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킹의 나라’ 노르웨이에는 먼 이국땅인 한국의 과거를 체감할 수 있는 자취가 있다. 6·25전쟁으로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노르웨이로 입양된 한인 8천여 명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월 18일 한·노르웨이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파견된 대통령 특사단 일행은 최병구 주(駐)노르웨이 대사의 주선으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실 어떤 표정으로, 어떤 표현으로 이들을 만나야 할지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는 순간 이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위로해주고 싶었던 어두운 과거를 화두로 삼기에는 이들의 표정은 밝았고 오히려 힘찬 미래로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보좌관 크비바르그, 이민국 공무원 소일리, 피부과 의사 란드로, 입양기관 근무자 룬드, 국립교향악단 바이올리니스트 툼틀, 배우 그란나, 포르투갈 항공사 직원 욘. 당당한 전문가로 자란 한인 입양아들은 최병구 주노르웨이 대사가 대통령 특사 일행을 맞아 주최한 2시간 동안의 만찬에서 누구 하나 과거를 말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누군가 처음 만날 때 어색함을 피하기 위해 고향을 묻고, 학교 동창 관계를 묻는 것처럼 입양아든 특사 일행이든 누군가 한 번쯤은 물어봄직도 한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지금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노르웨이의 미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장한 뒤 만난 한국에 대한 인상은 어떤지, 매운 한국음식을 잘 먹는지 등이 주요 화제였다.
만찬 후 최병구 대사에게서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은 생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열한 번이나 방문했다”는 후일담을 듣고 나니 만찬 때의 분위기가 더욱 새삼스러워졌다. 결국 만찬 말미에 마신 ‘소주 폭탄주’ 한 잔이 양국 간 우호관계 속에 묻혀 있는 우리의 슬픈 과거를 말없이 삼키는 듯했다.
노르웨이는 6·25전쟁 때 의무단을 파견하고 대한민국 국립의료원의 전신인 메디컬센터를 지원 운영해준 우리 혈맹국이다. 지금도 국민총소득(GNI)의 1퍼센트 이상을 공적개발원조(ODA) 자금 등으로 지원하고 유엔의 평화유지군(PKO)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원조 선진국이다.
또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선진국으로서 세계 3대 원유 수출국임에도 기후변화 등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 환경 선진국이다. 이런 노르웨이에서 이번 특사단 일행은 한·노르웨이 관계의 미래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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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를 대신해 대통령 친서를 접수한 스퇴레 외교장관은 “한국은 노르웨이에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나라이며 유럽과 아시아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내년쯤 한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환경 선진국인 노르웨이의 여수세계박람회 참가를 조기 결정해달라는 특사단 일행의 요청에 대해서도 관련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를 앞두고 한국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4퍼센트 감축한다는 획기적인 계획을 확정했다는 소식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 그동안 양국의 선박 분야 교류를 뛰어넘어 재생에너지 및 정보기술(IT), 생명과학기술(BT)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약속했다.
그동안 한·노르웨이 교류는 한국의 짝사랑에 그친 면이 없지 않았다.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교류도 한국 측의 노르웨이 방문에 비해 노르웨이 인사의 한국 방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노르웨이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그만큼 관심이 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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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태도에도 변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최병구 대사도 귀를 의심했듯이 차기 총리로 촉망받는 스퇴레 외교장관은 한국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하다고 표현했고, 페르 크리스티안 포스 국회 부의장도 한국 방문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발언들은 의례적인 외교적 발언을 넘는 미래에 대한 성찰로 들렸다.
반세기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 세계적인 개발 모델을 제시한 대한민국이 이제 ‘환경을 전제로 한 개발, 환경과 동반하는 성장’인 녹색성장을 새로운 전략으로 채택했다는 설명에도 양국 간 실질적 협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성장 지상주의를 통해 빠르게 선진국 반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또 지속가능한 개발, 기후환경 변화 등 시대적, 환경적 변화에 맞춰 녹색성장을 통한 제2의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세계 3대 원유 수출국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9만 달러에 가까운 노르웨이는 세계 최고 부자나라라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시대적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ODA 원조 및 PKO 활동 지원, CCS 등 환경 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과 노르웨이가 만날 수 있는 미래 코드가 여기에 있다.
미래 글로벌 사회에서는 환경 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한국이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듯이 우리들의 형제자매인 노르웨이 입양아들이 한국과 노르웨이의 미래를 연결하는 가교가 돼줄 것을 기대하며 적극적인 양국 교류를 기대해본다.
글·강승규(국회의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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