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소방서 방배파출소 이경란(29) 소방교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소방서의 주요 업무인 화재진화·구조·구급 등 3개 분야 가운데 그의 임무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응급환자를 돌보고 이송하는 것.
“어려서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었어요. 대학도 간호학과에 가려고 작심했죠. 그런데 대학학과 안내서를 보다 우연히 응급구조학과에 대해 알게 됐는데, 묘하게 마음이 끌리더라고요.”
그가 대학에 입학한 1995년은 마침 전국 11개 대학에 응급구조학과가 신설되던 해였다.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어서 졸업 후 진로 때문에 마음고생도 했어요.” 하지만 2000년 그가 채용되던 해,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119구급대원 채용조건이 그동안 간호사 출신에서 응급구조학과 출신으로 바뀐 것이다. 그는 곧 경기 하남소방서에서 응급구조사로서 첫발을 뗐다. 하루 출동 횟수가 10차례가 넘는다는 그는 응급환자를 수없이 구난했지만 성남서 시절 만난 할아버지 한 분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호흡이 곤란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어요. 3월이어서 추위가 가시지 않은 날씨였는데, 방에 들어갔더니 방바닥이 발을 디디기 어려울 정도로 냉골이었어요. 할아버지는 그 냉방에서 외투를 껴입고 솜이불을 덮고 계시더군요. 너무했다 싶어 나중에 자녀에 대해 여쭤 봤더니 아무 말씀 없이 눈물만 흘리시더군요. 얼마나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던지….”
그날 이후 그는 독거노인들에게 그런 ‘우문(愚問)’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단다.
“119신고 가운데 진짜 응급환자는 열 건 중 두세 건 정도에 불과해요. 장난삼아 하는 구조요청도 많거든요. 그런 사람 때문에 생명이 위급한 사람이 도움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죠.”
평소 ‘구급대의 현장 도착 시각’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온 그는 이와 관련한 테마 연구를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혹여 구급대가 늦어지는 바람에 도움받을 기회를 잃는 분이 생겨서는 안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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