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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호>만경평야에 떠오른 김제 백련차

200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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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평선으로 해가 지는 곳, 맑은 날에도 지평선이 가물가물 보이는 김제 만경평야 곳곳에 세워진 전신주가 이채롭다. 김제의 광활한 들판과 지평선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경치다. 7000만 평의 논에서 한 해 150여만 가마의 쌀이 생산되는 김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의 2.5%가 김제산이라니 가히 한반도의 곡창지대다. 김제에는 역사적으로 기록된 가장 오래된 저수지 둑인 벽골제가 있다. 둑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둑의 길이가 3.3km, 저수지 둘레는 44km에 달했다고 한다. 산이 거의 없어 인공적으로 물을 가둬둘 시설이 필요했던 까닭이다.


‘백련차’ 쌀농사보다 5배 이상 부가가치 높아
김제를 대표하는 쌀농사에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바로 대체작물이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과의 통상에서 쌀농사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비롯한 대안이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이 매년 가을에 열리는 ‘지평선축제’로 대변되는 백련(白蓮).

백련은 하얀 색깔의 연꽃을 말한다. 진흙에서 자라며 깨끗한 꽃을 피우는 연은 차(茶)를 비롯해 다양한 형태로 가공되고 있다. 관광상품 개발과 함께 웰빙 열풍에 힘입어 장류·장아찌·술·밥 등 음식물로 가공되기도 한다.

김제에서 최근 백련을 이용한 차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곳은 두 군데. 금산면 쌍용리의 ‘하심수제차(下心手製茶)’와 청하면 대청리의 ‘다련원’이다. 하심수제차는 차를 만드는 과정 중 덖음(차를 만들기 위해 생잎을 볶듯이 익히는 과정)을 직접 손으로 하고 다련원에서는 기계를 이용한다.

“젊은 사람들이 멀쩡한 논을 엎고 구덩이 파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미친 사람들’이라며 손가락질을 했었죠. 벼 농사꾼이 논에다 다른 걸 심는다니 이해가 안 될 수밖에요.” 금산면 쌍용리에서 만난 주민 김모(65) 씨는 5년 전의 일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을 심던 조영수(42·하심수제차 대표) 씨를 비롯한 젊은이들은 개의치 않았다고 한다. 녹차를 만드는 기술이 있었기에 연을 이용한 차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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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 경작지 5년 만에 600배 늘어
처음에는 연이 깊은 연못에서만 자라는 줄 알았다. 그래서 논을 깊이 파고 물을 가두려 했지만, 물은 생각대로 고이지 않았다. 연이 자라는데 적당한 조건을 알기 위해 이름난 연지(蓮池)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연은 깊은 물에서만 잘 자라는 게 아니었다. 연못 가장자리의 얕은 땅에서 연이 더 잘 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논바닥에 직접 연을 심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연은 잘 자랐고 관리도 쉬웠다. 모래 토양에서는 꽃도 많이 펴 연꽃잎차로 만들어 팔기에도 좋았다.

하심수제차의 경우 재배 첫해인 2001년의 연지는 10평에 불과했다. 1년 만에 연지는 700평으로 늘어났다. 적당한 조건만 갖추면 연의 번식력은 놀라울 정도로 왕성했다. 그 이듬해 2000평, 다음해에는 3000평으로 늘었다. 차로 만들어 파는 것은 물론 연꽃잎과 종근 판매(연근을 뿌리째 종자삼아 파는 것)를 병행했다. 2005년에는 4000평으로 늘었고, 올해는 6000평으로 연지를 늘릴 계획이다.

쌍용리 주민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논에 연을 심는 젊은이들의 ‘실험’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되자 보는 눈도 달라진 것이다. 연을 심어 차를 만드는 사업이 주민들의 수입에도 보탬이 됐다. 연근을 수확하는 일에 주민들의 일손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되기 전인 3월 중순에 수확하는 연근은 마을주민들의 새로운 농한기 수입원으로 자리 잡았다.


“한 가지도 버릴 데가 없는 작물”
하심수제차의 조영수 사장은 “연의 뿌리는 비교적 추위에 강해 겨우내 그대로 뒀다가 3월에 수확을 하고 필요한 곳에 옮겨 심습니다. 김제의 기후와 수질, 토양에 연이 자라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한 뼘만 파고 들어가도 모래가 나오는 논은 연을 가꾸고 돌보는 데 좋은 조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백련은 차로만 이용할 수 있는 작물이 아니다. 관상용으로 꽃을 즐길 수도 있고 뿌리는 뿌리대로 약재나 반찬으로 이용할 수 있다. 버릴 데가 없는 작물인 셈이다. 연꽃이 피는 7월 중순부터 9월 초까지는 꽃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리기도 한다.

현재 하심수제차의 백련차는 세 가지 형태로 판매된다. 연잎과 연꽃 등을 이용한 차, 백련 꽃 생화 판매, 종근 판매 등이다. 2005년에 50g짜리 차 1000통 분량인 50kg을 만들었고 올해 목표는 200kg(금술차 기준 2억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차를 많이 생산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생산량을 늘리려면 소비시장이 그만큼 확보돼야 하고 인건비 등에서 수지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제농특산물쇼핑몰인 지평선 몰에 상품을 올린 이유도 거기 있었다. 올해는 연지 옆에 부스를 마련해 백련차, 연 요리 등을 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관광 상품과 연계한 백련차 알리기에 앞장서는 업체도 있다. 청하면에 있는 청운사에서 재배를 시작한 다련원이 그곳이다. 차와 함께 한과, 식품, 음료 등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선 다련원은 청운사의 주지 도원스님이 수년간의 연구 끝에 백련차를 보급하고 있다.

청운사의 백련지는 1999년 시작된 지역축제에서 전국적인 규모로 성장한 지평선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인정받고 있다. 청운사의 백련 재배는 2001년 500평에서 시작해 2004년 1만3000평, 올해는 2만여 평의 연지에서 150여 종의 연이 자라고 있다.
보관이 가능한 차 형태를 기준으로 봤을 때, 2005년에는 1000kg을 생산했고, 올해에는 5000kg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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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적게 들고 친환경 재배 가능
하심수제차에 비해 다련원은 대규모의 차 생산이 가능하다. 차를 익히고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덖는 과정을 기계로 하기 때문이다. 다련원의 류월영(50) 작목반장은 “백련차뿐만 아니라 올해 장류와 술 등 일고여덟 가지의 다양한 제품이 나오면 청하면의 지역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백련을 이용한 국수, 향다(香茶), 약차 등 3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다련원은 지평선축제와 청운사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축제 기간 내내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열대 연 등을 갖춘 연 식물원도 올해 초 개관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 중이다.


저비용·친환경 재배 가능… 고부가가치 창출
“연을 이용한 농업은 투자비, 인건비 등을 포함해 쌀농사에 비해 5배 이상의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특히 김제의 기후나 토질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연의 생육에 이상적이기 때문에 벼농사를 대체할 작물로 가장 적합하다고 봅니다.”

한미 FTA 등 최근 쌀 생산에 불리한 농업 환경을 농업인 스스로 깨고 나가야 한다는 류 작목반장은 생산량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백련차의 소비만 보장된다면 전혀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백련을 이용한 차는 혈관 벽을 강화시켜주고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생성해 기억력 감퇴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레시틴이 다량 함유돼 있고 위벽 보호와 해독, 지혈과 숙취 해소에 좋은 타닌과 무틴 성분이 있는 건강차로 평가되고 있다.

백련차는 벼농사에 비해 수익성이 5배 정도 높으며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부가가치도 높다. 2005년 연꽃 한 송이당 3000원, 종근 1개당 5000~3만원에 판매될 정도다. 꽃, 잎, 뿌리까지 가공과 판매가 가능해 버릴 것이 없는 것도 장점이다. 백련의 풍성한 잎과 하얀 꽃은 관상 가치도 높아 여름철에 관광작물로서도 손색이 없다.

김제시청의 최향근 산업과장은 “금산면의 경우, 올해 쌀 대체작물 재배 명목으로 5000평 식재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인 25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농업이 여러 방면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RIGHT]이병헌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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