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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호>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 최재천 지음

200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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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가 진단한 2020년 초고령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35억 년 생명의 역사에서 스스로 출산율을 낮추는 생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인간은 정말 ‘별난 동물’이다. 생물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생물의 존재 이유는 바로 ‘자신의 DNA 전파’다. 그렇기에 다른 생물들은 생식능력이 소멸되면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인간은 번식기가 지나서도 상당기간 생명을 유지한다.

석기시대 인간의 평균수명이 여성들의 ‘완경’시기와 거의 일치하는 50년을 넘지 못했다는 것은 인간 역시 생식능력 상실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생물의 법칙에 지배받았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번식기’와 ‘번식 후기’가 각각 50년씩 거의 비슷해지는 인생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02년도가 역동적(dynamic) 한국이었다면, 2020년은 죽어가는(dying) 한국일는지 모른다. 2020년, 한국은 80에서 90세의 시대가 시작된다. 4900만 명을 정점으로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하고 65세 이상 노인들이 15세 미만의 아이들보다 많아진다.

문제는 현재 인구의 고령화가 장기적으로는 인구의 감소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다른 차원에서 고령화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최 교수는 “우리 삶을 번식기 50년과 번식 후기 50년의 ‘두 인생 체제’로 개혁하자”고 제안한다. 두 인생 체제로 가기 위해서는 지극히 생물다운 삶으로 돌아갈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생물다운 삶이란 번식기에 보다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생물이 번식기에 최적의 환경 속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며 번식하고 자손을 남긴 반면 번식에 불리한 조건의 개체들이 자손을 남기지 못해 사라졌다는 진화이론대로 살자는 이야기다. 생물학자인 최 교수의 눈에 비친 인간의 모습은 “번식 후기를 위해 번식기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동물”이다.

저조한 출산율과 부족한 노동인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민자에게 나라를 개방하고 그들이 아이를 낳도록 한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 문제를 걱정 않는 유일한 나라다. 단일민족·순수혈통의 허구를 깨닫고, 우리도 세계로 문호를 개방해야 할 때이다. 또한 여성인력 활용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기 위해선 국책사업 수준의 예산을 투입해 보육시설·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조혼을 장려해야 한다. 만혼풍조가 고령화 속도를 가속화하는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최 교수의 주장은 단순히 출산율 자체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첫 출산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이 개체군의 빠른 성장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저자는 “21세기는 필연적으로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읽고 다스리는 능력, 뛰어난 언어감각, 인간관계와 사회정의에 대한 순수한 관심 등 생물학적 여성성이 수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21세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어느 나라, 어느 종족에서나 연장자는 대부분 여성, 할머니였다. 나이든 여성은 낳는 걸 포기하고, 젊은 여성이 낳은 아이를 돕는 집단이 더 잘되더라는 연구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할머니는 오랜 시행착오를 겪은 지혜의 보고다. 번식 후기는 결코 미안해야 할 시기가 아니다. 제2의 인생을 살 시기이다. 우선 ‘은퇴’라는 괴물을 우리 사회에서 없애버리자. 65세 이상에게도 좋은 직장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임금피크제’도 대안책의 하나로 거론했다. 보수와 보직을 철저하게 분리해 젊은 세대에게 감투 대신 높은 보수를 주고 제2의 인생을 사는 노년세대에게는 명예직으로 중재를 맡기자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제도를 통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세대갈등 해결까지 모색할 수 있다”고 최 교수는 예측한다.     
[RIGHT]권영일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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