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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상거래 강국(强國)의 기반

200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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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right[/SET_IMAGE]“안정적인 전자상거래와 기업 간 전자상거래 활성화, 전자상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결제의 법적 뒷받침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전자자금이체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보통신위원회가 2001년 4월에 발표한 ‘e코리아 추진을 위한 전자상거래 법·제도 정비 방안’ 보고서의 주장이다.

당시는 정보기술(IT) 투자 붐 속에서 속속 생겨난 e마켓플레이스가 개점휴업 상태였을 때였다. e마켓플레이스란 장터에서처럼 다수의 판매기업과 구매기업이 참여해 물품을 사고팔도록 조성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말한다. 철강 분야 전자상거래를 주름잡겠다며 2000년 11월 야심차게 출범한 애니스틸닷컴(현 이상네트웍스) 역시 고전하고 있었다.

신용이 있는 업체들은 이상네트웍스에서 정보만 얻은 뒤 사이트에서 빠져나가 오프라인 방식으로 거래했다. 이상네트웍스에게 중개 수수료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서로 모르고 신용도 믿지 못하는 업체들은 거래를 꺼렸다. 판매업체와 구매업체들이 이상네트웍스에서 정보를 얻고 안심하고 결제까지 마무리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오프라인 철강시장에서 판매업체는 현금에 가까운 결제수단을 원했다. 반면 구매업체는 현금보다 외상을, 즉 어음 결제를 선호했다. 오프라인 철강시장은 판매업체와 구매업체의 이런 입장 차이를 ‘타수어음’으로 절충해 돌아가고 있었다. 판매업체가 구매업체에게서 자체어음이 아닌 타수어음을 받는 방식이었다. 타수어음이란 구매업체가 받아놓은 신용도가 높은 다른 기업의 어음을 가리킨다. 이처럼 간단치 않은 오프라인 거래를 온라인으로 옮겨올 수 있을까?


결제시스템 구축 6년 만에 3조7000억원 중개
조원표 이상네트웍스 대표는 사업을 접어야 할지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나 수많은 번민은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는 집념의 다른 이름이었다. 전경련이 주장한 전자금이체법 제정처럼 외부에서 여건이 조성되기를 기다리기엔, 이상네트웍스에게 자금과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조 대표는 직접 타개책을 찾아 나섰다. 결국 e마켓플레이스 전자상거래의 결제기반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07년. 이상네트웍스는 약 3조7000억원어치의 기업 간 전자상거래를 중개했다. 이상네트웍스가 주도해 만든 결제기반 덕분에 전체 e마켓플레이스 전자상거래는 지난해 약 24조원 규모로 이뤄졌다.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다시 2001년으로 돌아가자. 해법을 모색하던 조 대표가 눈을 돌린 곳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였다. 기업 간 전자상거래와 달리 인터넷 쇼핑몰은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차이점이 뭘까? 조 대표는 신용카드가 인터넷 쇼핑몰의 거래를 뒷받침한다는 데 착안했다.

 신용카드는 서로 일면식도 없어 신뢰하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다. 신용카드사는 소비자에게 일정 한도의 신용을 제공한다. 소비자는 그 한도 내에서 신용카드사 가맹점에서 외상으로 구매한다. 가맹점은 신용카드사에게서 대금을 받는다. 소비자는 신용카드사가 대신 내준 돈에 이자를 붙여 갚는다.

e마켓플레이스에 신용카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주체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 조 대표는 코딧이 e마켓플레이스에서 신용카드처럼 거래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고 봤다. 은행과 코딧을 설득했다. 마침내 2001년에 판매업체와 구매업체, 이상네트웍스, 코딧, 은행을 연결한 전자상거래 보증·대출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

시스템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돌아간다. 구매업체가 코딧 홈페이지에서 회원에 가입하면 코딧에서는 신용조사·심사 후 보증한도를 설정한다. 구매업체는 이상네트웍스에서 판매업체와 계약할 때마다 코딧에 보증을 신청한다. 판매업체는 코딧 홈페이지에서 전자보증서를 내려받아 저장해 둔다. 구매업체는 일정 기간에 한 번씩 보증받은 금액을 판매업체에게 결제한다. 대출시스템의 경우에는 은행이 코딧의 보증한도를 바탕으로 대출한도를 정해놓고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대금을 판매업체에게 대신 지급하고, 구매업체는 정해진 기한 안에 은행이 대신 결제한 금액, 즉 대출받은 금액을 갚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세계 최초 보증·대출시스템 ‘사고율’ 큰 폭 낮아
새로운 전자상거래 시스템은 모두에게 도움이 됐다. 판매업체는 이상네트웍스를 통해 더 많은 수요처를 만난다. 구매업체는 기존의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상네트웍스에서 철강 제품을 저렴하게 외상으로 확보한다. 게다가 전자상거래에 대해서는 더 큰 보증한도를 제공받아 원자재를 필요한 만큼 충분히 조달한다. 또 결제금액의 약 0.3%를 법인세에서 세액공제받는 혜택도 누린다.

코딧은 대위변제를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대위변제란 신용보증을 받은 업체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코딧이 대신 갚는 것을 가리킨다. 구매업체가 신용보증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 다른 용도로 썼다가 갚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데, 거래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전자상거래에서는 보증·대출받은 금액을 물품구매에만 쓰도록 할 수 있는 덕분이다. 전자상거래 부문의 대위변제율은 2.4%로, 전체 대위변제율 3.8%보다 큰 폭 낮다. 지난해 대위변제 금액을 지난해 말 보증잔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특히 이상네트워크가 중개한 거래의 대위변제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코딧은 전자상거래 보증 규모를 2010년까지 보증잔액의 약 10%인 2조8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코딧에 이어 기술신용보증기금, 서울보증보험, 지역신보연합회 등도 전자상거래 보증·대출시스템을 도입했다.

신용보증제도는 다른 나라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보증·대출시스템은 한국이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세계 최초일 뿐 아니라 성과가 크다. 전자상거래 보증·대출시스템은 기업인의 개척정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 앞선 IT 기반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상생(相生)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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