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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안심해도 좋다 | 과학으로 풀어본 광우병

200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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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미국산 쇠고기 안전성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한편에서는 ‘안전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안전하지 않다’며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과학적인 근거보다 주먹구구식의 ‘카더라’ 통신을 더 믿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민들을 불안케 하는 광우병. 그 실체는 무엇이고, 해결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광우병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Mad Cow disease’라는 검색결과가 나온다. ‘소가 미친병’, 즉 소의 신경성 질병을 얘기하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BSE)’, 우리말로는 ‘소해면상뇌증’이란 병명이 붙는다. 이번 국회 청문회나 기자회견에서 ‘BSE’라는 말이 자주 사용된 것은 광우병을 의학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광우병 발생원인은 쇠고기 사료
광우병이 발생하는 원인은 쉽게 말해 쇠고기를 재료로 한 사료를 소에게 먹였기 때문이다. 소가 소로 만든 사료를 먹게 되면 변형 프리온 단백질(Abnormal prion protein)이 뇌에 축적되고 뇌의 신경세포가 죽으면서 뇌 조직이 스폰지 모양으로 변형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광우병은 보통 2~8년, 평균 4~5년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증상은 근육마비와 이로 인한 보행불능과 기립불능 등이 나타나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광우병이 과연 인간광우병으로 전파될 확률이 높은가 하는 점이다. 또한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의 경우 광우병 노출 빈도가 높은 MM형의 유전체를 갖고 있다는데, 실제로 광우병 전염 가능성이 높은가 하는 점도 초미의 관심거리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개연성은 있으나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말로 일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간광우병, 즉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 v.Creutzfeldt-Jakob disease)은 BSE 원인체가 인간에게 감염된 경우 발생한다. 인간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생겨나 유럽까지 퍼졌지만 소에게 동물성 사료 급여 금지조치를 시행한 1990년대 중반부터는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축 질병 확산 방지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는 30개월령 이하의 소는 편도와 회장원위부 등 2개, 30개월령 이상된 소는 뇌·눈·머리뼈·척수(등골)·척주·편도·회장원위부 등 7개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 Specified Risk Materials)로 규정하고 있다.

OIE측은 “현재까지 감염된 소에서 SRM 해당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BSE 원인체가 발견된 적은 없다”며 “BSE에 감염된 소라도 SRM을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는 “광우병에 감염된 소도 특정위험물질을 제거하면 광우병 인자들이 축적된 것이 없다”며 “30개월도 충분히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더 위험”주장은 지나친 확대해석
MM형 유전체가 90% 이상인 한국인의 경우 변종 CJD 위험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대다수 변종 CJD 환자의 유전자 중 129번 코돈(codon)에서 MM(Methione/Metionine) 동일형이 나왔고 이 동일형이 vCJD의 위험요인 중 하나지만 다른 위험요인인 연령, 출생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인간광우병에 취약하다’는 논문을 써 논란의 시발점이 된 한림대 김용선 교수의 논문에는 정작 변종 크로이츠벨트-야콥병(vCJD)과 인간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 단백질 유전자형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았다고 질병관리본부측은 전했다.

한림대 윤대원 이사장은 “김 교수의 논문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학자들도 함부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언론과 정치권의 자의적인 해석이 사태를 키웠다”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기고 |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이성적 토론 아쉽다

글 | 권준욱(질병관리본부 전염병관리팀장)

영국의 저명한 의학통계학자인 더글러스 알트먼은 ‘Absence of evidence is not evidence of absence’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흔히 이전에 발표된 의학 논문을 근거로 하여 새로운 약품이나 치료 기술의 장점을 선전하곤 하지만, 근거라고 제기된 논문의 이면에 숨겨진 임상 시험 및 통계적 방법이 갖고 있을 수 있는 허점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광우병 논란을 보면서, 필자는 바로 이 격언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과학적인 사실에 관한 한 올바른 근거와 엄밀한 해석을 바탕으로 토론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떠도는 소문이 더 진실한 근거로 간주되고 감정적인 선동이, 차분한 해석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세계 각국에서 한국인을 입국 금지시킨다느니, 변종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은 같은 식기를 사용하기만 해도 옮겨진다는 등의 거짓 소문이 인터넷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심지어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때문에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을 믿고 이를 다시금 널리 퍼뜨리고 있다. 그 결과 이제는 과학적, 의학적 사실에 근거한 이성적인 토론과 분석이 불가능한 분위기마저 조성되고 말았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는 물론이고, 의사협회 등 전문가 단체 등이 변종 광우병의 위험에 대해 냉정하고 학문적인 견해를 발표하면, 여론은 이들을 대중의 목소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기 일쑤다.

과거 후천성 면역 결핍증, 즉 에이즈(AIDS)가 처음 국내에서 발생했다고 보고되었을 때 사람들은 에이즈에 관한 온갖 근거 없는 뜬소문을 주고받았다. 그렇지만 이후 에이즈의 전염 경로에 대해 많은 홍보가 이루어진 덕분에, 이제 더 이상 에이즈 감염인을 쳐다보거나 같이 앉아 있기만 해도 전염된다는 소문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에이즈 감염인들이 알게 모르게 차별을 당하고 인격적인 모욕을 당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변종 광우병은 분명 공공 보건에 잠재적인 위험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감염 시 치명적인 질병이다.  필자는 이러한 명백한 과학적 사실마저 부정하고 덮으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과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공공 보건상 위해를 초래하는지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토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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