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기는 여행을 다녀오지 못한 사람에게는 기대를, 다녀올 사람에게는 설렘을, 그리고 다녀온 사람에게는 추억을 선물해준다. 이렇듯 여행 책에는 여행에 대한 잡다한 정보에서부터 여행하는 과정 그리고 여행자의 인생철학까지 다양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최근 이런 일반 여행 책과는 다른 독특한 여행기가 나왔다. 정혜윤 CBS 라디오 PD가 지은 <런던을 속삭여줄게>다. 런던에 관한 여행기인 것 같은데 보여주거나 안내해주는 것이 아닌 ‘속삭여준다’니 제목부터 의미심장하다. <도시 심리학> <소통의 기술> 등 정신분석 관련 책들을 꾸준히 펴내온 하지현(41) 건국대 의대 정신과 교수는 “보통의 여행기가 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맛볼 수 있었다”며 이 책을 추천했다.
“이 책엔 보통의 여행서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보들은 하나도 없어요. 심지어 런던의 야경이나 멋진 풍경을 담은 컬러 사진 한 장 없어요. 대신 ‘런던’이란 도시를 축으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역사적 지식과 책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특별하면서도 불친절한 인문학 여행기라고 할 수 있죠.”
하 교수는 이 책을 ‘불편하면서도 불친절한 인문학 여행기’라고 이름 붙였다. 보통의 여행기에서는 만날 수 없는 1백 권이 넘는 책 이야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걸리버 여행기> <오만과 편견> <파브르 곤충기> 등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수많은 책들이 웨스트민스터 사원, 세인트폴 대성당 등 런던의 명소를 따라 꼬리에 꼬리를 물듯 얽혀 있다.
그는 “마치 천 일 동안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저자가 여행지를 통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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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박물관이나 성당을 보면서 정말 작은 것에서부터 역사를 되짚어가요. 거기에 무엇이 있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책 한 권 한 권을 인용해 풀어나가는 저자의 독서력과 그것을 연결하는 생각의 자유로움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영국 역사와 언급된 책을 모르는 독자들에겐 조금 불편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더군요.”
그의 말처럼 관광명소에 불과한 장소들이 저자의 상상력과 독서력으로 역사적 인물이나 소설 주인공이 등장하는 무대로 변모한다는 점은 매력적이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는 <폭풍의 언덕>과 <제인 에어>를 쓴 브론테 자매의 가족 이야기와 <위대한 유산>으로 유명한 찰스 디킨스의 치명적인 처제 사랑이 등장한다. 트래펄가 광장에서는 위대한 해군영웅 넬슨의 초라한 말년을 되돌아보다가 ‘철의 여인’ 대처 총리,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이어진다.
하 교수는 “공간을 축으로 자유롭게 연상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의 다양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권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여행을 가면 어디 음식이 싸고 맛있더라, 어떤 공연이 좋더라 등 여행정보만 중요하다고 여겨요. 물론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문화들을 마음껏 즐기는 것도 필요하죠.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런던에서 트래펄가 광장의 넬슨 동상을 보게 된다면 영국 런던의 과거, 현재, 미래 등을 생각하며 마치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한다는 착각에 빠져들 수 있을 거예요.”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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