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정각 12시입니다.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독도 원정대장 78학번 김운태 씨의 우렁찬 목소리에 팀원들은 일제히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었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 깊이 들어간 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 씨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돌리는 순간 휴대전화에 잇따라 메시지가 떴다.
“여기는 백령도, 다이빙 입수에 성공했습니다.”
“여기는 백두산 천지다! 다이빙에 성공했다!”
“이곳은 마라도. 좋은 날씨와 잠잠한 바다 덕분에 다이빙 입수 성공!”
지난 8월 15일 광복절에 한양대 스킨스쿠버 다이빙 클럽 회원들이 4극 다이빙에 성공했다. 53명의 회원들은 대한민국 동서남북 4극인 독도(15명), 마라도(27명), 백령도(6명) 바다와 백두산 천지(5명) 속으로 뛰어들었다. 약 17킬로그램의 산소통, 8킬로그램가량의 벨트에 의지한 채 ‘독도는 우리 땅(독도)’ ‘남북 통일(백령도)’ ‘바다 사랑(마라도)’ ‘인류 평화(백두산)’의 염원을 기원하면서 한반도 해저에서 뜻깊은 호흡을 나눈 것이다.
1969년 결성돼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한양대 스킨스쿠버 다이빙 클럽은 재학생 21명, 졸업생 1백90명이 소속돼 있는 유서 깊은 동아리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열린 ‘스킨스쿠버 다이버의 밤’ 행사에서 광복 64주년과 동아리 40주년을 동시에 기념하기 위해 4극 지점 다이빙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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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회원들 대부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과연 이 일을 성공해낼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동아리의 추억과 나라 사랑을 기리는 행사를 치러보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4극 원정대 대표들과 후배 재학생들은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4극 다이빙 행사를 준비해나갔다. 섬 출입 허가와 관련된 서류 준비와 뱃삯, 체류비 등의 경비 문제까지 꼼꼼히 점검했다.
선배 회원들은 짬을 내 주말마다 후배들을 이끌고 다이빙 훈련을 떠났다. 미처 단체 훈련에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수영이나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을 다졌다. 지난 3월엔 동아리 방 앞에 4극 지점 다이빙의 성공을 기원하는 소나무도 심었다. 다이빙 최종 리허설을 위해 8월 8일에는 4극 다이빙에 참여하는 원정대원 모두 제주도로 훈련을 떠나기도 했다.
이렇듯 67학번부터 09학번까지 학번과 나이를 뛰어넘어 4극 다이빙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고 준비했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았다. 4극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을 허락받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섭외가 가장 어려웠던 곳은 백두산 천지였다. 천지는 평소에도 관광객을 통제하는 곳이기에 다이빙 입수는 더더욱 쉽지 않았다. 섭외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다이빙 입수 하루 전날 백두산을 찾은 백두산 천지 원정대는 일단 두만강 국경지역과 윤동주 시인의 모교 대성중학교 등을 방문하며 상황을 살폈다.
백두산 천지 원정대장 69학번 최형식 씨는 “광복절 당일까지도 입수할 수 있을지 크게 염려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새벽 일찍 일어나 산을 올랐다”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는 안개가 자주 껴 1년에 수면이 보이는 기간이 90일 남짓한 곳이다. 그런데 4극 다이빙의 성공을 기원이라도 하듯 8·15 광복절 날의 천지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대원들은 당일 백두산 중국 관리인에게 천지 생태계 조사가 목적이라고 설득해 무사히 몸을 담글 수 있었다.
백령도는 군사시설 지역이라 공식적인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근래 백상아리가 수시로 해안가에 출현해 백령도 원정대는 다이빙 전날까지 ‘바다에 상어가 출몰한다’는 위험 경고를 듣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히 해병대 특수수색대의 도움으로 해안을 철저히 검색한 뒤 당일 무사히 다이빙을 실행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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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주변에서 치러지는 4극 다이빙 성공의 관건은 그날의 날씨와 바다의 여건이었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에게서 받았던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한순간에 떨쳐낼 만큼 광복절의 날씨는 화창하고 바다는 잠잠했다.
마라도 원정대에 참여했던 08학번 허소영 씨는 “행사 전날 비가 많이 와서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됐다. 게다가 마라도는 파도가 세고 조류가 심한 곳이라서 ‘바다에 떠내려가면 위험할 수 있다’는 등 무서운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서 입수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고 말했다.
독도 역시 날씨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였다. 다이빙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독도 원정대장 78학번 김운태 씨는 “파란 하늘 아래 우뚝 선 독도가 아름다운 섬이라는 걸 처음 깨달았다. 아름답고 소중한 독도를 잘 간직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4극 다이빙으로 한양대 스킨스쿠버 다이빙 클럽 회원들은 다시금 한반도의 아름다움에 대해 느끼게 됐다고 했다. 동아리의 최고령 회원이자 창립 멤버인 최형식(61) 씨는 “4극 다이빙으로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누릴 수 있어 좋았지만 더 늦기 전에 하루 빨리 통일이 됐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밝혔다. 백두산 천지를 북한이 아닌 중국을 통해 찾아간 것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마라도 원정대에 참여했던 01학번 김태성 씨 역시 “이번 행사로 통일을 빨리 앞당기거나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겠지만 천천히 한 발자국을 내딛는 작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광복절 4극 지점 다이빙을 마친 이들은 또 다른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동아리 창단 50주년에는 5극 지점으로 5대양을, 60주년에는 6극 지점으로 6대양 등 대한민국 한반도를 넘어선 도전을 할 계획이다.
글·변인숙 객원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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