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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없는 병원’ 첫 선

2007.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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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대장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위해 네 번째 입원한 정순자(62·여·서울 성동구 성수동) 씨. 딸은 얼마 전 출산했고 아들마저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자녀들 마음과는 달리 직접 간병할 형편이 못돼 걱정이 앞섰다. 어머니가 세 번째 입원할 당시에는 딸이 무거운 몸에도 불구하고 수발을 들었지만 출산 후 간병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한양대병원에서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들은 뒤 정씨는 가족들의 심적·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자 곧장 신청했다. 1주일 정도 가족의 돌봄 없이 간병인의 도움을 받은 정씨는 “우선 마음이 편해. 사설 간병인을 고용했을 때는 오히려 내가 이 눈치 저 눈치 봐가며 부탁하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말을 안 해도 알아서 다 해주니까 너무 좋아.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서비스가 상당히 좋아”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지난 7월 4일 백내장 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인 정인중(51)씨 동생 명숙(50·서울 은평구 역촌2동) 씨도 직장과 아이들 때문에 오빠를 돌봐줄 형편이 안 되자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신청했다. 명숙 씨는 “사설 간병인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훨씬 짙다”면서“처음에는 사설 간병인처럼 성의 없이 돌봐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24시간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보살펴 주니 너무 고맙다”고 웃었다.

지난 6월 말 퇴행성관절염 수술을 받은 김정화(60·경기 의정부시 신곡동) 씨도 비슷한 형편이다. 남편과 두 아들이 직장에 다녀 곁에서 보살펴줄 보호자가 마땅찮다. 김씨는 “얼굴도 씻겨주고 머리도 감겨주고 또 대소변도 받아주니 너무 편안하다”며“전문적인 간병인 덕분에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4시간 교대로 간병해주는 덕분에 밤에도 편하게 잘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아주 저렴해 좋다”며 “혹시 입원하는 친구가 있다면 보호자 없는 병원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권유하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내년 5월 말까지 시범운영
7월 9일 오전 서울 한양대병원 본관 16층 신경과 병동. 병실로 이어진 복도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1606호실 입구에 ‘보건복지부 지정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병실’이란 글씨가 적힌 파란색 바탕의 간판이 눈에 띈다. 일반 병실과는 크게 차이가 없는 듯했으나 곧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환자 곁에서 수발하는 보호자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병실의 보호자 침대를 놓아두지 않아 여유가 보였다. 다만 분홍색 가운을 입은 간병인 2명이 환자 6명을 번갈아 가며 식사보조와 운동, 심지어 목욕까지 해주며 제 가족처럼 돌보고 있었다.

환자가 간병인에게 일일이 부탁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다 해준다. 사설 간병인에게 받는 간호서비스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게 환자들의 이구동성이다. 한양대병원이 시범운영 중인 보호자 없는 병원은 7인실 3개 병실과 6인실 3개 병실 등 모두 39개 병상에 27명의 간병인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간병인들은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에서 120시간 이상 간병 관련 전문교육을 받은 후 병실 당 5~6명씩 투입돼 8시간씩 3교대로 환자들을 돌본다. 당연히 병원과 협조도 잘 이뤄져 꼭 필요한 손길이 제 때 환자에게 가닿는다.

천재익 총무과장은 “지난 6월 첫 발을 떼 아직 초반인데도 환자들의 호응이 매우 높다”면서 “간병 서비스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며 특히 병원에 상주할 여건이 안 되는 보호자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서울 건국대병원,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전남 화순 전남대병원 등 4개 대학병원이 시범운영 기관으로 선정돼 내년 5월 말까지 1년 동안 시범 운영된다.








사설 간병인 비용의 27%선
가족 중 누군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환자의 가족으로서 사랑과 의무감만으로 환자의 곁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한번이라도 간병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알 것이다. 특히 환자의 입원기간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간병 문제를 놓고 가족간의 갈등 등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생겨난 제도가 보호자 없는 병원이다.

보호자 없는 병원은 보호자가 상주하며 간병하거나 사적으로 간병인을 이용하지 않고 병원차원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간병서비스다. 특히 환자들이 지불하는 하루 간병비는 1만 5000원으로 사설 간병인 비용(5만~5만 5000원)의 27%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환자 가족의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집안에서 간병인을 쓸 엄두가 안 나고 가족끼리 간병문제를 놓고 서로 갈등만 키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유지형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정책팀장은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은 복지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가족정책”이라며 “더욱 발전시켜 ‘긴 병에도 효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간병을 받을 수 있고 간병인들은 일자리를 얻어 일석이조”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간병 업무에 대한 법적 근거마련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개발 등 제도개선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글 권태욱 기자 사진 한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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