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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등 외교안보, 긍정 평가 1위…국제적 위상 제고
윤석열 정부 임기 반이 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후티 반군의 홍해 민간상선 공격 그리고 대만해협을 둘러싼 2027년 위기설 등 지정학적 혼란과 갈등 속에서 윤석열 정부는 임기 전반을 마무리 짓고 후반전에 돌입했다. 그동안 윤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의 성과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 2년 반 ‘외교안보’ 분야 주요 성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임기의 반환점을 맞아 지난 12일 내신 대상 언론간담회를 개최해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 추진’이라는 비전 아래 그간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온 주요 외교성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조 장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외교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지난 10개월간 100회의 공식 양자 회담을 포함해 각국 외교장관들과 총 120여 회의 접촉을 했고 그 대부분이 상대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면서 “이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제고와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높은 기대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질의응답을 통해 ▲북핵·북한 인권 등 한반도 평화 유지 문제 ▲한미 글로벌 포괄 전략동맹 심화 등 주변 4국과의 외교관계 ▲경제 안보 및 민생 외교 ▲글로벌 중추국가 다자외교 ▲인도·태평양 전략 및 여타 지역 협력 ▲재외국민 보호 및 편익 증진 등 여러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후 지난 2년 반 동안 이뤄낸 외교적 성과들에 대해 소견을 피력했다.
통일부 또한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윤석열 정부 전반기 통일 분야 성과와 향후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동 자료에서 윤석열 정부는 남북관계 경색과 북한의 고강도 도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정세 속에 출범했으나 ▲원칙 있는 대북정책 ▲북한인권 증진 노력 ▲통일역량 강화 등이라는 정책 방향을 세워 착실히 성과를 만들어 왔다고 평가했다.
한미동맹 70주년, 포괄적 전략동맹 재확인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중 가장 잘한 것으로 ‘외교’ 분야를 꼽는 비율이 높다. 국내 정치와 경제·민생 분야가 낮은 평가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외교안보’ 분야 성과로는 우선 2023년 4월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한미동맹 70주년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해 한미동맹을 명실상부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재확인한 것을 들 수 있다.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은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담고 있다. 공동성명은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정의로운 한미동맹>이라는 비전 아래 서문에 자유, 법치,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동맹의 지향점을 담았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협력 확대 ▲굳건한 양국 공조 강화 등 세 분야별로 각 분야에서 양국 협력의 진전을 위한 합의사항을 포함하고 있다.
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가치동맹’의 주춧돌 위에 5대 분야의 동맹, 즉 ‘안보동맹’, ‘경제동맹’. ‘기술동맹’, ‘문화동맹’, ‘정보동맹’의 다섯 개 기둥이 자리 잡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양 정상은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도 발표했다. 워싱턴 선언은 양국 간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 NCG)을 신설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자체 핵무장 옵션을 포기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NCG 설립 등을 통해 ‘한국형 확장억제’를 구체화함으로써 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수준으로 강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기존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가 핵과 재래식 전력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전반적인 확장억제에 관한 것이라면 NCG는 ‘핵 운용’ 관련 사안에만 집중해서 논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NCG는 전문적 지식을 갖춘 한미 양국의 범정부 참가자들이 한반도 상황에 맞춤형으로 핵 및 전략 기획을 심도 있게 협의하는 체제로서 한미 간 ▲정보공유 ▲공동기획·실행 ▲협의체계 등 분야별 협력방안 마련을 통해 북한 핵 대응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의 관여를 크게 확대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美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례적 전개로 확장억제의 가시성을 증진한 것은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미국의 핵 3축(ICBM, 전략폭격기, SLBM) 중 생존성이 가장 높은 전략핵잠(SSBN) 기항 예고를 통해 강력한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동맹 70주년 정상회담에서는 워싱턴 선언 외에도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한미 전략적 사이버안보 협력 프레임워크,’ 기술·경제안보 협력을 위한 ‘한미 차세대 핵심 신흥 기술 대화 공동성명’ 등도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성과는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이 말 그대로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자리 잡았음을 잘 보여준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 안보협력 확대…공동비전 확인
외교안보 분야의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작년 8월 18일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 확대를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3국 정상은 회담 후 3건의 합의를 발표했다.
‘캠프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은 3국 협력의 비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모든 영역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걸쳐 3국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새로운 지평으로 높이기로 약속했다. 캠프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은 한미일 협력의 구체적인 지침으로서 3국 간 파트너십 및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확인했다.
‘3국협의 강화 공약(Commitment to Consult)’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할 것을 공약한 문건이다.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은 그동안 미국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고 이 논의에서 한일은 항상 ‘약한 고리’라는 평가를 면하지 못 해왔다. 그동안 아세안 정상회의 등 3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다자 무대에서 약식 혹은 사이드 이벤트로 열리던 한·미·일 정상회의가 별도로 열린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 조치
윤석열 정부 전반기 외교안보에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남북 관계의 경색과 단절이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관계가 경색되면서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남북 관계는 윤 정부 들어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 2020년 남북 통신선 차단,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 이미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삐걱대던 남북 관계는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 일로를 걸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다양한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담대한 구상’을 발표했으나, 북한은 대남 ‘대적 투쟁’ 기조를 이어갔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정부의 계속된 중단 촉구에도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하면서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에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과 관련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하면서 대응했다. 북한은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하자 바로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하고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렸다.
게다가 지난해 말 북한이 남북 관계를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면서 남북 관계를 더 악화시켰다. 2023년 12월 26~30일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는 남북의 통일정책을 평가, 현실에 맞게 남북 관계를 재규정해야 한다면서 처음으로 남북을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이 남북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 ‘전쟁 중에 있는 완전한 두 교전국관계’로 규정하면서 한반도 우발사태 가능성과 군사 충돌 가능성이 증대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동북아 냉전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 북한의 러-우 전쟁 참전은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확전 위험도 배제할 수 없고 유럽의 안보는 물론 한반도에도 심각한 위협을 조성하는 행위다. 현재까지 북한은 총 1만 2000명 정도로 추정되는 병력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우리에게 두 가지 새로운 리스크를 의미한다.
첫째는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민감 군사기술(ICBM 재진입체 기술, 군사위성, 핵추진 잠수함 등) 제공 가능성이고 둘째는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 길을 열어놓은 점이다. 돌이켜보면 지난 6월 푸틴의 평양 방문 당시 체결된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관계 조약’이 사실상 파병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으면 지체 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은 1961년 체결됐다가 1996년 폐기된 ‘조·소(구소련) 우호 협력 및 상호 원조 조약’에 담겼던 내용으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사실상 복원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 나아가야 할 방향
윤석열 정부 후반기의 외교안보 환경도 그리 녹록지는 않다. 가장 큰 변수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초래할 파장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취임하게 되면 한국은 특히 세 가지 어려움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미동맹과 대북정책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 증액 요구가 확실시되고 대북정책에서는 북미 직접 대화를 통한 알맹이 빠진 핵타협 혹은 거래 가능성이 우려된다. 또한 한미 경제·통상 관계의 조정 요구다. 특히 한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한 FTA 추가 재협상 가능성, 인플레감축법(IRA) 폐기로 인한 경제안보 협력 차질 발생이 우려된다. 아울러 미국의 대중국 압박에 한국의 동참 요구가 커질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대중국 압박에 가담할수록 부수적 피해는 불가피하다.
지금은 한국에 유례없는 위기의 시대다. 윤석열 정부 후반기에 전개될 국내 정치, 글로벌 상황 모두 우려스러운 징후들이 넘쳐 난다. 최근 글로벌 차원의 지정학적 상황은 매우 혼란스럽다. 파편화된 세계질서 하에서 새로운 진영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가운데 글로벌 곳곳에서 다양한 갈등과 충돌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증대하는 추세다.
국제정세가 불안정하고 리스크가 클수록 한미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우리에게 닥쳐올 리스크를 분산하고 방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한미 관계는 이미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자유, 평화, 번영의 국가안보전략 추구를 통해 미국과의 가치외교 공통분모 확대를 지향해야 한다. 그와 함께 한미동맹에 더하여 유사입장(like-minded) 국가들과의 네트워킹 확대, 중견국 연대력(coalitional power)을 잘 활용해야 한다. 국제정세가 불확실할수록 균형과 탄력성(resilience)에 기반한 유연한 전략적 스탠스를 잘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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