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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 여는 ‘할머니’ 바리스타들

2009.09.28 부처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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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카푸치노랑 스무디 주세요.”“오늘은 딸기가 싱싱한데 딸기스무디는 어떠세요?”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주는 전문직인 바리스타 하면 흔히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 나오던 꽃미남이나 유명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이 떠오른다. 그런데 지하철 3호선 일산 주엽역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실버데이’엔 특별한 바리스타들이 있다. 어머니 같은 따스함으로 손님을 맞는 60, 70대 여성 ‘실버 바리스타’들이다.
 

실버데이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이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커피 전문점이다.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2008년 6월 복지관 안에 ‘아지오(Agio)’라는 실버 카페를 만든 후 주민들 반응이 좋아 지난 4월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주엽역에 각각 실버데이를 개점해 운영하고 있다.
 

주엽역 실버데이엔 현재 김미순(60·사진 가운데) 씨와 박미령(60) 씨를 포함해 네 명의 실버 바리스타들이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돌아가며 일하고 있다. 김 씨와 박 씨는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노년에 만난 새로운 도전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처음엔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만들어줄 때 너무 떨렸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맛있다’며 빈 컵을 건네줄 때 정말 보람찼죠.”(김미순 씨)
 

“환갑인 나이에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재미있고 뜻깊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가끔 가족들에게도 한 잔 만들어주면 좋아해요.”(박미령 씨)
 

전업주부였던 김 씨와 박 씨가 바리스타가 된 것은 지난 4월 인터넷과 생활정보지를 통해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의 바리스타 취업 과정을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들은 아이들을 키우면서 자료 조사나 모니터 같은 아르바이트나 그림, 운동, 꽃꽂이 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덜했다고 한다.
 

덕양노인종합복지관은 2008년 6월쯤 바리스타 교육과정을 개설해 만 6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다. 기수마다 10명 정도가 신청해 현재 3기까지 배출시켰다. 박 씨와 김 씨는 3기생으로 수료를 마친 후 이곳에 취직한 것이다.







 


 

교육은 2개월 동안 주 4시간씩 이론과 실기로 진행된다. 커피, 생과일주스 등을 만드는 법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법까지 자세히 가르친다. 김 씨는 “이론과 실기 교육을 거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평소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이라 즐겁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처음에 이론을 배우는데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페라떼 등 커피 종류가 많은 데다 낯선 이름들이라 좀처럼 외워지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거기다 재료를 배합하는 비율과 만드는 순서는 어찌나 복잡하던지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거예요. 그래도 계속 교육을 받다 보니까 어느 순간 숙련이 되더라고요.”
 

박 씨는 ‘항상 친절하고 웃는 모습으로 손님을 대한다’ 등 교육받은 대로 10가지 근무수칙에 맞춰 손님들을 대하려고 노력하는데, 처음엔 그게 쉽지 않았다며 웃었다.
 

“일을 시작한 첫날 맨 처음 손님에게 주문을 받는데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라고요. 주문은 잘 외울 수 있을까, 음료수는 맛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하지만 일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은 누가 봐도 멋진 베테랑 바리스타가 됐다.
 

“젊은 사람들이 좀 더 숙련된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 같은 실버 바리스타의 음료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어요. 손님에 대한 의무감이 아닌, 가족에게 주는 사랑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김 씨와 박 씨는 “바리스타란 음료 제조 기술과 더불어 사람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직업”이라며 “그래서 항상 다양한 손님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말한다.

젊은 사람들에게 공경받아야 할 나이에 오히려 자신을 낮춰 젊은 사람들을 대우하는 게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박 씨는 “연령대가 다양한 손님들의 말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되면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며 “꽉 막힌 채 자신만 챙기는 노인은 되고 싶지 않다”며 웃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즐겁고, 매일 나를 기다리는 손님이 있어 행복하고, 일을 통해서 나누는 기쁨이 있는 실버데이가 좋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시니어 바리스타로 활약하면서 삶의 여유를 나누고 싶어요.”
 

글·김희연 객원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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