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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슭마다 붉은 홍시가 주렁주렁 열리는 고장

[국내여행 마니아 추천 가을 여행지 12선] ⑤ 경북 청도

2012.09.28 김혜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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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백과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 찾아왔다. 무엇을 해도 기분 좋은 적당한 기온의 계절이다. 가을이 오면 대한민국 산하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멀리 갈 필요없다. 짧아서 더욱 아쉽고, 귀하게 느껴지는 이 가을에 잊지 못할 추억 하나를 남겨보자. 여행 마니아들이 추천해 준 12곳 국내 여행지에서 무르익어 가는 가을의 정취를 느껴본다. (편집자 주)

‘가을여행’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곳이 청도다. 10월 중순쯤에 청도로 여행을 가면 산기슭마다 집집마다 홍시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청도 전체가 감물이 든 것처럼 온통 황토빛이다. 곱게 물든 감잎은 단풍나뭇잎 못지않게 화려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청도반시를 수확할 무렵에 개최되는 청도반시축제와 더불어 꼭 가봐야 할 명소 세 곳을 추천한다.  

눈길닿는 곳마다 감나무가 지천인 청도의 풍경.

눈길닿는 곳마다 감나무가 지천인 청도의 풍경.

운문사에 가거든 북대암에 오르라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때 창건된 사찰로 전해온다. 원광, 일연, 원등 등 걸출한 위인들이 거쳐 간 곳이며 지금은 260여명의 비구니들이 수행을 하고 있는 비구니사찰이다.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좋은 곳이지만, 한번만 갈 수 있다면 가을에 가보기를 권한다.

운문사 진입로에서부터 경내까지 1km 정도 되는 솔숲길이 이어진다. 솔향기를 맡으며 계곡물 소리를 벗 삼아 천천히 걷는다. 숲길이 끝나자 운문사 돌담장이 나타난다. 담장 너머로 가지를 뻗치고 늘어선 고목들이 단풍터널을 이루고 있다.

단풍으로 물든 운문사 돌담장길.

단풍으로 물든 운문사 돌담장길.

운문사는 일주문과 사천왕문이 없다. 정문격인 범종루를 통과하면 평지에 터를 잡은 전각들이 보인다. 전각들 뒤로 호거산이 호위병처럼 버티고 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수령이 400년이나 된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에게 인사를 하고, 보물로 지정된 석등과 원응국사비, 비로전, 석조여래좌상, 사천왕석주, 삼층석탑, 동호 등을 차례로 만난다.

비로전(옛 대웅보전) 천장에는 밧줄에 매달린 악착동자(보살) 조각상이 있다. 설화에 따르면 악착동자가 지각하는 바람에 극락정토로 가는 반야용선에 올라타지 못하고, 용선에서 내려 준 밧줄에 악착같이 매달려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밧줄에 매달려서라도 극락세계로 싶어 했던 동자의 지극한 불심과 함께 애처로운 중생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지룡산 암벽 아래에 터를 잡은 북대암.

지룡산 암벽 아래에 터를 잡은 북대암.

운문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려면 북대암만한 곳이 없다. 북대암으로 가려면 가파른 오르막길을 30여분 올라가야 한다. 8부능선까지 차로 갈 수 있지만 주차할 곳이 마땅찮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를 무렵, 지룡산 암벽 아래에 있는 암자가 보이는데 그곳이 북대암이다.

북대암 앞으로 운문사 전경이 펼쳐진다. 운문산, 호거산, 억산과 장군봉 등이 이룬 산자락들이 운문사를 감싸 안고 있는 형국이다. 산자락에 둘러싸인 운문사는 풍광이 아름다워 종종 연꽃의 화심(花心)에 비유된다. 운문사가 작은 규모의 절도 아닌데 산속에 파묻혀 있으니 호수에 떠있는 표주박처럼 보이기도 한다.

북대암에서 굽어본 운문사 전경.

북대암에서 굽어본 운문사 전경.

동글납작하고 씨가 없는 청도반시

반시축제장에서 판매하는 반시.

반시축제장에서 판매하는 반시.

매해 10월 중순쯤에 청도반시축제가 열린다. 청도 감은 생김새가 동글납작해서 반시(盤枾)라고 불리며 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축제장에서 반시를 자랑하던 주민이 "씨 있는 감종자를 청도에 가져와 심으면 씨가 없어진다고 하는데 청도 남자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아가씨들은 걱정 말고 청도로 시집오세요.”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반시에 씨가 없는 이유는 기후와 토양 조건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어쨌거나 씨가 없다고 맛이 덜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먹기가 편하니 반시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반시축제장은 여느 축제장처럼 시끌벅적한 장터 분위기가 난다. 행사장 입구에는 먹을거리장터가 들어서고, 전국 장터를 누비는 품바공연단과 엿장수들도 흥겨운 분위기에 가세한다.

 

반시를 싸게 파는 판매장은 물론이고, 반건시와 감말랭이를 파는 곳도 즐비하다. 청도에서는 곶감보다 감말랭이가 더 유명하다. 감말랭이는 감을 3~4조각을 내어 말린 것인데 젤리처럼 쫄깃하고 달달하다. 들고 다니면서 한 개 두 개 집어먹다보면 게 눈 감추듯 사라지고 만다.

반시축제장에서 감염색체험 중인 관광객들.

반시축제장에서 감염색체험 중인 관광객들.

감나무는 열매뿐만 아니라 잎도 쓸모가 있다. 감잎은 반시처럼 주황빛을 띠고, 두껍고, 단단하며 반들반들 윤이 난다. 감잎을 우려내어 만든 감잎차는 황토빛이 나며 구수하면서도 쌉싸래하다. 축제장 안에 감잎차를 시음하거나 감물염색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 감나무 가지를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감나무 모양의 우체통에 엽서쓰기 등의 행사도 진행한다.

반시축제장에서 시음행사 중인 감잎차.

반시축제장에서 시음행사 중인 감잎차.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감와인터널

반시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곶감이나 반건시, 감말랭이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감와인도 만들 수 있다. “감으로 와인을?” 이런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을 위해 감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으니 바로 청도감와인터널이다.

이 와인터널은 원래 일제시대때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경부선 기차터널로서 1937년에 폐쇄됐다. 지금은 터널의 약 1km 구간을 개조하여 감와인 숙성창고와 카페로 활용중이다. 터널안의 온도가 15℃, 습도가 50~70%로 일정하여 와인 창고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감와인터널 내부 모습.

감와인터널 내부 모습.

터널 안에는 와인통들이 가득 차있다. 와인통 자체가 특별한 볼거리여서 인테리어가 따로 필요치 않아 보인다. 터널 곳곳에 마련된 테마별 구간에서는 강의, 음악회, 시낭송 및 전시회 등 행사를 진행한다. 카페는 와인카페로서 터널 입구 쪽에 마련돼 있다. 와인 외에 음료수와 치즈와 크래커 등 간단한 안주류를 판다. 감와인에는 레귤러와인과 고급형 스페셜와인, 아이스와인 등의 등급이 있다.
 

감와인터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주문한 감와인과 안주.

감와인터널 안에 있는 카페에서 주문한 감와인과 안주.

술을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감칠맛이 난다. 터널안의 조명이 어두운 덕에 음주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를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데이트 코스로 추천한다. 입장은 무료이며, 단체 예약객에 한해 시음과 견학, 감와인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나아갈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아는 소들의 경쟁

청도는 소싸움으로도 유명하다. 소싸움은 농경시대 때 소를 치던 목동들이 즐기던 놀이에서 유래됐다고 하니 그 역사가 깊다. 소싸움을 보기 전에는 '싸움'과 '도박', ‘동물학대’라는 단어가 연상되어 약간의 거부감을 갖기 마련이다. 직접 보고 난 후에는 이런 선입견을 버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구경꾼들은 가족이나 연인들로서 소액을 걸고 재미로 참여한다. 소들이 상상하는 것만큼 격렬하게 싸우지도 않는다.

소싸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청도의 소싸움 상설경기장.

소싸움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청도의 소싸움 상설경기장.

소싸움 경기는 상설경기장에서 매주 토, 일요일에 열린다. 경기가 시작되면 옆구리에 청 또는 홍 색깔의 동그라미를 그린 싸움소들이 천천히 입장한다. 싸움소들은 성격이 거칠 것 같지만 경기할 때의 모습은 의외로 온순하다. 상대편 소를 닭보듯 하며 먼 산만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이럴 땐 소를 지휘하는 양쪽 조련사들이 고삐를 끌어 싸움을 붙여보기도 한다.

소들은 탐색전이 끝나면 머리를 맞대고 상대소를 향해 힘껏 밀어낸다. 서로의 힘이 엇비슷하면 몇 십분 동안 그자세로 버틴다. 이렇게 오래 버티면 마찰로 인해 찰과상을 입기도 한다. 뿔로 가끔 뿔을 이용해 치받기도 하는데 상대소를 과격하게 찌르거나 머리를 쿵쿵 부딪치며 싸우진 않는다. 싸움이 과격하지는 않지만 기싸움은 대단하다. 눈을 이마 끝까지 추켜올리고, 콧김을 훅훅 내뿜는다. 들숨일 때마다 갈비뼈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뿔이 부딪치면서 나는 둔탁한 소리가 경기장에 울린다.

청과 홍의 두 마리 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습.

청과 홍의 두 마리 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습.

소들이 샅바만 차지 않았을 뿐 몸을 맞대고 기싸움을 하는 모습은 마치 씨름경기를 하는 것 같다. 소들은 싸움 중에 상대에게 밀린다 싶으면 꽁지가 빠지게 줄행랑을 친다. 이긴 소는 도망가는 소를 잠깐 쫓긴 하지만 공격하진 않는다. 이긴 소의 아량이라고나 할까. 

●여행정보
청도감와인(주) http://www.gamwine.com
운문사 http://www.unmunsa.or.kr
청도반시축제 http://www.청도반시축제.kr 기간: 2012.10.19(금) ~ 2012.10.21(일)
청도소싸움 http://www.청도소싸움.kr

○그 밖의 명소: 청도석빙고, 유등연지, 운강고택, 만화정, 신도새마을운동 발상지마을, 청도프로방스포토랜드, 전유성의 철가방극장
○맛집: 운문사 인근에 있는 산동관(054-372-3215)은 한우전문점으로, 강남반점(054-373-1569)은 고기를 넣지 않고 만드는 스님짜장으로 유명하다. 청도역 앞에 추어탕거리가 있다. 청도 추어탕은 남원 추어탕과 달리 맑게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원조청도추어탕(054-371-5510)과 의성식당(054-371-2349)를 추천할만하다.  
○숙박: 용암온천호텔(054-370-3344)과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굿스테이 업소인 비슬리조트관광농원(054-372-0900)을 추천한다.

글·사진/김혜영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기업체 사외보에 여행칼럼을 기고하며, 라디오와 TV를 통해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5천만이 검색한 대한민국 제철여행지>가 있고, 4권의 공저가 있다. 3년 연속 파워블로그인 토토로의 여행공작소(http://blog.naver.com/babtol2000)를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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