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핏줄을 나눈 가족이래도 서로가 기억하는 게 다르지요. 내 어릴 때 겪은 고통과 외로움을 형제들도 잘 모른다는 사실이 어느 한때 충격이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젠 저마다 외롭지만 서로 의지하며 그리워하는 존재임을 받아들이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일본작가 소노 아야코의 얘기가 무척 와닿는군요. 아무리 가까운 사이래도 당사자 외엔 고통을 다 알 수 없다고요.
그러나 그 고통을 함께 나누려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모두 외로워하고, 삶이 힘겨울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찬찬히 둘러보면 세상엔 아름다운 일도 참 많습니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클론 두 사람이 친구들과 휄체어를 타고 춤추며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참 감격했습니다. 사람의 의리와 깊은 정을 느꼈지요.
입양해서 아이를 키우는 친구나, 전 부인의 아이를 훌륭히 키우고 있는 후배도 보았어요. 어찌 보면 핏줄이나, 천륜이라는 경계선이 굳이 필요없는 거죠. 천륜도 서로 보탬이 되고 위로가 될 때나 의미 있지 혈육이란 이름으로 괴롭힘을 주거나 힘들게 하면 천륜이란 천막은 무너지고 맙니다.
핏줄이 아니라도 마음만 먹으면 깊이 사랑할 수 있고, 함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이보다는 더 중요한 것이 있고, 실질적인 의미가 새로운 사회적 관습이 되는 현실을 이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너무 소중한 순간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제 삶에서도 힘겨운 상황이 닥치면 참으로 싫지만, 제 운명을 자꾸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 긍정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보다 현명하고 지혜롭게 되더이다.
고통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고, 예술쟁이로서 더 많은 생각거리를 받고 있다고 여기렵니다. “기쁨이라는 우물은 고통이라는 삽으로만 팔 수 있다”는 말도 아주 맛있군요.
맑은 골짜기를 흐르는 물처럼 맑게 흐르고 싶고, 그 물가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허허롭고 평화롭게 삶을 보려구요.
힘들 때는 저는 글을 쓸 수가 없어, 굉장히 많은 책을 읽습니다. 치유의 시간을 갖고자 정신 차리고 틈틈이 영성과 순례를 위한 책과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책 속에는 인생의 신비와 놀라움이 가득합니다. 책 읽고 글 쓸 때 비로소 내가 나 자신이 되는 기분입니다. 책은 참으로 고통스런 삶을 치유하는 명약입니다. 밤에 아이와 간단한 기도를 하고 잠들고 일어날 때 매일 다시 태어납니다. 다음엔 선배 얘길 많이 듣고 싶군요. 풍요로운 가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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