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콘텐츠 영역

조선의 공직자들 - 권력은 성적순이 아니었다

2009.10.12 부처관리자
뉴스레터 구독
말하기 속도

본문 듣기를 종료하였습니다.

글자크기 설정
목록




 

조선에서 중앙관리로 진출하려면 원칙적으로 3년마다 한 번씩 간지(干支)에 자(子) 묘(卯) 오(午) 유(酉)가 들어가는 식년(式年)에 실시되는 문과(文科 혹은 大科)에서 33명 안에 들어야 했다. 3년마다 식년에 실시된다는 점에서는 생원과 진사를 뽑는 시험도 같았다.
 

관리가 되려면 먼저 식년 전해 가을에 실시되는 초시(初試)를 통과해야 했다. 문과 초시의 경우 성균관 유생(50명)과 한양(60명) 및 지방(1백40명)으로 미리 인원을 배분해 2백50명을 선발했다. 이렇게 선발된 이들은 이듬해, 즉 식년 봄에 3단계로 된 엄격한 시험인 복시(覆試)를 치렀다. 복시를 통해 33명이 선발되지만 우열은 임금 앞에서 치르는 전시(殿試)에서 정해졌다.
 

세조 때 정비된 규정에 따르면 일단 33명은 갑과 3명, 을과 7명, 병과 23명으로 분등했다. 문과에 급제하더라도 전시에서 어떤 성적을 얻느냐가 결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선 최초의 식년시는 1393년(태조2년) 계유년(癸酉年) 봄에 있었다. 전시에서는 통상 정승급이 지공거(知貢擧)라는 선발 최고책임자를 맡고, 그 아래 지공거를 돕는 동지공거(同知貢擧)는 판서급이 맡았다. 조선의 관직에서 동(同)은 바로 아래 등급이라는 뜻이다. 계유년 문과의 지공거는 설장수( 長壽·1341~1399), 동지공거는 원현(元絃)이었다. 설장수는 아버지가 위구르에서 귀화한 인물로 조선 건국에 크게 기여한 이색적인 인물이다. 학식이 뛰어났고 중국어에 능통해 사역원(司譯院)의 기초를 마련하는 등 건국 초 인재 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태조 이성계와 설장수 등은 33명 중 최고를 뽑으면서 무엇을 염두에 두었을까?
 

개국 초였기 때문에 장차 조선의 종묘사직을 튼튼히 해줄 수 있는 미래의 정승감을 뽑으려 했을 게 분명하다. 이렇게 해서 계유년 6월 13일(이하 음력) 송개신(宋介臣)이 장원급제자로 뽑혔다. 그런데 너무나도 유감스럽게 송개신은 관직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왜 죽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태종3년(1403년) 11월 27일자 <조선왕조실록>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이날 태종은 오늘날의 장군에 해당하는 대호군(大護軍) 송거신(宋居信)에게 자신이 좋아하던 기생 양대(陽臺)를 빼앗기자 당대의 실력자인 조영무의 집에 ‘송거신이 영무를 죽이려 한다’는 익명의 투서를 했다가 발각된 송개석(宋介石)을 곤장 1백 대를 쳐서 합포(지금의 마산)로 귀양 보냈다. 송개석은 송개신의 동생이다. 대신(大臣)과 관련된 거짓 투서는 당시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였다. 하지만 송개석의 늙은 어머니가 태종에게 “큰아들 개신은 죽고 개석만 남아 있사오니 부디 목숨만 살려 제사를 잇게 해주소서”라고 간청해 사형이 유배형으로 감형될 수 있었다.
 

반면 송개신이 장원을 했을 때 을과 7등으로 간신히 을과에 턱걸이한 이숙번(李叔蕃 ·1373~1440)의 관력(官歷)은 송개신과 대조적이다. 문과 급제 1년 후(1394년)에 좌습유(정6품으로 훗날 사간원 정언)에 오른 이숙번은 다시 4년 후인 1398년(태조7년) 8월 26세의 나이로 5품직인 안성부 지사(안성군수)로 있을 때 하륜과 함께 이방원의 쿠데타를 도와 정사공신(定社功臣)2등에 책록되고 안성군(安城君)에 봉해졌다. 공을 세움으로써 벼락출세길이 열린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승진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정난 열흘 후인 9월 5일 정3품 요직인 우부승지로 뛰어올랐고, 2차 왕자의 난 때도 공을 세워 좌명공신(佐命功臣)1등에 책록됐다. 태종 즉위 후에도 군부 요직을 두루 맡았고, 40세인 1412년(태종12년)에는 3정승 바로 아래인 종1품 숭정대부로 승진해 1413년 병조판서를 지내는 등 정승(정1품)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태종15년 공신 보호라는 미명으로 요직에서 물러나야 했고 이듬해에는 불충 무례하다는 이유로 공신 자격을 박탈당하고 태종17년에는 경상도 함양으로 유배를 감으로써 완전히 중앙정계에서 사라지게 된다. 제아무리 공신이라도 지존(至尊)의 심기를 건드리고서는 예나 지금이나 살아남기 힘들다는 교훈을 남긴 인물이 바로 이숙번이다.
 

글·이한우(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협의한 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책브리핑 공공누리 담당자 안내 닫기

이전다음기사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 또는 계정이 차단 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뉴스레터 구독

히단 배너 영역

정책 NOW, MY 맞춤뉴스

정책 NOW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실시간 인기뉴스 10.26. 06:17 기준

  1. 경주·북한산·팔공산 국립공원 '야경 관광' 첫 선…한 달간 운영 단계상승 1
  2. 탄소중립 영향 선제 지원…'정의로운전환 특별지구' 지정 기준 마련 NEW
  3. '계절의 변화' 우리가 알려드립니다 - 가을편 NEW
  4. 정부, '초광역특구법 제정' 추진…역대 최대 320여개 규제특례 담는다 단계하락 1
  5. 이 대통령 "관계성·무차별 범죄, 사후 대응서 사전 예방으로 대전환" NEW
  6. 국방부, 북에 '군사당국회담' 제안…"군사분계선 위치 확인 협의" 단계하락 5

인기, 최신, 오늘의 영상 , 오늘의 사진

오늘의 멀티미디어

정책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