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에 밟힐 때마다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는 바지락. 물 빠진 갯벌엔 아낙네들이 바지락을 캐느라 바삐 손길을 놀린다. 어디 바지락뿐이랴.
넓기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서해안 갯벌,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전북 고창의 갯벌을 찾았다. 발 밑에도,땅 위에도 생명이 꿈틀대는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자그마치 10km나 되는 해안선과 맞닿은 바닷가 마을 고창군 심원면 하전리. 1200ha(360여 만평)에 이르는 갯벌은 가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하긴 이곳에서 캐내는 바지락만 연간 4000톤으로, 전국 최대의 생산량을 뽐내는 고장이다.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하기 때문에 ‘산업역군’ 역할도 적잖다는 자부심이 주민들에겐 그득하다.
찾아가는 길에 변산 격포에서부터 모항, 왕포, 곰소, 줄포로 이어지는 수려하게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는 것도 덤으로 얹어지는 기쁨이다. 서서히 갯벌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길을 물어물어 달려간 고생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진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를 파더라도 조개가 쑥쑥 나오는 비옥한 곳”이라고 자랑한다.
경운기가 오더니 아낙네들이 차례차례 내렸다. 한 할머니와 마주쳤다. 빛깔도 고운 연두색 장화를 신은 박분순(70) 할머니는 갈퀴로 바지락을 캐 양철 바구니에 담는 가운데 반쯤 몸을 일으켰다 폈다를 연신 되풀이한다. 챙 넓은 모자 위에 다시 두꺼운 점퍼에 달린 모자를 눌러 쓴 할머니는 칼바람이 가슴에 들어찰까 목도리를 걸치고도 모자라 수건으로 얼굴을 둘러 싸맸다. 언제부터 바지락을 캤느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발이 푹푹 빠지는 ‘뻘(개흙의 전라도 사투리)’에서 진흙으로 얼룩진 옷을 추스르며 말을 받는다.
“이곳에서 태어나 여짓껏 바지락을 캐고 있어.”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피땀으로 고향을 지켜낸 보람, 그리고 자식 키우랴 모진 풍파를 이겨낸 우리네 어머니의 꿋꿋한 모습이리라.
갯벌 끝자락 지평선부터 발갛게 물들어가나 싶더니, 금세 하늘이 어두워진다. 털털거리는 경운기에 몸을 의지해 빠져나오는 기분은 마냥 홀가분하다. 넉넉한 ‘어머니의 땅’ 갯벌에서 정물(靜物)만 아니라, 살아 숨쉬는 추억을 가득 담아 돌아섰기 때문이다.
글 송한수 기자·사진 박준우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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