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이~익) 한라 3호, 한라 3호. 여기는 항무인천.”
“예, 한라 3홉니다.”
“현재 시정은 어떻습니까?”
“예, 좋습니다.”
“대기묘지(배가 항만에 들어오기 전 닻을 내린 채 대기하는 장소)에 현재 작업이 많습니다. 주의해서 들어가십시오.”
“두세 시간 엉덩이만 붙였다 나갈 겁니다. 고맙습니다.”
“침선부표 위치 아시죠?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고맙습니다. 인천에 자주 들어와서 잘 압니다.”
1분 남짓한 짧은 통신 중에도 관제사와 선장 사이에 교감이 느껴진다.
네트(바닷길이 표시돼 있는 모니터 앞의 관제석)에 앉아 시멘트운반선과 통신을 하고 있는 고애순(55·여) 관제사. 그녀 앞에 있는 3대의 모니터에는 해당 배의 국적, 크기, 흘수(배가 물 위에 떠 있을 때 물에 잠긴 부분의 깊이), 무게 등의 정보가 떠 있다.
“요즘은 하루 8시간 근무를 하는 동안 150척 정도의 배를 안내합니다. 주간-야간-휴무의 순으로 일하기 때문에 개인생활은 거의 없지만, 선박의 안전한 입출항이 내 손에 달렸다는 자부심으로 일합니다.”
해양수산부 인천지방해양수산청 항만교통정보실에 근무하는 고애순 관제사는 1973년부터 34년째 근무하는 베테랑이다. 인천항을 자주 드나드는 뱃사람들 사이에선 친절하고 정확한 안내로 정평이 나 있다. 동료 중에서도 왕고참이라 별명도 ‘왕누님’ ‘영원한 누나’로 불린다.
전국 해상교통정보실 14개소에는 189명의 관제사가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0명(부산 4·인천 1·여수 1·마산 1·울산 1·대산 2명).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특별한 대우는 없다. 남자 직원과 같은 근무조건으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일을 한다.
“365일 내내 24시간 근무표에 따라 일하는 것이 힘듭니다. 근무하는 8시간 동안은 잠시도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습니다. 여성이라서 특별히 힘든 점은 없어요. 굳이 꼽자면 명절 때나 집안 경조사에 참석하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것과 야간근무가 많아 생체리듬이 깨질 때면 힘이 듭니다. 그래도 ‘수고한다’고 인사를 건네는 선장이나 항해사의 말에 기운이 납니다.”
인천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최고 10m에 이를 정도로 큰 지역이다. 물이 들고 날 때에는 물 흐름이 강해 간혹 선박이 항로를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 배를 운항하는 최종 판단은 선장이 하지만 관제사는 해로나 선박의 예상항로, 물때 등을 종합해 정보를 제공한다. 그래서 관제사는 안전을 약속하는 수호천사다.
해상교통관제사가 사용하는 첨단장비는 총 10여 가지. 레이더를 비롯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감시카메라, 초단파(VHF) 무선전화, 방향탐지기(VHF-DF), 기상장비 등에 나타난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시정 상태가 나쁘거나 주의보가 내렸다가 해제될 경우 한꺼번에 입출항로에 많은 선박이 몰립니다. 많을 때는 시간당 50~60건이 집중되기도 합니다. 복잡한 상황에서 선박의 충돌을 막아 위기를 넘겼을 때 보람이 큽니다. 외국의 선장이 청장을 찾아와 여성관제사의 친절함에 고맙다는 인사를 한 적도 있어요.”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선박의 입출항을 돕는 고애순 관제사. 그녀가 인천항을 출입하는 국제여객선·화물선·어선 등 각종 선박의 안전을 위해 다시 돌아가 앉은 네트 주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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