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낙조(落照)의 계절이다. 낙조란 붉게 타오르는 노을과 함께해야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니 과학적으로 따지고 들면 기실 이즈음의 낙조가 다른 계절보다 특별히 더 아름다울 리 없다. 그럼에도 굳이 사람들은 겨울을 ‘낙조의 계절’이라 부른다. 이즈음의 낙조가 더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이유는 그것이 아마도 한 해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시기이기 때문이리라.
마지막이라는 말에는 유한(有限)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어떤 존재가 수명을 다해 사라지는 순간이니 심금을 자극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모든 마음, 즉 고통과 슬픔과 번뇌는 물론 행복이나 기쁨마저 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데서 비롯한다. 아무리 깊은 사랑이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하나 둘씩 떠나 보내야 하고, 마침내는 스스로 모든 것들과 이별해야 한다. 그러니 이승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는 발길마다에는 욕심과 회한과 미련과 아쉬움이 점철돼 있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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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일까? 그래서 인간은 유한한 모든 것을 연민으로 바라본다. 떨어지는 꽃잎, 바싹 마른 낙엽, 스쳐 지나가는 바람…. 그리고 그 연민에 유한한 존재로서의 아쉬움을 실어 보낸다. 그 모든 것 가운데 노을과 함께 서산 너머로 스러지는 태양이야말로 인간의 유한함을 가장 짙게 느끼게 하는 장면일 것이다. 그것도 아쉬움과 후회가 가슴에 가득 찬 한 해의 끝자락에서 낙조를 바라보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낙조가 진정 존재의 마지막이라면 감히 심금을 얹어 아름답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낙조를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바로 다시 태양이 떠오를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낙조의 아름다움은 새롭게 밝을 내일에 대한 기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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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뱀이 허물을 벗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무늬를 가질 수 있듯, 상처가 아물며 새 살이 돋듯 세상의 순리는 낡은 것을 벗어야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즈음 낙조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그만큼 더 큰 새해의 희망과 포부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니 한껏 즐길 일이다. 아름답다 못해 찬란한 낙조의 황홀함을…. 낙조를 바라보며 모든 낡은 것을 비워 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가득 채울 일이다.
[RIGHT]사진·권태균 / 글·이항복[/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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