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연립주택에 전세로 살고 있는 정홍규(32) 씨는 최근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32평 아파트 구입을 계획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 모아둔 돈을 탈탈 털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부모님과 의논을 한 끝에 얼마간 도움을 받기로 하고 모자라는 돈은 대출을 받아 2억7000여만 원의 돈을 마련했다.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주변의 충고도 있지만 내 집 마련 기쁨에 들떠 귓등으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정씨가 놓친 것이 있었다. 아파트 구입자금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정작 주택취득세와 등록세를 내야 한다는 건 미처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정씨가 미아동의 아파트를 2억7000여만 원에 구입할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은 총 810만 원. 이는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는 제외된 금액이다.
빨리 이사를 해야 되는 처지인 정씨는 고민에 빠졌다. 다시 전세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 정씨의 한숨은 깊어져만 갔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3일 일찌감치 퇴근해 집에서 TV를 보던 정씨는 무릎을 치며 쾌재를 불렀다. TV 뉴스에서 “정부가 주택취득세와 등록세 등 주택거래세를 인하했다”며 “개인 간 거래는 2.5%에서 2%로 법인과 거래(신규 분양 등)는 4%에서 2%로 인하한다”는 발표가 나온 것이다.
정씨는 재빨리 계산기를 꺼내들었다. 아파트 구입 가격 2억7000만 원에 2%의 세율을 계산해보니 540만 원이 나왔다. 농특세·지방교육세를 포함하더라도 600만 원이 넘지 않았다. 300여만 원이나 준 셈이다. 마치 횡재를 만난 듯 정씨는 다시 한번 내 집 마련 꿈에 젖었다.
신규 분양 아파트 혜택 제일 커
신규 분양 아파트의 경우 취득세·등록세 인하폭은 조금 더 커진다<표 참조>. 분양가 4억 원의 판교 33평형 아파트의 경우 종전 1760만 원에서 880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50%가량 낮아진 셈이다. 분양가 7억 원의 상봉동 44평형 아파트의 경우 종전 3220만 원에서 1890만 원으로 1300여만 원 감소했다.
이번 거래세 인하 조치는 미분양 아파트까지 효과가 미치고 있다. 한 건설업체에 따르면 정부의 세금 혜택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정부가 주택거래세를 내리기로 한 배경에는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문제 해결도 포함돼 있다.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업체마다 파격적인 분양조건을 내걸고 있는데다, 세금 인하 소식이 겹치면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는 상태다. 40~90평대 아파트는 세금이 2000만~4000만 원 줄어들어 사실상 아파트 값 인하와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분양 사태 해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눈에 띄게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전셋값 인하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거래세는 완화, 보유세는 강화
정부가 3일 발표한 ‘주택거래세 경감조치’는 주택거래 활성화와 주거안정지원을 위해 시작됐다. 정부는 그동안 불필요한 부동산 과다 보유 억제를 위해 보유세는 강화하고 거래활성화를 위해 거래세는 인하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었다.
지난 2005년 건물에 대한 과표체계를 원가방식에서 시가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보유세를 강화시킨 데 이어 2004년 5%(취득세 2%, 등록세 3%)였던 거래세율을 2005년부터 4%(취득세 2%, 등록세 2%)로 1%포인트 인하했다. 특히 개인 간 주택거래 세율은 5%에서 3.5%(취득세 2%, 등록세 1.5%)로 1.5%포인트를 내렸다.
이는 8·31부동산정책의 연장선에 있기도 하다. 2006년도 주택공시가격은 평균 14%(공동주택 16.7% 단독주택 5.9%), 토지공시가격은 18.6%가 인상됐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주택에 대한 과세표준 적용률이 2005년도 공시가격의 50%에서 70%로 인상되면서 과표 현실화가 이뤄지는 등 보유세 부담이 강화됐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8·31부동산정책 이후 과표 현실화 조치로 보유세가 강화된 만큼 취득세·등록세는 인하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주택거래세 부담이 연간 1조4000여억 원 줄어 주택거래 활성과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거래세 인하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세 부담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감소되는 세수는 부동산교부세로 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취득세와 등록세 인하세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를 통과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개정 공포일 이후부터 적용된다. 인하된 세율은 공포일 이후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만 해당된다. 단 공포일 이전 주택을 구입했지만 등기일이 공포일 이후라면 취득세는 현행대로 납부해야 하며 등록세는 인하된 세율에 맞게 납부하면 된다.
취득세는 잔금일이, 등록세는 등기 시점이 각각 납세 의무 성립일이다.
경매의 경우도 공포일 이후에는 인하된 세율이 적용되지만 유상승계 취득이 아닌 증여의 경우 인하된 세율을 적용받지 못한다.
[RIGHT]최재영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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