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음식을 널리 알리는 것도 물론 좋지만, 요리가 본업도 아닌 이들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 직장과 학업까지 중단하고 뛰어들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비빔밥 유랑단 프로젝트’는 과연 어떻게 시작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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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빔밥 유랑단’ 단원들. 왼쪽부터 김명식, 박현진, 강상균, 정겨운, 김수찬 씨. |
대기업 회사원이던 강상균 씨와 김명식 씨는 좋은 직장에서의 안정된 생활에 안주하기보다는 더 늦기 전에 가치있고 의미 있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의견이 모아지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면서 직장을 그만 두는 건 시간 문제였다고.
외국계 은행에서 일하고 있던 정겨운 씨도 평소 알고 지내던 강 씨로부터 소식을 전해듣자,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고 뜻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는다. 김수찬 씨는 학군장교 복무를 끝마쳤을 무렵 친구의 소개로 프로젝트를 알게 됐고, 막내인 박현진 씨는 영국 런던에서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다.
강상균 씨는 “우선 글로벌 시대에 맞게 세계를 둘러보고, 이를 통해 세상을 보는 관점을 키울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외국 문화를 받아들이는 일은 잘 하지만, 알리는 일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라며 참여 동기를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무엇으로 알리면 가장 효과적일까를 고민하던 차에 이들이 생각해 낸 것은 바로 ‘음식을 통한 소통’이었다. 강상균 씨는 “음식을 알리면 음식 뿐 아니라 다른 여러 가지 문화들을 함께 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식을 통해 주거문화나 의복문화는 물론 메뉴판에 쓰여진 글씨까지도 함께 보여줄 수 있어 일석다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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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브로드웨이에 선 비빔밥 유랑단. 이들은은 전 세계 각지를 돌며 비빔밥 알리기 활동을 펼쳤다. (사진=비빔밥 유랑단) |
우리나라의 많고 많은 음식 중 비빔밥을 선택한 데에도 특별한 이유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웰빙 트렌드에도 잘 맞을뿐 아니라, 화합과 조화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 한 그릇에 담아낼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시작된 비빔밥 유랑단은 100회가 넘는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제대로 된 비빔밥을 보여주는 일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 기존의 비빔밥 시식회들이 큰 그릇에 많은 양의 비빔밥을 비비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이들은 비빔밥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비비기 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이 이미 비벼놓은 비빔밥은 그다지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또 외국인들에게 낯선 음식인만큼 재료 하나하나를 설명해줘서 거부감을 없애는 게 중요한데 이미 비벼놓으면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원하는 재료만 선택해서 먹는 것을 즐기는 요즘 트렌드에도 맞지 않고요.” 강상균 씨의 설명이다.
| 비빔밥 유랑단은 단순히 비빔밥을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고 비빔밥에 담긴 우리의 문화까지 함게 알리려고 노력했다. (사진=비빔밥 유랑단) |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비빔밥을 한 그릇씩 나눠주는 일이었다. 일회용 용기에 비빔밥을 담아 그 자리에서 직접 비벼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세계일주를 하며 비빔밥을 알리는 동안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금전적인 문제였다. 총 1억 2천만 원 정도의 규모로 운영됐지만, 이 중에서 후원금은 5천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금액은 퇴직금과 개인 예금을 탈탈 털어 마련했다.
강상균 씨는 “필요한 금액을 다 후원 받으려고 했으면 아직 출발도 못했을 겁니다. 또 후원을 받으면 하고, 후원을 받지 않으면 안 한다는 건 지나치게 비즈니스적인 생각이죠.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에 후원을 다 받지 못해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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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에는 그 나라의 전통 문화가 다 녹아있다고 생각한다는 비빔밥 유랑단 단원들. 한 외국인이 한글이 써진 병풍 앞에서 비빔밥을 즐기고 있다. (사진=비빔밥 유랑단) |
이런 열정적인 마음가짐이 통했던 걸까? 처음에는 유라시아 지역만 다녀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가는 곳마다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 덕분에 북미는 물론 남미 지역까지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세계 각국의 한국문화원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페인 마드리드 한국문화원에서 정병국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님과 서광수 문화원장님을 만난 적도 있었습니다. 좋은 말씀도 많이 듣고 맛있는 저녁도 사주셔서 큰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나네요.”
세계 각국을 여행하다보니 재미난 에피소드들도 넘쳐났다. “인도 델리에서 아그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행사를 진행하려고 준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기차를 놓쳐서 다른 곳에 가서 행사를 진행했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메이저리그 야구 경기가 끝나고 나서 비빔밥을 나눠줄 생각이었는데, 야구 경기 시간을 잘못 알아서 결국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준비한 재료를 다 버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김명식 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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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은 여행을 통해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을 발견했다.(사진=비빔밥 유랑단) |
직접 현장의 반응을 살펴본 이들에게 한식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묻자 매우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비빔밥만 해도 충분히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돋움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응이었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서 샐러드 같은 음식들을 찾지만, 사실 이런 채식 위주의 식단은 먹고 나서도 배가 고프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하지만 비빔밥은 샐러드 같으면서도 포만감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합니다.” 강상균 씨의 설명이다.
음식 자체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는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이다. 강상균 씨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어디로 가면 이 음식을 다시 먹을 수 있느냐’였다”면서 아직 한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 비빔밥을 즐기는 세계인들. (사진=비빔밥 유랑단) |
김명식 씨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식당을 짓기보다는 이미 현지에 진출한 한식당들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메뉴판의 메뉴도 통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똑같은 밥이라는 글자를 식당에 따라서 ‘bob’, ‘bap’, ‘bab’ 등 각기 다르게 표기하는데 외국인들은 이를 전부 다 다른 메뉴로 오해하기 쉽거든요.”
강상균 씨는 “한식이 대중화가 되지도 않았는데 고급화부터 시키려는 생각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외국에 널리 알려진 나라가 아니더군요. 잘 모르는 나라의 음식을 갑자기 비싼 값을 받고 팔면, 그 누가 사먹으려고 하겠습니까? 우선 한국과 한식에 대해 알리는 일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강 씨는 이어 “햄버거를 보면 천 원짜리 편의점 햄버거부터 2만 원 상당의 프리미엄 버거까지 저가브랜드부터 고가브랜드까지 잘 구축돼 있습니다. 한식도 저가브랜드부터 시작해 고가브랜드까지 나아가는 단계별 전략이 필요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고급 인재들이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 비빔밥 유랑단의 활동은 2기로 이어진다. (사진=비빔밥 유랑단) |
비빔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비빔밥 유랑단의 활동은 이제 2기로 이어진다. 강상균 씨는 2기를 선발하는 이유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비빔밥을 알릴 뿐 아니라 세상을 둘러보고 도전하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힘든 여행이 될 테지만,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바가 확실한 분들이라면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겁니다.”
비빔밥 유랑단 2기는 4~5월에 선발하며, 6월 한 달간의 훈련을 거쳐 런던 올림픽에 맞춰 7월 1일 영국으로 떠난다. 관심 있는 젊은이들은 비빔밥 유랑단 블로그(http://plusminers.blog.me)에 글을 남기면 된다. 비빔밥 유랑단 1기의 활동과 2기 선발에 대한 자세한 계획도 얻을 수 있다.
100회에 걸친 비빔밥 알리기 여행은 이들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을까? 김명식 씨는 “평소 기아나 난민 문제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 더욱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면서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 생각해볼 예정이다.
| 이들의 노력으로 비빔밥을 물론 한식이 세계화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사진=비빔밥 유랑단) |
박현진 씨는 “국제화 시대에서 저같은 대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비빔밥 유랑단을 시작하게 됐다.”며 “여행을 끝내고 돌아보니 세계
곳곳에 해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달았고, 세상을 보는 시야도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김수찬 씨는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느꼈다. “여행을 하면서 팀원들 간의
의사소통뿐 아니라 현지에 계신 한식당 사장님들과 정부 간의 의사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개인과 개인, 조직과 조직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습니다.”
비빔밥 유랑단 1기 멤버들은 이제 각자의 본업으로 돌아간다. 여행을 통해 한식 세계화에 대한 꿈을 본격적으로 키우게 됐다는 강상균 씨는 2기가 선발되면 다시 한 번 비빔밥 알리기에 나설 생각이다. 정겨운 씨는 컨설팅 회사 쪽으로의 취업을 생각 중이다. 박현진 씨는 대학생인
만큼 학교에 복학해 학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비빔밥을 알리기 위해 세계 무대로 뛰어든 이들의
열정이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성공적으로 해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앞으로 이들에게
비빔밥처럼 푸짐하고 건강한 미래가 함께 하길 기대해본다.
정책기자 백선우(대학생) siawitch@yahoo.co.kr
문의처 : 문화체육관광부 정책포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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