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 프로그램이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졌다. 2008년 6월부터 매주 한국정책방송(KTV)이 내보낸 <인문학 열전> 중 시청자들에게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13편을 선정해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인문학(Humanities)에는 분명 인간(Human-being)이 있다’는 기획 의도에서 보듯 인문학보다 실용학을 추구하는 인문학의 위기에 인문학 고유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만들어졌다.
소외된 인문학의 중요성을 되찾기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문학자들은 방송 진행자인 문화평론가 김갑수 씨와 대담을 나눴다. ‘인문학의 의미와 역할(김경동, 김기현)’ ‘통합과 통섭 교육(최재천, 김광웅)’ ‘한국 교육의 미래(문용린)’ ‘윤리와 사랑(황경식, 고미숙)’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인문학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인문학 콘서트>는 이처럼 방송에 출연한 인문학자들의 알찬 명강의를 기록한 대담집이다. 주제가 ‘인문학’이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다. 대담할 때 오간 말들을 구어체 그대로 살려 술술 읽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난해한 학술용어보다 생생한 주변 사례를 담아 이해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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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호모 에로스, 사랑에 대한 탐구’라는 파트에서 고전 평론가 고미숙 씨는 대중영화를 예로 들어 사랑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대사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를 끌어와 “우리 인생에 생로병사가 있듯이 모든 존재가 순환과 변환 속에 있다. 사랑도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가장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며 나름의 통찰을 들려준다.
진행자 김갑수 씨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질문하며 독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특히 인문학에 대한 총체적인 대화들이 오가는 첫 번째 파트 ‘우리 인문학의 길’에서 그는 아무리 인문학이 중요하다지만 먹고사는 데 무슨 소용이 있는지, 인문학의 위기가 왜 한국 사회의 위기인지 등 인문학에 대한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물어본다.
서울대 김경동 명예교수는 이 물음에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인력의 문제가 있었다”며 “우수한 두뇌를 가진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와 월가에서 뭘 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돈벌이에만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세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또 돈을 벌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철학적 성찰과 인문학적 자세가 필요했다”고 답한다. 이처럼 김경동 교수와 서울대 철학과 김기현 교수가 대화하는 ‘우리 인문학의 길’을 읽고 나면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재차 묻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인문학 콘서트>는 강의 내용과 관련 있는 저자의 책을 소개하며 ‘책 속의 책’을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책 중간 중간에는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다른 학자의 파트를 표시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여러 명의 학자가 다른 주제로 얘기하는 것 같지만, 이들이 말하는 것은 ‘인간’이라는 인문학적 대주제로 수렴된다.
글·김민지 기자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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