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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호>최전방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

2005.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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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3일 오전 7시15분, 자유로 임진각 남쪽 10km 지점. 적십자 깃발을 운전석에 내건 10톤 트럭 52대가 굉음을 내며 북으로 달리고 있다. 남북차관급회담에서 합의한 대북 비료 지원 트럭 행렬이었다. 트럭 행렬은 자유로 끝, 임진각·통일대교 갈림길 표지판에서 통일대교 쪽으로 우회전했다. 15분 뒤인 7시30분, 트럭 행렬은 총연장 900m, 6차선으로 시원스레 뻗은 통일대교 앞에 늘어섰다.

여기서부터는 민간인통제구역. 주한 유엔군사령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출입할 수 있다. 1998년 6월15일 개통된 통일대교는 다음날인 6월16일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와 함께 방북할 때 처음 사용돼 전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확인 절차를 거친 후 트럭 행렬은 다시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향했다. 10분쯤 달렸을까?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 앞에 도착했다. 이곳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도라산리 경의선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방문해 연설하고 철도 침목에 서명한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다.

정부는 2003년 11월20일 이 역사적 장소에 남북출입사무소를 열었다. 이 출입사무소를 설치한 계기는 2000년 7월31일 열린 제1차 남북장관급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담에서 남북 당국은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자고 합의했던 것이다.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는 2003년 11월 문을 열었지만 그 이전부터 이미 제 구실을 하고 있었다. 2003년 한 해 동안 금강산 관광객을 포함해 총 9만637명이 남북을 오갔는데,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로 통행한 이가 6만717명이나 된다. 그해에 남북을 왕래한 전체 인원의 67%에 해당한다.


눈코 뜰 새 없는 아침시간
새벽을 가르며 숨가쁘게 자유로를 달려온 비료 지원 트럭들은 이 출입사무소만 통과하면 바로 비무장지대로 들어선다. 오전 8시30분 비료 수송팀 56명은 출입사무소에 들어가 세관검사를 받았다.
여기서는 외국에 나갈 때처럼 미화 1만 달러 이상 외국환은 물론 그에 상당하는 우리 돈도 미리 신고해야 한다. 비료지원팀은 설치된 게이트를 지나고 수화물을 X-RAY 검색기에 통과시켰다. 운전자의 휴대품도 검사받았다. 세관을 지나 3m 전진하면 법무부의 출경심사를 거치게 된다. 여기서 통일부가 발급한 북한방문증명서를 검색요원에게 내밀고 확인 도장을 받는다. 외국에 나갈 때의 출국 과정과 거의 같다고 보면 된다.

이처럼 출입사무소의 아침 시간은 눈코 뜰 새 없다. 비료 지원팀 56명이 출입사무소 검색대를 모두 빠져나간 시각이 오전 8시55분. 곧바로 또 다른 북한 출입팀 20여 명이 몰려들었다. 밖에는 이들이 몰고 온 대형 트럭 21대가 도열해 있다. 개성 지역의 사천강 모래를 남으로 퍼올 모래 수송팀이다. 이들의 출경 수속에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오전 9시30분부터는 개성공단 도로 가로등 점검과 건설 자재를 수송하는 현대아산 직원들이 출입사무소에 들어섰다. 또 오전 10시부터는 개성공단 공장 건축 노무자 166명이 들어섰다. 임시 건물로 지은 출입사무소는 금세 북새통이 되었다.

10시10분께 출경 수속을 밟고 개성공단으로 간 현대아산의 폭약전문가 윤동해(36) 씨는 이 출입사무소를 가장 많이 이용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5월부터 개성공단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그는 “초기에는 출입 수속을 밟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지금은 시설 개선으로 시간이 단축됐다. 근무 인원도 늘었고 출입 절차도 간편해졌다”고 말한다.


주말과 공휴일 없이 24시간 교대 근무
11시30분에는 북한산 모래 수송팀원 21명이 다시 북으로 올라갔다. 오후에는 주로 북에서 남으로 돌아오는 인원들이 몰렸다. 오후 1시30분, 아침에 올라갔던 비료 수송팀 56명의 복귀를 시작으로 오후 2시 모래 수송팀 25명, 2시30분 개성공단 건설팀 22명, 4시30분 개성공단 건설팀 88명, 5시 모래 수송팀 23명이 차량과 함께 돌아왔다. 5월23일 하루 동안 출입사무소를 통해 313명의 인원과 191대의 차량이 방북했고, 235명 171대의 차량이 남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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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처리하기 위해 출입사무소에는 현재 통일부·법무부·보건복지부·농림부(동식물 검역)·관세청 등 10개 부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통일부만 정식 직제가 있고, 나머지 부처 직원들은 파견 형식이다.

출입사무소는 공기 좋고 조용해 근무 환경은 나쁘지 않지만 외딴 곳이어서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식 근무 시간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 하지만 공항과 항만의 통관 시설이 으레 그렇듯 주말과 공휴일 없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해야 한다.

특히 최근에는 개성공단에서 안전사고로 부상한 환자가 긴급 후송되는 경우가 잦단다. 북쪽에는 마땅히 치료할 시설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경기도 고양시 인근 병원으로 후송한다는 얘기였다. 환자 후송에 밤낮이 따로 있을 까닭이 없다. 직원들의 출퇴근도 여의치 않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와 서울 광화문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서둘러야 겨우 이 버스를 탈 수 있다.

현재 출입사무소에서는 출입심사 시설과 화물 대기 시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경의선 출입사무소 13만 평, 강원도의 동해선 출입사무소 12만 평 시설이 2007년까지 완공된다. 남북 분단의 현장이었던 경의선 도라산 지역과 동해선 고성 통일전망대 지역이 남북 교류협력의 관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 관문이 한반도 종단 철도의 중간 지점이 되고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연결되는 그날은 언제일까? 도라산남북출입사무소 직원들은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도 통일의 보랏빛 꿈을 꾸고 있다. [RIGHT]최영재 기자 [/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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