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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호>‘탄 소모’와 ‘예산 소모’

이명원 문학평론가

200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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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1,original,left[/SET_IMAGE]내년도 정부 예산이 비교적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보도를 들었다. 정부 예산은 세수를 원천으로 하기에, 이것은 국민의 세금부담이 올해보다 더욱 증가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범한 국민의 편에서 보자면 세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갈수록 국민의 세금부담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선진국들이 대체로 ‘복지사회 모델’을 지향하는 데서 비롯된다. 사회복지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유럽의 몇몇 국가의 경우, 국민은 소득의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세금을 내고도 그것에 큰 불만을 갖지 않는다. 이는 세금의 지출이 단기적으로는 비용의 증대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재투자로 인식되고, 정부 역시 실제로 그런 방향으로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정부 예산의 증가라는 표면적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확대된 예산이 어떻게 국민의 실질적 ‘삶의 질’ 확대에 기여하고, 또 얼마나 효율적이면서 투명하게 집행되는가 하는 문제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문제는 사업 영역에 대한 예산의 적절한 분배와 함께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정부는 예산절감의 문제를 아주 사소한 요식행위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가령 일선 행정 영역에서의 ‘이면지 활용’ 관행 등이 그런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아주 바람직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이면지의 활용을 통해 오히려 증가하는 것은 복사기나 프린터의 고장 등으로 늘어나는 수리비용이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근대적 정부조직이란 기본적으로 관료제를 기본 원리로 하는 이른바 ‘칸막이 행정’에 의존하기에 소요 예산의 책정 및 지출에서도 ‘부서이기주의’가 작동한다. 모든 부서는 다음해의 안정적인 예산 확보를 위해 회계연도의 막바지에 이르면 마치 군(軍)에서 ‘탄 소모’를 하듯 집행하지 않은 당해 예산을 말끔히 소모하느라 분주하다. 낭비성 예산인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부서 간의 자율적인 ‘예산 거래제’도 생각해 볼 만하다. 전 해의 소요 예산 산출과 달리 어떤 부서는 예산이 부족하고, 또 어떤 부서는 예산이 남아돌 수 있다. 그럴 때 이 부서들 간의 자율적인 ‘예산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불필요한 예산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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