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석가모니가 인도인이 아니라 네팔인이라고요?"
국제학술회의에서 인도 출신 한 연구자가 반문한 말이다. 고구려가 중국사라면 석가모니가 네팔인이 되어야 한다. 룸비니가 현재 네팔 땅이니 영토를 기준으로 역사를 따지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이것만 봐도 지금 중국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인지 알 수 있다.
중국은 영토와 역사를 동일시하고 있다. 현재의 영토 안에 있는 과거의 역사는 모두 자기네 것이라고 강변한다. 그러기에 만주 땅에서 일어난 부여, 고구려, 발해 모두 자기 역사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 역사가 우리 것이라고 하면 마치 그쪽 땅을 빼앗으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영토는 가변적인 데 반해 역사는 불변한다. 역사는 어느 땅이냐가 아니라 계승 의식과 흐름이 중요하다.
영토가 변했다고 해서 역사가 바뀐다면 그것은 큰 문제다. 내가 빼앗으면 그곳의 역사가 내 것이 되고, 빼앗기면 역사도 잃어버리게 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중국 학자는 고구려의 영토와 인구 대부분이 지금 중국으로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물어온다. 그러나 고구려가 자발적으로 편입된 것이 아니라 당나라에 멸망당한 것이다. 군사력으로 정복해도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이 무서운 것이다. 이는 힘의 논리요, 강자의 논리다. 약자를 배려하는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는 말인가?
욕심은 욕심을 낳는다. 중국은 국가 사업으로 ‘동북공정’(東北工程) 작업을 진행하면서 우리 국경선을 넘어오기 시작했다. 평양 일대에 있던 고조선도 자기네 역사라고 주장한다. 기자와 위만 모두 중국의 신하였기 때문이란다. 이렇게 되니 한반도 북부에서 일어났던 고조선, 고구려, 발해는 원래 중국 역사였고, 이 땅의 연고권도 중국에 있다고 한다. 한반도 북부는 원래 중국 땅인데 한반도 남부의 신라계 정권이 북쪽으로 진출해 빼앗았다고도 주장한다. 이들의 저의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고구려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데, 실은 우리 역사 체계를 깨뜨리려고 하고 나아가 우리 땅을 넘보기까지 하는 데 근본적인 심각성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이렇게 얘기하다 보니 조선시대 이항복의 일화가 떠오른다. 옆집 하인들이 담 넘어간 가지에서 감을 따 먹자, 어린 이항복은 주인의 방문으로 팔을 들이밀면서 이것이 누구 팔이냐고 했다. 옆집 주인은 그의 말에 설복당했지만, 중국은 우리 말에 전혀 개의치 않을 태세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 8월 중국과 합의를 보았다. 정치적 개입을 하지 않고 학술 차원에서 다루자고 하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정치적으로 나아간 상태다. 역사 사전과 교과서 내용이 바뀌고,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가 바뀌고, 만주 지안(集安)의 고구려 안내 책자가 바뀌는 마당에 학계로만 공을 떠넘겨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흥분만 해서도 안된다. 국내에서는 꾸준히 연구자를 길러 내고, 국외로는 우리 견해를 열심히 갈파해 가야만 한다. 같은 어려움에 처한 몽골, 베트남, 인도, 중앙아시아 국가 등 중국 주변국과의 공조도 꼭 필요하다.
[RIGHT]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송기호[/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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