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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호>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200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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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이인화의 ‘영원한 제국’은 출간 당시 상당한 화제를 모으면서 베스트셀러로서의 입지를 확보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민간에 광범위하게 유포돼 있는 이른바 ‘정조독살설’을 창작의 모티프로 삼아, 오늘날 개혁군주로 평가받는 정조대왕 재위시의 왕권과 신권의 숨 막히는 갈등을 규장각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통해 비추어보고 있는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뒤섞는 소설의 한 경향인 팩션(faction)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소설 속에서 중심적인 갈등을 이루고 있는 사건은 노론세력에 의해 죽음에 이른 사도세자의 명예를 복권하려는 정조의 의지, 그리고 이러한 의지의 전후에서 정조가 펼치는 강력한 왕권강화책에 대한 사대부들의 저항이다. 표면적으로 본다면, 이 소설은 개혁 군주 정조에 대한 기득 이권층 사대부들의 집단적인 저항과 이에 대한 정조의 응징, 그리고 이러한 응징에 대한 사대부의 집단적 반란으로 인한 개혁의 실패와 이후 조선의 몰락이라는 궤도로 소설이 전개되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진행시키면서 노골적으로 이 소설의 작의(作意)를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있는데, 당시로서는 절대왕권의 확립이야말로 분명한 시대정신이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절대왕정의 세력 강화를 통한 정치의 유신, 사대부로 상징되는 기득 이권층에 대한 견제, 그리고 이를 통한 국부의 증대가 진행되었다면, 이후의 식민화를 포함한 조선의 후진적 상황으로의 전락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그런 측면에서 작가의 프리즘으로 부각되는 정조의 면모는 개혁군주이기보다는 차라리 카리스마 강한 정치인의 면모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특히 이 소설이 발표되었던 1993년이라는 정황 속에서는 마치 박정희의 10월 유신과의 오버랩을 통해서,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박정희 향수가 소설 속에 은밀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개혁에 대한 기득 이권층의 집단적 저항을 한편으로 제어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개혁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작업을 추진해 나갔던 정조의 치밀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확인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즉 소설 속의 정조는 붕당정치로 상징되는 사대부의 권력투쟁을, 오히려 자신의 개혁적 왕권강화의 수단으로 역이용한다. 집권노론의 개혁에의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서 일시적으로는 남인세력을 등용하지만, 그 세력이 서학에의 친화성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되자 과감하게 거세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결과적으로 개혁군주로서의 정조의 결과적인 실패를 소설의 결미로 제시하고 있다. 왜 작가는 이러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개혁의 성패는 지도자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세력화할 수 있는 지지층의 결집과 이에 따른 집단의지의 결합으로 가능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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