 것이고 그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생존에 최적화되어 있는 부모와 사회는 그들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학습결손이란 얘기를 하는 것이다.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능실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능실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제 우리는 일부러라도 강하게 선언해야 한다. 과거로의 회귀는 없다고. 우리의 기준점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의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 그렇게 선언하고 굳게 결심해도 어차피 90% 이상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그리 창의적이지 않고, 더구나 엄청난 일관성의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범위 내에서 생각이 떠오르고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옳다고 느껴진다.

어찌보면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인생에 다시 오지않을 기회를 주었을지 모른다. 그 과거의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마치 코로나 이전에 대학에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온라인 교육을 권장했는데도 온라인 강의가 1% 남짓 이었지만,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진행된 것처럼.

과거에 절대 할 수 없다고 느꼈던 것들을 그냥 하게 만들었고, 우리는 이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이라는 선택권을 가지게 되었다. 각종 혁신에 대한 심리적 저항을 한 순간에 없애줬다.

역설적으로 팬데믹에서 우리를 살아남게 해주었던 한국인의 생존본능을 버릴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활용해야 한다.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인식 하에, 일과 야근에 치어 살던 삶과 입시와 사교육에 매달려 살던 모습, 먹고 마시고 정신을 잃는 회식과 쾌락 등에서 강제로 벗어나 본 소중한 경험을 했다.

이제는 그 선택권을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 생존을 넘어 우리가 추구할 가치, 문화, 의미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똥밭을 굴러도 좋다는 각오로 살아남았으니, 이제 더 좋은 밭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모두, 개개인, 사회, 국가차원에서의 백신을 넘어 백서가 필요하다. 단순히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했느냐가 아닌, 팬데믹 이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우리가 가지게 된 미래의 선택에 대한 백서를 모두 각각 진지하게 작성하고 고민봐야 한다.

이제 우리는 무슨 밭에서 구를 준비를 하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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