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는 지난 4월22일부터 24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회의는 비동맹운동(NAM)의 모태가 됐던 ‘반둥회의’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해찬 총리를 비롯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 일본 총리 등 50개 국 정상급 인사와 20여 명의 국제기구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거둔 정치·경제·외교적 성과는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북최고위급회담을 성사시켰으며, 일본의 전쟁 책임과 과거사 왜곡 문제를 공론화했다. 또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 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두 대륙의 강력한 파트너십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이 지역에 정부개발원조(ODA)를 집중할 계획을 밝혀 여러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최근 일본의 역사 왜곡과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 총리는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총리는 연설에서 “과거에 대한 반성에는 진실성이 있어야 하며, 이것은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보편적 방식을 통한 과거사 청산을 강조함으로써 아시아·아프리카 정상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나아가 이 총리는 “유엔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지도적 위치에 서고자 하는 국가는 신뢰와 도덕성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사를 왜곡하면서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려고 하는 일본의 움직임에 대해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일본이 책임 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 활동하려면 그에 걸맞은 반성과 참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분명히 한 셈이다.
이 총리의 이번 정상회의 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동이다. 이번 회동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한 고위당국자 간의 ‘악수’로 국내외의 관심을 모았다. 4월23일 이뤄진 이번 회동은 지난해 7월 김일성 주석 조문 문제, 북한이탈주민 집단 입국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남북 당국자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사람 간의 ‘자카르타 회동’은 예정보다 20여 분을 넘긴 40여 분 동안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이 총리는 만남에서 “지난해 8월 이후 중단된 남북 당국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영남 위원장은 “민족 공존의 원칙에서 북남당국자회담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올해가 6·15공동선언 5주년인 만큼 전향적 국면이 열리도록 북남이 함께 협력하자”고 말했다.
정상회의 기간 중 이 총리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압둘 아지즈 부테플리카 알제리 대통령, 모하메드 가누치 튀니지 총리 등과 회담하고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 이 총리의 이번 방문은 신흥시장으로 주목받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한편 이 총리는 정상회의 참가에 앞서 4월19일부터 21일까지 베트남을 공식 방문해 판 반 카이 베트남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두 사람은 베트남 건설·자원·정보통신시장 진출 확대 등을 위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 총리는 베트남 방문을 통해 ‘무상원조·기술협력협정’ ‘11-2광구 가스 매매계약’ ‘원자력발전 인력양성 협력 MOU’등을 체결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양국은 또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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