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성곽과 북악스카이웨이가 있는 성북동은 ‘서울의 베벌리힐스’지요. 대사관저도 34개로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많고요. 성북구에 사는 외국인 8천5백여 명을 대표하는 명예 동장으로서 ‘판소리 공연’ ‘붓글씨 체험’ 같은 문화교류를 많이 하고 싶습니다.”
독일 국적의 한국학(韓國學) 박사이자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 교수인 한스-알렉산더 크나이더(53) 씨의 포부다. 크나이더 씨는 2009년 11월 27일 서울 성북구가 외국인 거주민을 위해 성북동에 만든 ‘성북다문화빌리지센터’의 첫 센터장으로 임명됐다. 이 센터는 일종의 다문화 체험·상담 장소로 직원 4명과 자원봉사자 30명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실, 한국요리강좌, 통·번역 지원, 서울생활 상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크나이더 씨가 한국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의 일이다. 독일 보훔에서 의약업을 하는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난 그는 14세가 되던 여름방학 때 독일 북부의 섬으로 놀러갔다가 한국인 유학생을 만나 한글을 배우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 대학에서 한국학 학사·석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 정부 장학금을 받아 서울대에 박사 과정을 밟으러 유학 왔던 길이었다. 그때 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하고 있던 전유진(41) 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한국에 정착했다. 향가와 월인천강지곡, 고시조 등을 연구해 한국학 박사가 된 크나이더 씨가 성북다문화빌리지센터장이 된 데는 무려 13년을 성북동에서 보낸 것도 인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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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산과 간송미술관, 길상사처럼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가 있는 성북동이 좋았어요. 1996년 우연히 길상사 근처의 마당 딸린 집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살기 시작했지요.”
크나이더 씨는 성락원, 심우장, 최순우 옛집처럼 널리 알려진 곳부터 이태준 고택, 이재준가, 정법사처럼 덜 알려진 곳까지 성북동의 명소를 줄줄 읊으며 말했다.
“다문화빌리지센터가 성북동의 역사와 자연유산을 연결해 외국인을 위한 ‘문화투어’를 운영하고 싶어요. 수선전도 같은 한국 고지도를 엽서로 만들어 팔아도 틀림없이 인기 있을 겁니다. 굿 같은 한국 민속에 외국인들이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아세요?”
크나이더 씨는 한국인들이 외국 문화를 접할 기회 역시 많이 만들고 싶다고 했다. 노르웨이, 스웨덴, 중국, 페루, 수단 등 34개국이 대사관저를 성북동에 두고 있는데, 모두 자국 문화를 알리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자기 나라 음식이나 예술을 알리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아주 많습니다. 성북동에서 ‘브라질의 밤’ ‘독일 문학 주간’ 같은 행사를 연다면 한국인들도 좋아하겠지요.”
센터장은 보수를 받지 않는 ‘명예직’이지만 방학을 맞은 그는 거의 매일 센터에 들른다. 현재 진행 중인 한국어교실 외에 한국문화에 밝은 지인들을 섭외해 강좌를 개설하는 등 2010년 운영 계획을 짜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성북동은 한국 전통문화의 보물지도입니다. 외국인들에게 매혹적인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글·김진명(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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