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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호>졸업식

200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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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강당 한쪽 스피커에서 졸업식 노래가 흘러나오면 어느 순간 졸업식장은 눈물바다가 된다. 여기저기 헤어지는 친구와 선생님을 부둥켜안고 훌쩍이는 여고생들의 모습. 오히려 울지 않는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로 졸업하는 사람이나 참석한 가족들까지 모두 눈물로 아쉬워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당에 모일 필요도 없다. 각자의 반에 설치된 TV 모니터를 통해 졸업식이 진행되고, 행사와 상관없이 아이들은 친구들과 셀카를 찍느라 정신없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오히려 눈물을 흘리는 것이 이상하다. 눈물과 함께 졸업식에서 사라져가는 것이 있다. 바로 사진사다. 친구들과 마지막 추억을 남기기 위해 쉴새없이 사진을 찍는 모습은 변함없지만, 그들 손에는 저마다 디지털 카메라나 휴대폰이 들려있다. 사진이 어떻게 찍혔을까, 찍은 사진을 어떻게 줄까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찍은 사진을 확인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친구의 휴대폰이나 블로그에 사진을 전송한다.


‘졸업빵’도 복고 열풍
6,70년대 졸업식은 밀가루 세상이었다. 검은색 교복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밀가루 세례가 여기저기 펼쳐졌고,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는 의미로 교복을 찢는 것도 하나의 관례가 됐었다.
하지만 교복자율화가 되면서 밀가루 세례도 잠시 모습을 감췄지만, 90년대 말이 되면서 더 강한 ‘졸업빵’으로 돌아왔다. 단지 밀가루뿐 아니라 계란·케첩·식초·간장 등 지나칠 정도로 서로에게 뿌리는 것이 요즘 졸업식의 모습이다. 나름대로 또다시 돌아가지 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밀가루 세례는 ‘역사적·사회적 해방감’과는 무관하다. 단지 그 순간을 즐기기 위한 이벤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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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이 전부였던 그 시절
졸업식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자장면’이다. 6,70년대만해도 자장면은 특별한 날에만 맛볼 수 있었던 별미 중 별미. 그래서 당시에는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온 가족이 함께 중국집으로 향했다. 자장면 한 그릇과 군만두만 있으면 더 이상의 선물이 필요 없던 시절이었기에 혹시라도 탕수육까지 먹게 되는 날은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자장면과 함께 최고의 메뉴는 단연 ‘돈까스’. 일명 ‘칼질’한번 제대로 할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8,90년대가 되면서 자연스레 졸업식 외식 메뉴는 ‘갈비’가 됐다. 보통 불고기나 돼지갈비가 주 메뉴였고, 여유가 있는 집일 경우는 소갈비가 선택됐다. 요즘의 외식 문화는 어떨까. 단연 패밀리 레스토랑이 인기다. 하지만 그나마 그 모습도 사라지고 있다. 아예 졸업식 참석을 하지 않거나, 그냥 친구들끼리 어울려 보내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넘치는 개성만큼 다양해진 졸업 선물
5,60년대 최고의 졸업 선물은 ‘졸업장 통’이었다. 당시에는 졸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기 때문에 졸업장을 고이 간직할 수 있는 통은 가장 소중한 물건 중 하나였다. 가정 형편에 따라 무늬가 있는 것과 없는 것, 자수의 색깔 수에 차이를 둬 나름의 가치를 판단했다. 70년대에 들어서는 필기구가 귀했던 시절이었던만큼 만년필이 인기를 얻었다. 80년대는 전자시계나 고급 운동화·미니카세트가 인기를 얻었고, 90년대에는 CD플레이어·MP3·디지털카메라·휴대폰 등이 최고의 졸업 선물로 떠올랐다. 지금도 이들 품목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지만, 점점 그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고, PSP나 DMB 휴대폰·고성능 전자사전 등 부가적 서비스가 많은 디지털 기기를 원하고 있다. 또한 친구들끼리는 미니홈피에서 사용하는 ‘도토리’나 아이템 등 사이버용 선물이 인기를 얻고 있다.
[RIGHT]김정아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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