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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최강국 도약

“체코 원전, 지금은 약혼 단계…결혼식 위해 준비 철저히 할 것”

[체코 원전 숨은 일꾼] ② 한국수력원자력 체코사업부장 김영훈 씨

“쟁쟁한 경쟁업체 있었지만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경쟁력 높게 봐”

“최종 계약 체결 이어 추가 2기 수주에도 좋은 결과 이어지도록 최선”

2024.08.13 정책브리핑 황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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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이번 24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 전(戰)에서 우리나라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까지 ‘팀코리아’로 똘똘뭉친 숨은 일꾼들의 활약이 컸다. 정책브리핑은 그들의 땀과 노력으로 일궈낸 역사적 순간을 당사자들을 만나 직접 들어보았다.

“약혼식까지 잘 마친 셈이죠. 이제 내년 3월 결혼식까지 예식장도 잡고, 혼수용품도 고르고, 준비를 철저히 하려고 합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김영훈(46) 체코사업부장은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약혼식에 빗대 설명해 줬다. 최종 수주(결혼식) 때까지 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Team Korea)’가 지난 7월 17일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부지에 대형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체코 역사상 최대 규모 투자 프로젝트로 이번에 선정된 두코바니 2기 건설 총 예상 사업비만도 24조 원 규모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이자, 상업용 원전을 최초로 건설한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뉴스1,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뉴스1,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팀코리아’의 주축인 한수원 체코사업부는 선정 과정에서 관제탑 같은 역할을 했다.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연료, 한전KPS 등 ‘팀코리아’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업들과 함께 쾌거를 이뤄냈다. 

김 부장은 이 기나긴 여정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체코사업부로 발령받은 게 지난 2017년 1월이니, 무려 8년 간의 기나긴 연애 기간이었던 셈이다.

한 발 한 발, 차근차근 다가갔다. 현지 네트워킹, 발주사 대응, 입찰 제안서 종합 등 손길이 가지 않은 곳이 없다. 체코 원전 관련한 출장 횟수를 세보니 무려 23차례나 됐다. 

장거리 연애를 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마침, 코로나19 기간까지 겹쳤다. 체코까지의 직항로가 없어지고, 검역이 강화되다 보니, 출장 한 번 다녀오면 진을 다 뺐다. 편도로만 하루 24시간을 꼬박 채웠다. 

애초 1기 건설로 시작된 사업 규모가 올해 초 4기까지 확대되면서 경쟁업체가 구애에 더 총력을 기울이진 않을까 우려가 됐지만 결국 체코 정부는 우리 대한민국 ‘팀코리아’의 손을 들었다. 모든 조건을 고려한 결과, 우리나라 원전 기술의 경쟁력을 높게 봤다는 방증이다. 무려 24조 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프로젝트니 두 말이 필요 없다.

내년 3월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계약이 성사되면) 2029년 공사를 시작해, 2036년부터 시험 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결혼식이 그렇듯, 그 전후 과정에 많은 우여곡절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아들딸 잘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하는 게 김 부장의 지금 바람이다.

김영훈 부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영훈 부장.

다음은 김영훈 부장과의 일문일답

◆ 한국이 유럽 원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2017년 1월부터 한수원 체코사업부에서 근무 중이라고 들었는데, 실무자로서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대한 소감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현지 방송 생중계를 팀원들과 함께 봤다. ‘팀코리아’가 호명되는 순간, 두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갔다. 32강, 16강, 8강을 거쳐 마지막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기분이었다고 할까. 

마침내 해냈다는 생각에 감격에 겨웠다. 2016년 공공기관 기능 조정에 따라 한수원에 원전 수출 기능이 부여되고 최초로 추진하게 된 체코 사업이 8년 만에 결실을 보게 돼 개인적으로 매우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 한수원으로서도 원전 첫 수출 쾌거다.

체코 현지에서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체코 현지에서 체코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 일단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건데, 최종 계약까지 무난하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9부 능선을 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 이미 최종 계약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와 동시에 협상 대응 TF를 출범시켰고, 계약 후 추진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도 별도 조직을 발족해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24일 발주사와 협상 착수 회의를 개최하고 분야별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협상 과정에도 최선을 다해, 내년 3월 최종 계약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 이번 체코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총 4기의 원전을 건설한다고 하는데, 남은 2기 수주를 위해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체코 정부의 이번 발표로 한수원은 원전 2기 건설계약에 대한 우선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이후 체코 정부에서 추가 2기 건설을 결정하게 된다면, 추가 2기에 대해서도 협상 과정을 거쳐 한수원에 우선권을 주게 될 것이다. 추가 2기 수주를 더 한다면 그 예상사업비 규모는 총 48조 원에 달하게 된다.

추가 2기는 내년 3월 체결하는 첫 번째 2기 계약에 대한 옵션 형태가 될 예정으로, 체코측이 추가 2기를 건설하기로 결정하는 경우 별도의 수주 활동 필요 없이 우선협상권을 갖게 된다. 첫 2기에 대한 계약 협상과 이행 과정에서 발주사에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추가 2기 수주에도 좋은 결과로 연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2024년 체코 글로벌 봉사활동을 시행하고 있는 한수원.(사진=한수원 제공)
2024년 체코 글로벌 봉사활동을 시행하고 있는 한수원.(사진=한수원 제공)

◆ 이번에 수출하는 노형은 국내 최신 원전인 APR1400과 다른 APR1000이라고 들었다. 둘의 차이점을 간단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지? 

APR1000 노형은 발전기 출력 기준으로 1000MW 규모다. 1400MW 규모인 APR1400에 비해 출력이 400MW 적다. 체코의 경우, 바다가 없어 강물을 활용해 냉각수를 공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무한정인 바닷물과 달리 유한정이고, 기존 가동되고 있는 원전 여섯 기에도 쓰이다 보니, 입찰요건에 1200MW 이하 원전을 제안하라는 주문이 있었다. 그 요건에 맞춰 APR1000 노형으로 입찰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한수원은 APR1000 노형에 대한 유럽 내 건설성과 인허가성을 확보하기 위해 2023년에 유럽사업자요건 인증을 취득했는데, 이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프랑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비결로 한국 원전의 ‘적기 준공’이 크게 작용했다고 들었다. 공기 지연 없이 적기에 준공할 수 있는 한국 원전의 비결과 그 외에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장점으로 작용한 부분들이 있다면 알려달라.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측면에서 원전을 적기에 건설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50여 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원전을 건설해 온 한국의 뛰어난 건설 역량과 그것을 증명한 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인 사업 이행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정부의 강력한 지원, 그리고 다른 경쟁사와 차별화되었던 원전 예정 지역과의 소통과 협력 등이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한수원이 후원하고 있는 체코 현지 아이스하키팀 방문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한수원이 후원하고 있는 체코 현지 아이스하키팀 방문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 말씀 주신 것처럼 지난 8년간 지역과의 소통을 위해 지속적인 현지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들었다. 어떤 활동들을 펼쳤으며 현지인들의 반응과 호응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보육원,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돌봄과 지원부터, 지역의 노후화된 공용시설의 보수와 청소까지 여러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봉사활동 기간 일부는 태권도, 사물놀이, K-팝 공연 등을 통해 한국문화를 전파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코로나19 초기, 전 세계적으로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바느질로 마스크를 만들어 쓰던 지역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지원했는데, 아직도 지역 사람들을 만나면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초반에는 유럽 특성상 왜 다른 나라가 봉사활동을 펼치나 의아해하기도 했는데, 우선협상자 선정 직전에 원전 예정 지역에서 공개적으로 한수원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체코 한국 원자력기술 및 문화교류의 날 행사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체코 한국 원자력기술 및 문화교류의 날 행사 모습.(사진=한수원 제공)

◆ 유럽 원전 시장 첫 진출인데, 앞으로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어떤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수원은 체코에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발판 삼아, 네덜란드, 폴란드 등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원전 생태계 활성화 등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할 계획이다.

◆ 지난 8년간 체코 원전 프로젝트 성과를 위해 달려왔는데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위기 상황은?

2020년 코로나19로 사업추진 동력이 약해지며 한 번의 위기가 있었다. 올해 1월에는 체코 정부가 추가 원전 건설 방안을 발표했는데, 사업 막바지에 우리 측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도 있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수원은 체코에 신규 원전을 적기에 건설함으로써, 체코에서도 우리 원전이 경제 발전과 에너지 안보, 탈탄소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수원의 미션은 ‘친환경 에너지로 삶을 풍요롭게’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도 보답할 수 있도록 체코 사업 최종 계약 체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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