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옆에선 대학생 또래로 보이는 배드민턴 강사들이 잘못된 자세를 하나하나 지적해가며 교정해주고 있다. 그런데 옆에서 듣고 있자니 말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영어이다. 간단한 생활영어부터 전문용어까지 배드민턴 동작 하나하나를 전부 영어로 설명해준다. 영어와 배드민턴을 결합한 방과후 수업 이른바 ‘잉글민턴’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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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와 배드민턴을 결합한 방과후 수업 ‘잉글민턴’은 자유분방한 수업스타일로에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사진=울산대 동아리 유토피아) |
울산대 동아리 ‘유토피아’ 학생들이 기획한 방과후 수업 ‘잉글민턴’은 학업에 지친 청소년들의 몸과 마음을 단련하기 위해 시작됐다. 주로 학업의 연장선상에서 보충 수업 형태로 진행돼왔던 기존의 방과후 수업에 스포츠라는 새로운 영역을 추가하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 향상이 주목적이지만, 운동을 통한 영어 실력 향상이 또 하나의 목표이다.
지난 1월부터 주2회 2시간씩 진행 중인데 갈수록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지고 있다. 수업 초반에는 초등학생 20명을 대상으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참여인원도 늘어 지금은 대기자가 생길 정도라고 한다. 특히, 놀라운 점은 이런 방과후 수업이 모두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잉글민턴’을 기획한 울산대 재학생 장동희(21) 양은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다가 영어와 배드민턴을 접목시켜 보기로 마음 먹었다.”며 “아이들에게 영어와 배드민턴을 가르친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막상 잉글민턴을 진행해보니 아이들보다 제가 더 배울 게 많더라.”며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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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업 ‘잉글민턴’에 임하는 아이의 태도가 사뭇 진지하다.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가쁜 숨소리는 들려오는데 힘들지도 않는지 아이들은 연신 즐겁게 라켓을 휘두르며 영어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울산대 동아리 유토피아) |
잉글민턴의 또 다른 멤버 박나윤(울산대·20) 양은 “방과후 수업이 막바지에 접어들 무렵 몇몇 학부모들에게서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아이가 운동하는 걸 너무 싫어해 걱정이 많았는데 잉글민턴을 시작한 뒤로 아이가 운동도 좋아하고, 공부에도 재미를 붙였다는 내용이었다.”며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한 프로젝트인데 이런 얘기까지 들으니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형수(울산대·20)씨는 잉글민턴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게 된 점을 성과로 꼽았다. 그는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강한 애착을 느끼게 됐다.”며 “영어회화는 사실 두려움을 버리고 적극적으로 부딪혀봐야 느는데, 운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니 아이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 교육적 효과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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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풍선과 같은 소품을 활용한 레크레이션을 곁들이기도 한다. (사진=울산대 동아리 유토피아) |
하지만 잉글민턴이 마냥 즐겁고 매끄럽게만 진행된 것은 아니다. 방과후 수업을 기획했던 유토피아 학생들은 “아이들 나이에 따라 배우는 속도가 달라 기준점을 잡기가 어려운 데다, 영어와 배드민턴을 동시에 가르치다보니 몇 분만 뛰고나도 금세 지치고 버거워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또 다른 아이디어를 궁리해냈다. 아이들 나이대에 맞는 조별 수업을 통해 수준별 학습을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 풍선놀이, 재미있는 이야기 등 아이들의 흥미를 끌 만한 요소들을 수업 중간중간에 넣어 집중도를 높였다.
그 결과 아이들의 영어로 듣고 말하는 데 부담을 떨쳐내기 시작했고, 배드민턴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앉아서 공부만 하던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자 어두웠던 성격도 밝아지고, 태도 역시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였다. 단순한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방과후수업이 아이들에겐 사교육이 가져다줄 수 없는 큰 변화를 가져다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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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기만 한 방과후 수업에 스포츠 활동을 도입해 지식과 체력,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 잉글민턴의 목표이다.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표정이 밝아보인다.(사진=울산대 동아리 유토피아) |
이처럼 대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봉사활동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유토피아를 이끌고 있는 장동희 양은 “요즘 대학생들이 스펙쌓기용 봉사활동에 열을 올리는데, 단순히 시간만 채우고 마는 의미 없는 봉사활동 대신, 이렇게 자신이 지닌 재능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봉사활동을 창조해내는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장동희 양이 속해있는 울산대학교 학생사회공헌팀 ‘유토피아’는 소속 멤버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해 잉글민턴을 비롯한 매거진 만들기, 환경 DIY교실, 만화영화 더빙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방과후 수업에 적용해왔다. 학생들의 아이디어와 재능만으로 이런 기획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리고 이 혜택은 울산 지역 초등학생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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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 학생사회공헌팀 유토피아는 각자가 지닌 재능을 활용해 매거진 만들기, 환경 DIY 교실, 만화영화 더빙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방과후 수업에 적용해왔다.(사진=울산대 동아리 유토피아) |
울산대학교 교직원 정성민(34) 씨는 “학생들이 주도하는 이런 창의적인 교육나눔 활동은 교육을 받는 어린 학생들뿐만 아니라, 나누는 대학생들도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주어진 것에 자신의 생각을 가두기보다는 본인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같은 창의적인 활동에 적극 뛰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창조경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 요즘, 나눔에도 창의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런 의미에서 잉글민턴은 창조경제의 씨앗인 창의력이 빚어낸 대표적인 나눔 사례라고 평가할 만하다. 대학생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영어와 배드민턴을 동시에 가르치는 퓨전 교육 ‘잉글민턴’을 만들어낸 것처럼 나눔 활동에도 새로운 아이디어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책기자 오준혁(대학생) junhen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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