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여경기동대 이새롬(28) 경장은 아직 앳된 표정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지만 말투에는 당찬 모습이 역력하다. 경찰 입문 5년째를 맞은 그는 여경기동대 여성·청소년계에서 대여성범죄 수사 업무를 맡고 있다.
“대학에서 경찰행정을 공부했는데, 4학년 때 경찰시험에 합격해 졸업 전부터 경찰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용산파출소에서 초년시절을 보냈는데 그때를 생각하면 우선 청소하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웃음). 27개월간 파출소 근무를 하면서 많은 걸 배웠죠. 여자 경찰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고요. 다른 경찰들과 똑같이 밤새우고, 순찰 돌고 교통 위반 딱지도 뗐어요.”
그는 이 말끝에 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야기를 꺼냈다.
“치마제복을 입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이 달았던 노란 견장도 5년 동안 한 번도 달아본 적이 없어요. 더구나 민간인을 수사 업무에 끌어들이는 경우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이죠.”
경찰 제복을 입기 전부터 꼭 수사 업무를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마침 지난 2002년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는 일선 경찰서로부터 넘어 온 사건이나 피해자가 직접 서울지방경찰청에 신고한 사건, 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들을 통해 신고된 사건을 주로 다룬다. 평소 잠복근무도 잦은 편이지만 지난 10월 ‘성매매방지특별법’ 발효 이후로는 부쩍 출동 횟수가 늘었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선급금’ 5,000만 원 때문에 납치 폭행당한 성매매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업주와 사채업자를 검거하기도 했다.
“성폭력·가정폭력·아동성폭력·성매매 관련 수사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 이들 범죄는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이잖아요? 아무래도 남자경찰보다 여경에게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는 데 주저하지 않아 수사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들의 고통을 들어 주고 해결해 주는 상담자 역할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성폭행당한 장애아동의 보호자로부터 ‘재판에 가게 됐다. 고맙다. 고생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정말 일하는 보람을 많이 느꼈어요. 가해자가 계속 부인하는 바람에 사건 해결이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다행히 증거를 확보해 검찰로 송치했는데, 검찰에서 그 증거를 인정한 뒤 피해자 측에서 작은 위로가 됐다고 생각하니 힘이 더 나더군요.”
지금도 사건을 맡게 되면 어떻게 가해자를 조사할 것인지, 증거는 어떻게 찾을 것인지, 어떤 법률을 적용할 것인지 고민하느라 밤잠을 설친다는 그는 요즘 더 큰 욕심(?)을 부리고 있다.
“형사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강력반 형사를 해보고 싶어요.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혀 주는 역할을 하고 싶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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