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 국립가속기연구소(Fermi National Accelerator Laboratory)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입자물리학 연구소다. 1977년 자동차 사고로 42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한 한국인 천재 과학자 고 이휘소 박사가 이론물리학 연구부장으로 일하던 곳이기도 하다.
현재 이 연구소의 부소장은 한국인 김영기(48·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박사다. 김 박사는 고려대 물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로체스터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박사는 2000년 과학전문지 <디스커버리(Discovery)>가 선정한 ‘21세기 세계 과학을 이끌 과학자 20인’에 포함됐고, 2004년엔 미국 물리학회(American Physical Society·APS)의 최고 영예인 APS 펠로로 선정된 바 있다.
1월 초 한국을 방문한 김 박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과학 수준을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 정도로 끌어올리려면 과학 클러스터(Cluster), 즉 각종 기초·응용과학 연구소들이 몰려 있는 단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과학비즈니스벨트를 건설하려고 하는 건 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에는 현재 없는 중이온가속기를 과학비즈니스벨트에 설치하면 기초과학과 첨단과학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중이온 가속기가 있으면 핵 원소와 희귀 원소의 생성 등을 알 수 있고, 암도 치료할 수 있는 등 그 연구와 응용 범위가 매우 넓다”고도 했다. 다음은 김 박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40대에 연구소 부소장이 된 비결은.
1990년 UC버클리에서 연구하고 있을 때 페르미 연구소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 그룹(Collider Detector at Fermilab·CDF)에 참여했다. CDF의 소그룹 팀장을 맡아 실험하면서 톱쿼크(소립자의 한 가지)를 발견했고, 2004년엔 임기 2년의 CDF 대표로 선출됐다. CDF 대표 임기를 마칠 무렵인 2006년 부소장(임기 5년)으로 승진했다. 연구도 연구지만 맡은 조직을 나름대로 잘 이끌었던 게 평가를 받은 모양이다. 뉴턴이 있었을 때는 혼자 과학을 하는 시대였지만 요즘엔 과학자끼리 협력을 잘해야 한다. 고려대에 다녔을 때 탈춤반 활동을 했는데 그때 남들과 협력하는 능력이 알게 모르게 개발된 것 같다.
세종시를 행정중심 복합도시가 아닌 과학비즈니스 도시로 만들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수 행정기관의 이전이 옳은지 그른지 답하기 어렵다. 강조하고 싶은 건 과학벨트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과학벨트를 건설하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 입지를 정해야 한다. 서울과 지방 어느 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는 곳에 과학벨트를 세우면 좋겠다.
한국 정부는 세종시에 중이온가속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가속기란 무엇이며, 그걸 설치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가.
가속기란 아주 성능이 좋은 배터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기에 전하(電荷)를 띤 입자를 넣으면 아주 빨리 움직인다. 가속기를 쓰면 지금 지구상에는 없는 반입자(Antiparticle)를 만들 수 있다. 우주가 진화하면서 반입자는 없어지고, 입자만 남은 만큼 가속기를 이용하면 초기 우주가 어떤 상태였는지 연구할 수 있다. 또 재료공학, 생명공학 등 여러 분야에 큰 도움을 준다.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한국 사람은 성과를 빨리 내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기초과학 분야에서 연구 성과가 나오려면 수십 년이 걸린다. 참을성 있게, 진득하게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 또 기초과학을 깊이 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대형 실험장치를 보유한 연구소들을 많이 건립해야 한다. 그리고 그걸 개방해야 한다. 페르미 연구소는 초중고교생과 대학생에게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이상일(중앙일보 정치데스크)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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