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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이 ‘위대한 황제’로 꼽히는 까닭은

2007.07.20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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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진시황은 사치의 상징인 아방궁 건설과 전무후무한 분서갱유 등으로 폭군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황제’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주된 이유는 그가 최초로 중국을 통일했기 때문이지만, 지역마다 달랐던 도량형을 ‘척관법’으로 일원화한 것도 중대한 업적으로 평가된다. 척관법 시행으로 지역마다 제도와 표준 용기가 달라 일일이 환산해야 했던 수고를 덜게 되고, 세금도 동일한 단위로 걷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세금을 지금처럼 돈으로 내는 게 아니라 곡식, 옷감, 지역 특산물 등 물납이 많았다. 당시 탐관오리들은 엉터리 측량 기구를 사용해 세금을 많이 거두고 나라에는 정해진 양만 바침으로써 그 차이를 착복하곤 했다. 이에 암행어사들은 세금을 걷는데 쓰이는 ‘자’나 ‘되’가 국가 표준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척(鍮尺)’이라는 표준 자를 가지고 다니며 관리들의 세금 부당징수 여부를 감시했다.

동서를 막론하고 위정자들은 길이(度), 부피(量), 무게(衡), 즉 도량형의 기준을 통일하는데 관심을 쏟았다. 그래야 세금을 공정하게 거두고 민심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제, 우리 전통단위 ‘결부속파법’을 ‘평’으로 대체

우리나라가 ‘미터법’을 도입한 것은 1세기 전 대한제국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02년 당시 관보(官報)를 보면, 미터법을 우리 고유 단위인 ‘결부속파법(結負束把法)’에 적용, 1줌(把)은 1㎡, 1단(束)은 10㎡, 1짐(負)은 100㎡(1아르(a)), 1목(結)은 10,000㎡(1헥타아르(㏊))로 정의하고 있다.

또, 거리 측정도 1주척(周尺)은 0.2m, 1보(步, 6주척)는 1.2m, 1칸(間, 10주척)은 2m로 정하는 등 우리 고유단위와 미터를 일치시켰다. 이러한 고유 단위체계가 유지됐더라면 국제단위인 미터법 정착에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식 도량형이 도입되면서 ‘평(坪)'이 고유단위인 결부속파법을 대신하게 됐다. 그런데 1평은 약 3.3058(400/121)㎡이며, 1평을 산출하는 기준인 1자(尺)는 30.303(1000/33)㎝로 평 단위는 미터법과 일치하지 않았다. 이러한 평 단위는 해방 이후에도 꾸준히 사용됨으로써 미터법 정착에 장애가 됐다.

정부는 국제표준인 미터법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 지난 1963년 미터법을 ‘법정 계량단위’로 채택하고 전면 실시하기로 했다. 이후 신발 치수를 나타내는 문(文)이 밀리미터(㎜)로 대체되는 등 일부는 미터법으로 전환됐으나, 평·돈·근 등의 비(非)법정 계량단위는 여전히 실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일상 생활에서 익숙하게 사용해 온 단위 대신 법정 계량단위를 써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금 ‘반 돈’ 살 때마다 소비자는 0.005g씩 손해

첫째, 무엇보다 법정 계량단위 사용은 소비자 권익보호와 직결된다. 비법정 단위는 지역이나 품목에 따라 기준이 달라 혼란을 부른다. 논이나 밭 1마지기를 경기도에서는 150평(492㎡), 충청도에서는 200평(660㎡), 강원도에서는 300평(990㎡)이라고 말한다. 1근도 품목에 따라 쇠고기는 600그램(g), 과일은 400g, 야채는 375g 등 제각각이다.

귀금속 거래에 쓰이는 ‘돈’의 경우, 금 1돈이 3.75g인지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금은방에서 쓰는 저울은 대부분 소수점 첫째 자리나 둘째 자리까지만 표시할 수 있어 금 반 돈에 해당되는 1.875g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 결국 금 반 돈을 사는 소비자들은 0.005g씩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돈은 원래 금ㆍ은에 쓰던 단위가 아니다. 일본의 진주 양식업자들이 일제시대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금은방을 운영하면서 진주에 사용하던 단위를 금ㆍ은에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법정 계량단위를 사용하면 재환산의 불편이 사라진다. 과거에는 ‘자(尺, 30.303㎝)’로 표기된 계측도구를 사용해 ‘평(6자×6자=1평)’을 측정할 수 있었지만, 자(尺)라는 단위가 없어진 지금 평을 측정할 수 있는 도구 자체가 없다. 따라서 평으로 표기하기 위해서는 면적을 일단 제곱미터로 산출한 다음 이를 다시 평으로 환산해야 한다. 평을 쓰지 않는다면 이런 불필요한 재환산을 피할 수 있다. 또, 금괴는 외국에서 사올 때는 킬로그램(㎏) 단위로 들여오면서 금붙이를 거래할 때는 돈(3.75g)으로 나누는 것 역시 웃지 못할 상황이라 여겨진다.

셋째, 법정 계량단위는 이해하기 쉽고 사용이 편리하다. 예를 들어 전용면적 25.7평은 재거나 가늠하기 어렵지만, 85㎡라고 표기할 경우 8.5m×10m로 간단히 재 볼 수 있다.

단위체계 혼동 사고 빈번…1999년 ‘미 화성탐사선 폭발’ 대표적

법정 계량단위 사용은 단위가 달라 생길 수 있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 준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단위가 달라 사고가 난 사례가 꽤 있는데, 이는 대개 국제표준인 미터법과 영미권에서 사용되는 야드파운드법과의 혼동 때문에 일어난다.

실례로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서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데, 주된 원인은 자동차 속도의 단위 문제 때문이라고 한다. 제한 속도가 마일(mile)로 표시되어 있는 미국 도로를 달리던 운전자가 미터로 표시되어 있는 캐나다 도로에 들어서면서 무심코 과속을 하다 사고를 내는 것이다. 1999년 미국 화성탐사선 폭발이 단위체계(미터법-야드파운드법)의 혼동 때문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단위체계 통일은 하루 다르게 그 규모가 급증하는 국가 간 무역이나 국내 상거래를 원활히 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무역이나 상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거래 물품의 크기나 양에 대한 측정이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정 계량단위 정착 노력의 일환으로 정부는 실생활에서 습관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는 평과 돈부터 바꿔나가기 위해 이달 1일부터 계도·단속에 들어갔다. 그러나 단속은 어디까지나 법정 계량단위 정착을 위한 수단일 뿐, 단속 그 자체가 목적은 결코 아니다.

조선시대까지 쓰이던 척관법의 원조인 중국과, ‘평’과 ‘돈’을 우리에게 전파했던 일본 역시, 이제는 미터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다. EU도 2010년부터는 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미터법으로 단일 표기하고, 야드파운드법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법정 계량단위인 미터법을 완전히 정착시켜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고 더욱 공정한 상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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