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여름 날씨가 느껴지던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김수자(75) 할머니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색이 돈다. 혼자만 지내는 집에 오늘은 찾아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어김없이 찾아오는 이는 보훈도우미 김민화(51) 씨. 문을 열고 들어서며 안부를 묻고 할머니의 건강부터 챙긴다.
“할머니 또 혼자 목욕하셨네. 제가 목욕시켜드릴 건데 왜 힘들게 하셨어요?”
“미안하니까. 안 그래도 민화씨 힘들텐데…. 혼자서 쉬엄쉬엄 하면 돼.”
“민화씨라고 불러주니까 아줌마라고 하는 것보다 듣기가 좋아요. 할머니 어떻게 지내셨어요?”
자리에 앉아 할머니 머리를 빗겨드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양이 마치 가족이라도 된 듯하다. 할머니를 예쁘게 단장시킨 뒤 부산스럽게 외출준비를 한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다.
“허리 때문에 할머니가 운동을 하셔야 하는데 심근경색이 있어서 누워서 하는 건 못하세요.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할인마트에 가서 카트를 밀고 움직이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해요. 장도 보니까 좋고요.”
김씨는 할머니와 함께 할인마트에서 1시간가량 운동 삼아 쇼핑을 한 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젠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다.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할머니가 드실 몇 가지 반찬을 준비하다보면 약속한 시간이 다 간다.
“일주일에 두 번 세 시간씩 보살펴드리고 있어요. 혼자 외롭게 사시니까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면 마음이 아파요.”
김수자 할머니는 전몰군경유족이다. 6·25전쟁 때 오른손을 심하게 다쳤던 남편이 1984년에 사망한 후 갖은 고생을 한 탓인지 몸이 매우 불편하다. 몇 년 전부터 파킨슨씨병에, 심근경색까지 앓느라 고생이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젊어서부터 아프던 허리가 결국 척추협착증으로 도져 수술을 받았다.
척추(관)협착증이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척추관)가 주변 척추뼈와 인대가 노화되고 두꺼워지면서 좁아져, 이 관을 통해 지나가는 신경이 눌려 생기는 질환이다
“그땐 막막했어. 난 꼼짝할 수 없는데 자식들이 날 봐줄 형편은 안 되고…. 그런데 보훈도우미라는 게 있다는 거야. 그거 안 됐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어.”
김민화 씨는 어르신이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해주기도 한다. 지금보다 더 아파도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느냐는 어르신에게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노인보장요양제도’에 대한 소식을 귀띔해주었다.
“도우미 없을 때는 일주일 가는 게 지옥이었지. 집안에 갇혀 말할 사람 하나 없이 지내니….
지금은 민화씨가 말상대를 해주니 진짜 사는 것 같아. 그런 좋은 제도도 알려주고 말이야.”

“도우미가 아니라 가족 같아요”
보훈도우미는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 일반 질병, 노쇠 등으로 몸이 불편해도 돌봐줄 가족이 없어 생활이 힘든 보훈가족의 가정을 방문해 가사·간병 서비스는 물론 목욕·식사 수발, 잔심부름 등을 해준다. 65세 이상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분들에게 먼저 혜택을 주고 있다.
2005년 25명의 보훈도우미가 2007년에는 400명으로 늘고 수혜자도 2800명가량으로 늘었다. 어르신들이 가장 원하는 서비스는 우애서비스. 말벗이 돼드리는 것이다. 그 다음은 병원 동행, 목욕, 가사서비스가 차지한다. 중환자들인 경우 주로 간병서비스를 하게 된다
국가보훈처 서울청에서 근무하는 김정민(32) 보훈복지사는 보훈도우미를 선발할 때 무엇보다 자원봉사 경험이 많은 사람을 우선한다고 말한다. 보훈도우미가 일주일에 5일, 하루 두 집을 방문하고 받는 보수는 80만 원 남짓. 힘든 일이기 때문에 봉사와 희생정신이 절대적이다. 김민화 씨도 인내심과 사랑이 없으면 해내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중환자를 맡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오죽하면 그 집을 가려면 두드러기가 날 정도였죠. 하지만 이젠 그분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면 보람을 느끼고 그랬던 제가 죄송해요.”
보훈도우미들은 어르신들이 자식처럼 대해줘서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서로 돕고 사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봉사를 하면서 배우는 것도 많다는 얘기다. 서로 도움과 사랑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보훈가족은 각 지방보훈청 보훈과나 보훈처 콜센터(1577-0606)로 신청하면 간단한 현장조사를 거쳐 보훈도우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글 이선민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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