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말 외환위기는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줄도산하고, 샐러리맨들은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으로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났다. 그 와중에도 웃는 곳이 있었으니 기름 값과 유지비용이 덜 드는 티코 등 경차 메이커였다. 1997년만 해도 7.5%였던 경차 판매 점유율이 환란 이듬해인 1998년 27.6%로 수직 상승했다. ‘경차의 전성시대’는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다. 1999년에도 약 13만대가 팔려 14.2%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그러나 환란을 극복해 가면서 형편이 풀리자 경차 판매량은 점차 줄고 점유율도 낮아졌다. 2000년까지만 해도 한 해 9만대를 넘어섰던 경차 판매는 2003~2005년 근근이 4만대 선을 유지했다.
일본 경차 점유율 한국의 6배
그러던 것이 지난해 5만3793대로 늘어났다. 자고 나면 국제유가가 오르자 ‘유(油)테크’에 신경 쓰면서 경차가 다시 주목받은 것이다. 올 들어 경차 판매는 가속도가 붙었다. 1월 한 달에만 1만1074대가 팔렸다. 점유율이 13.3%로 껑충 뛰었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일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등록·취득세가 없고 주차료·통행료를 절반 깎아주는 혜택이 주어지는 경차의 범위가 800㏄에서 올해부터 1000㏄로 확대된 덕분이다. 지난해까지 소형차로 분류됐던 999㏄ 모닝이 경차 대접을 받으면서 많이 팔렸다. 796㏄ 뉴마티즈는 그전보다 덜 팔렸고. 그래도 한국의 경차 비중은 유럽·일본 등에 비해 턱없이 낮다. 유럽에 가보면 우리가 만들어 수출한 티코가 쌩쌩 달리는 것을 자주 본다. 우리가 경차 보급을 늘리자며 배기량 기준을 1000㏄로 높인 것과 달리 줄곧 600㏄가 기준인 일본에선 경차 이용이 보편화돼 있다. 지난해 약 145만대가 팔린 일본의 경차 점유율은 32.9%로 한국(5.5%)의 6배에 이른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는 1643만대로 세계 13위. 가구당 보급대수가 0.88대로 거의 한 집에 한 대꼴이다. 이쯤 되면 소위 ‘폼생폼사’ 때문에 큰 차를 탄다는 것의 의미가 거의 없다.
때맞춰 정부는 경차에 액화천연가스(LPG)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나라당은 유류세 환급 방식으로 1가구 1경차에 한해 기름 값을 ℓ당 300원 낮춰주자는 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락가락하고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판에 소형차는 세계적 흐름이다. 지난달 인도 타타자동차는 2500달러(240만원)짜리 624㏄ 경차 나노를 선보였다.
집은 전세를 살더라도 차는 근사해야 한다는 식의 ‘차(車)문화’를 바꾸자. 이제 자동차는 실용적으로 선택해 탈 때다. 한국은 과연 언제쯤 실속 없는 ‘경차 외면하는 사회’를 졸업할까?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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