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1990년대 부동의 제조 왕국이었던 일본은 2000년까지 상품수지 흑자가 전 세계 1위였다. 그러다가 2001년 독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뒤 지난해에는 5위로 순위가 떨어졌다. 그래도 한국보다는 항상 많았다. 한국은 2000년대 들어 OECD 국가 중 7~9위권을 맴돌다 유가가 치솟아 수입액이 급증한 지난해에는 11위로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당당히 91억 달러의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원동력이 뭘까. 상품수지란 자동차나 휴대전화 같은 제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것이다. 상품수지 흑자액이 많다는 것은 수입은 적었고, 수출은 많이 했다는 이야기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내수시장이 얼어붙어 수입이 급감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결국 한국이 상품수지 흑자 2위에 오른 것은 수출 덕이라는 결론이 나온다.물론 한국의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선전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올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보다 22.8퍼센트 감소했지만 37.3퍼센트 줄어든 일본에 비하면 좋은 성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그렇다. 그 결과 지난해 세계 12위였던 한국 수출은 상반기에 러시아, 영국, 캐나다를 제치고 9위에 올랐다.한국 수출이 선방한 요인은 환율과 수출지역 및 품목의 다변화다. 일본은 사상 유례없는 엔고로 수출이 확 꺾였다. 반면 한국은 올 상반기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져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엔고로 인해 일본 제품과 비교한 가격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이를 바탕으로 자동차, LCD,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1~7월 한국 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7.4퍼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5.4퍼센트)보다 2퍼센트 포인트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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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차의 질주에 일본 혼다자동차의 이토 다카노부(伊東孝紳) 사장조차 이달 초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차가 두렵다”고 했을 정도다.수출지역과 품목이 다양한 것도 버팀목이 됐다. 한국은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중동, 신흥시장에 골고루 수출을 한다. 금융위기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신흥시장과도 거래가 많다. 이에 비해 일본은 수출지역이 미국과 EU 등 금융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은 선진국 시장 위주여서 타격이 컸다.
한국은 또 ‘주력 품목’이라고 할 만한 것도 선박, 휴대전화,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철강, LCD, 가전 등 다양하다. 반면 일본은 기계, 자동차 두 품목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구조다.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려 기계류를 잘 사지 않고, 자동차 판매도 급감하자 수출 전체가 흔들렸다.
글·권혁주(중앙일보 경제부문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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