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은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시기다. 녹색의 산과 들은 따사한 햇살 아래서 눈이 부실 정도다. 그래서인지 이 계절엔 실내로 들어서면 왠지 좀 어둡고 쌀쌀한 느낌이 더욱 도드라진다.
‘입양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9일, 서울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의 ‘아기 방’은 어딘지 쓸쓸했다. 크지 않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방안으로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에 압도당해서였을까.
장찬미(50)씨는 아기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걸 내켜하지 않았다. “그냥 기저귀 빨래하고 그러는 게 좋은데…. 아기들을 보면 매번 마음이 좋지 않아서요.”
100평방미터가 넘어 보이는 방안에는 요람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장씨가 그 중 한 요람으로 다가가더니 아이를 들어 올려 가슴으로 안았다. “너 왜 이렇게 예쁘니. 웃어 봐, 웃어 봐.” 장씨는 태어난 지 3~4개월쯤 돼 보이는 아이를 들여다보며 예뻐 어찌할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장씨는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가 운영하는 이 입양원에서 8년째 일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다. 기저귀나 옷 빨래는 눈을 감고도 할 만큼 이력이 붙었지만, 아기를 돌보는 일은 여전히 벅차다. 몸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이에게 입양 대기아는 면역이 되지 않는, 영원한 가슴앓이의 대상인 것 같았다.
“아이들이 말은 못해도 환경이 바뀐 걸 다 아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제엄마, 아빠 손에 길러지지 못하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다 미어집니다.”
장씨가 이 입양원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이었다. 가톨릭 신자 3~4명과 함께 일회성으로 방문했다가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바람에 아예 매주 고정적으로 찾게 된 것이다.
8년간 자원봉사 사명감 느껴
“일종의 사명감 같은 걸 느꼈어요. 나를 참으로 필요로 하는 곳이구나 하고 말이지요.” 장씨는 자원봉사로 일한 뒤 휴가도 길게 가지 못했다. 매주 찾아오는 당번 일을 빼먹기 싫어서였다. 몸을 못 움직일 정도로 아팠던 며칠을 빼놓고 그는 지난 8년간 사실상 입양원에 개근했다.

장씨와 입양원의 인연은 그러나 단순한 자원봉사 정도에 머무르지 않았다. 자원봉사를 시작한 이듬해 그는 이곳의 남자이이 한명을 입양하고야 말았다.
“입양원 구들 공사 때문에 집에 일주일가량 아이 하나를 데려왔어야 했어요. 한데 입양원으로 돌려보내야 할 시간이 됐는데, 도저히 못 보내겠는 거예요.”
모시고 살던 시어머니가 잠깐 반대 의사를 나타냈지만, 결국 그의 입양 의사를 수용하는 등 입양은 순조로웠다. 남편도 적극 밀어줬고, 중학교와 고등학생이던 두 딸도 환영했다.
그는 “키워보면 낳은 자식이나 기른 자식이나 똑같다”며 가정형편이 크게 어렵지 않다면 입양은 힘든 일이 아니라고 했다. 입양 결정은 보통은 경제적 요인 보다는 심리적 요인에 더 좌우된다는 말이었다.
장씨는 최근 들어 해외 입양보다는 국내 입양이 더 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반갑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입양에 좀 더 마음을 열고 있는 것 같아서다.
실제로 보건복지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처음으로 전체 입양에서 국내 입양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입양 비율은 40% 선을 밑돌았다.
“문화도 음식도 다른데 외국 사람들 손에 키워지는 것보다는 우리나라 사람들 손에 키우는 게 아무래도 좋지 않을까 해요. 남성 중심의 사고만 완화된다면 국내 입양이 더 늘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10대 미혼모 줄이는 게 우선
장씨는 “입양원의 여아들은 들어온 지 일주일도 못 돼 새 부모를 찾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아들은 길게는 1년 가까이 입양원에서 ‘대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집안의 뿌리를 남성 중심으로 이어가려는 사고방식이 남아 입양을 꺼리게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장씨는 그러나 최근 미혼모들이 입양기관 위탁보다는 직접 양육에 더 많은 관심을 보내는 추세에 대해서는 일단 긍정적인 현상 같다고 말했다. “입양 기관에 위탁되는 아이들의 절대 다수가 미혼모들에 의해 발생합니다. 또 미혼모의 대부분은 10대들이지요. 아기들은 물론 본인들을 위해서도 10대들의 임신을 사전에 막는 게 우선돼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입양을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이 좋은 부모를 만나 잘 살기를 기도하는 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말했다. 입양해야 할 아이들이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면 사람들이 입양에 마음을 좀 더 열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장씨는 최근 9년 만에 녹색 어머니 자원봉사 일을 또 시작했다. 가슴으로 낳은 그의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가는 빛줄기라도 어두운 데를 비추면 그 존재감이 뚜렷한데, 장씨가 경우가 그랬다.
| 13세까지 입양아동 양육수당 지급 입양 아동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 입양 아동에 대한 의료급여는 물론 2006년 말부터는 최고 2주의 입양휴가제도도 도입됐다. 휴가제도는 우선 공무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는 입양기관을 통한 국내 입양에 대해 수수료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13세까지 입양 아동에 대한 양육수당도 지급한다. 지자체별 입양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천광역시는 월 최고 20만원까지 양육비를 지원하는 한편 입양아동 심리치료 사업 등도 병행하고 있다. 과천시 또한 최고 20만원까지 매월 양육비를 지원하고, 다자녀 가정에 대해서는 입양 축하금도 지급하고 있다. |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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