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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보호 ‘문화적십자’ 떴다

국제靑방패위, 서울서 첫 세계대회…기후변화·자연재해·전쟁 등 대책 논의

2011.12.22 글·사진: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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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에 처한 문화유산에 대한 보호대책 마련을 논의하는 국제청(靑)방패위원회(ICBS) 제1회 세계대회가 지난 12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에서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ICOM Korea)와 함께 개최한 이 대회에는 문화기관 종사자들이 참석해 전쟁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국제청(靑)방패위원회(ICBS :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Blue Shield) 국가위원회연합 칼 본 합스부르크 회장은 “수십 년간 무력충돌은 국가 간에서 민족 간으로 변화해오고 있다. 민족 간의 싸움이 문화유산에 훨씬 치명적”이라며, “민족문화유산은 적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다.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방법 또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서울 대회는 1996년 ICBS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세계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서의 세계문화유산의 보호 : 비상 대비와 대응’을 주제로 문화유산의 보호와 이를 위한 국제적 공조 현황 및 진단, 향후 비전 등에 대해 논의했다.

ICBS는 문화유산 관련 5개 국제기구인 국제박물관협의회(ICOM)와 국제도서관협회연맹(IFLA),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국제기록관리협의회(ICA), 국제시청각기록협의회(CCAAA)의 공동협력 국제위원회로 1996년 출범했다.

사이버테러로부터 디지털 유산 보호 새롭게 부각

ICBS는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 보호 및 보존을 위한 국제공조 ▲전쟁, 무력충돌, 자연재해, 사회적 재해에 대한 문화유산보호 국제활동을 목적으로 ▲문화유산 보호 및 보존 전문인력을 훈련하고 있다.

청 방패(푸른색 방패)란 무력충돌이나 정치적 소요사태 상황에서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유네스코가 1954년 채택한 헤이그협약의 문화유산보호 상징 마크다.

국립중앙박물관 국제교류홍보과 김종석 학예연구사는 “국제법령상 전쟁 중에 ICBS 청색 깃발이 펄럭이면 절대로 폭격해서는 안 된다”면서 “ICBS가 ‘문화적십자(Red Cross of Culture)’로 불리면서 국제적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했다.

기조강연에 나선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리처드 큐린 부총재는 “지난 2년간 세계적으로 참혹한 자연재해와 인재가 많이 발생했고 엄청난 문화유산이 손실됐다”며 “그러나 비상상황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ICBS가 설립됨에 따라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력충돌시 문화유산 보호장치 필요

IT시대의 문화유산 보호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김상헌 NHN대표는 “박물관에 소장돼 찾는 사람들만 문화유산을 즐길 수 있던 과거와 달리 현재의 IT시대에는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게 됐다”면서 “과거 문화유산을 디지털화시켜 재창조할 뿐 아니라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개별 발표에서는 기후변화와 지진 및 지진해일(쓰나미)의 위험성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방안을 제시하며, 인공위성 이미지를 활용한 기술 및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디지털 유산의 보호 등 새롭게 부각하는 문제들도 다뤘다.

유럽이사회 엘라디오 갈리아노 사무국장은 “기후변화가 인간뿐 아니라 문화유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유럽이사회는 기후변화에 따른 문화유산의 피해 정도를 조사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리쓰메이칸공대 다케유키 오쿠보 교수는 “일본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화재로부터 목조건물이나 목조품의 보호를 위해 수자원을 저장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적지나 역사적 가치가 있는 목조품의 화재 예방을 위한 ‘환경적 급수시스템’을 강조했다.

지난 12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청방패위원회(ICBS) 2011 세계대회에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리처드 큐린 부총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지난 12월 8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회 국제청방패위원회(ICBS) 2011 세계대회에서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리처드 큐린 부총재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산타클라라대 지리 토만 교수는 1954년 헤이그협약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초석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헤이그협약은 평화시뿐만 아니라 무력충돌시에도 문화유산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1999년 2차 의정서는 기존의 헤이그협약을 강화해 문화유산 보호와 관련된 조항을 위반하는 자에게는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홍익대 김리나 명예교수는 6·25전쟁 당시 문화유산을 어떻게 대피시켰는지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위기상황 때 신속하고 적절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문화유산 보호에 중요하다”면서 무력충돌과 정치적 위기에서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와 군대 간 긴밀한 협력도 요구했다.

서울선언 채택… “문화유산 피해 최소화 노력”

국제청방패위원회는 “문화유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국제청방패위원회의 서울선언은 재해에 따른 문화유산 피해 감소를 주목표로 한다. 서울선언에 따라 청방패위원회는 재해 고위험지역을 지정하고 유사시 대응 훈련 활동한다. 또한 IT기술과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재난 발생 전과 후를 비교하는 평가 수준을 높이고 고위험 지역 발생을 예측할 계획한다.

청방패위원회는 서울선언을 통해 “문화유산 비상 상황시 국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적절한 계획수립 및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며 “문화위기가 발생했을 때 지역을 불문하고 현장 대응을 개선할 수 있도록 문화기관과 구호단체의 협력 가능성을 탐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대회는 1996년 ICBS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세계대회”라며 “이 대회를 통해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국제적인 전문가와 석학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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