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원 김지연(가명·30) 씨는 아침마다 밥 대신 토스트를 먹는다. 점심에는 스파게티나 피자 등을 사먹고, 저녁때는 회식으로 고깃집을 찾는다. 김 씨의 식습관만 봐도 쌀이 없어서 밥을 못 먹는 시대는 지났다. 다양한 주식이 등장한 만큼 우리 전래의 주식이던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10년 전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은 약 1백6킬로그램이었지만 지난해는 75킬로그램으로 3분의 1가량 줄었다.
이처럼 2000년대 이후 달라진 식생활과 쌀 수입 개방으로 쌀 생산과잉 시대를 맞이했다. 이에 쌀이 다시 사랑받기 위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벼의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더한 쌀 특산품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다.
1980~90년대는 쌀을 값싼 정부미와 고급 일반미로 구분하던 시대였다. 정부미를 주식으로 삼던 대다수 국민에게 밥맛을 따지는 것은 사치에 가까웠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일반미의 브랜드화가 시작되면서 말 그대로 ‘골라 먹는 재미’가 생겼다.
하지만 전국 1천8백여 곳에서 생산되는 쌀들이 브랜드화되기 시작하면서 지역 쌀의 품질을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역 쌀의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해 2003년부터 매년 ‘고품질 브랜드 쌀 평가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자체의 추천을 받은 50개의 쌀을 꼼꼼히 평가해 12개의 우수 브랜드 쌀을 뽑는다.
지난해 선정된 브랜드 쌀을 보면 질적으로 높은 성장을 보였다. 녹차티백을 포장 안에 넣어 방습, 방취, 향미 기능을 더한 전남 보성군의 ‘녹차미인 보성쌀’, 왕우렁이 농법을 활용해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은 충북 청원군의 ‘청원생명쌀’, 전자태그(RFID)를 이용한 쌀 이력추적 시스템으로 수확한 벼의 건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개별상품 단위로 투명하게 관리하는 경기 평택시 ‘슈퍼오닝쌀’ 등 쌀 자체에 지역 특산품을 접목하거나 친환경농법, 정보기술(IT)을 활용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이주영 서기관은 “쌀시장 개방에 대응하고 농가 소득을 올리기 위해 2013년까지 시군 단위 대표 브랜드 쌀 1백 개를 육성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브랜드 쌀의 판매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취급 비율도 50퍼센트까지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쌀뿐만 아니라 각종 기능을 향상시킨 기능성 쌀도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2007년 전남 무안군은 한국식품연구원과 공동으로 지역 특산품인 양파와 약재 등에 함유된 성분을 추출해 벼에 코팅하는 방법으로 혈당을 내려주는 효과가 있는 ‘절당미’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하고 현재 위탁업체에서 판매 중이다.
농촌진흥청도 일명 다이어트 쌀이라고 불리는 ‘감귤쌀’을 5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시켰다. 감귤쌀은 감귤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을 쌀에 코팅해 만든 것으로 고지혈증과 혈액순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 여기에 지방 흡수를 45퍼센트 이상 억제해 비만을 막는다. 또 포도당과 자당 등 당 함량이 보통 쌀보다 6.4배 높아 단맛이 강한 ‘단미벼’와 항산화 작용으로 인체 노화를 방지하는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보석흑찰벼’를 개발해 보급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농촌진흥청은 전통주 제조업체인 국순당과 함께 3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지난해 5월 양조용으로 적합한 ‘설갱벼’를 개발했다. 농촌진흥청 답작과 김연규 과장은 “설갱벼 개발로 전통주, 발효쌀, 식초 등 다양한 형태의 쌀 특산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쌀 소비량은 줄고 재고량은 늘어나는 실정이다. 국내 식량용 쌀 수요는 올해 3백70만 톤으로 2000년에 비하면 72만 톤 감소했다. 국내 쌀 재고량은 지난 6월 말 기준 2백77만 톤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이처럼 밥에서 이탈한 쌀 수요를 특산품이나 가공제품으로 대체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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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각 지자체들은 쌀을 이용한 특산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강원 철원군은 지난해부터 군농업기술센터에서 이 지역 특산품인 ‘철원 오대쌀’을 이용해 쌀 특산품을 개발하고 있다. 쌀국수, 쌀떡 등에 이어 최근엔 쌀아이스크림까지 만들었다. 철원군청 농업기술과 연구개발팀 김미경 씨는 “개발된 쌀 특산품 중 쌀국수의 경우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판매하고 있으며 쌀아이스크림은 좀 더 보완한 뒤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쌀 특산품으로 잘 알려진 막걸리에 지역 특산품을 결합한 마늘막걸리도 만들어졌다. 경남 남해군농업기술센터와 지역 업체가 마늘과 쌀을 결합한 마늘막걸리를 개발한 것이다. 9월 초 출시된 마늘막걸리는 남해에서 생산되는 생마늘과 남해산 쌀을 함유해 지역 특산품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강원 원주시 ‘쌀찐빵’, 경기 이천시 ‘쌀한과’, 경기 안성시 ‘쌀송편’ 등 쌀을 이용한 지역 특산품을 만들어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쌀 특산품과 더불어 쌀의 무한 변신을 돕는 쌀 가공산업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8월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쌀국수, 쌀라면 등 쌀가루로 만든 가공식품으로 밀가루에 내줬던 면류시장을 탈환해 쌀 소비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쌀 생산량의 6퍼센트만 가공용 쌀로 사용되는 것을 2012년엔 10퍼센트까지 늘릴 계획이다. 군, 경찰, 학교 급식 등 공공 부문부터 밀가루 식품을 쌀건빵, 쌀자장면 등 쌀 가공식품으로 대체하고 쌀가루 대량생산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쌀가루 제분공장 설립도 추진될 예정이다.
한편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지난해 처음으로 쌀 함유량이 15퍼센트 이상인 제품 가운데 ‘우수 쌀가공 톱10’을 선정해 발표했다. 송학식품의 ‘꼼꼬미 쌀떡볶이’, 성찬식품의 ‘깜밥 누룽지탕’, 태평양물산의 ‘우리쌀 핫케익믹스’ 등이 선정돼 다양한 쌀 가공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렸다.
농촌진흥청도 2002년부터 매년 ‘농특산물 아이디어 상품을 선정하는 베스트 10’ 행사를 개최해 쌀로 만든 아이디어 특산품을 소개하고 있다. 올해는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입주 업체인 한스바이오가 개발한, 콜레스테롤 억제 기능과 뇌세포 대사 활성화 기능이 있는 홍국쌀이 첨가된 ‘홍국누룽지’와 ‘홍국사과스낵’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글·김민지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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