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에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첫 번째 타운홀 미팅이 열려 한 여성 창업자가 창업과 관련된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
지난 8월 19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 지하 2층의 한 강의실. 규모는 작지만 열기는 뜨거운 행사가 열렸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처음 개최한 ‘청년과 함께하는 타운홀미팅’이다. 타운홀 미팅을 통해 모아진 각 지역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 관련 애로사항, 다양한 정책제안은 각 부처에 전달돼 정책에 반영될 예정이다.
청년위원회에서는 일자리 창출분과의 신용한·이욱재·이상협 위원 등이 참석했고, 김규동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장과 숙명여대 앙트러프러너십센터장인 손종서 경영학과 교수, 그리고 이곳 보육센터에 둥지를 틀고 있는 남녀 창업자, 기업인 멘토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신용한 위원은 이날 “청년위는 청년일자리 문제해결을 위해 만들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저희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있다”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신 위원은 이어 “창업·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위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취업, 새로운 일자리 창출, 해외취업·인턴, 창업·취업에 대한 멘토링 등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꿈과 희망을 갖고 열정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청년의 도전정신을 일깨우고 창업에 대한 응원을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 여러분을 만나게 됐다”면서 창업 관련 애로점 등을 ‘리얼하게’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먼저 신중한 창업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제시됐다. 이곳 센터에서 멘토링을 하는 창업 투자기업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의 권혁태 대표는 “여러 창업센터에서 공통적으로 느낀 점은 쉬운 창업이 결코 창업 성공률을 높이진 않는다는 것”이라며 “좀 더 신중하게 창업해야 한다. 우리는 출발선상에 섰을 때 목적지까지 가는 데 기름 역할을 하고 싶은데, 창업자들은 출발선에 가는 기름까지도 넣어달라는 입장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이곳에 입주했다는 ‘록큰롤비즈니스그룹’의 오탁민 대표는 “주변을 둘러보면 창업이 결코 쉽지 않은데도 창업만이 도전과 열정의 상징인 양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며 지나친 ‘창업 푸시’의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에프엔피컨설팅’의 박민규 대표는 “창업 실패로 인한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저도 경험해 보았지만, 창업을 지원하는 곳은 많지만 정작 폐업을 했을 때 지원해주는 데가 거의 없다”면서 “ 창업을 장려하려면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어야 하는데 창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곧 폐업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라고 ‘폐업 멘토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데이비드테크’의 김성민 이사는 “지난주 벤처협회에 강의를 나갔다가 여기 참석한다니 이 말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들었다”며 “창업을 했다 망한 1만5천명의 정보가 정작 금융권 기록에서는 사라졌으나 정부기관들 사이에 공유돼 재창업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시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위원들이 창업자라 이해와 공감이 잘돼 좋았어요”
여성 창업자인 ‘디어블랭크’의 김미희 대표는 “지금까지는 여성이란 점 때문에 겪는 특별한 어려움은 별로 없었다”며 “창업보육센터에 들어와 사업 기반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우리 입장에서 자금 지원이 필요한 곳과 정부 자금 지원이 이뤄지는 항목이 맞지 않을 때가 문제”라고 말했다.
‘레플커뮤니케이션’의 정일혁 기획실장은 “실제 필요한 부분에 지원이 안 이뤄진다는 점은 저희도 마찬가지”라며 “애써 작업을 해 지원금을 얻어도 효용성이 떨어진다. 사후 지원과 같이 지원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여성 창업자인 ‘애플박스3D’의 복선우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지원 심사를 하는 전문가들이 부족해 어떤 때는 말도 안 되는 아이템이 지원 대상이 되는 경우도 봤다”며 “지원 자금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에게 줘야 하는데 평가기준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숙명여대 창업보육센터의 장명진 매니저는 “지원 자금을 일정 기간 다 써야 하는 데 문제가 있으므로 창업은행이나 창업기탁은행 같은 기관을 만들어 일정기간 지원금을 맡겨두었다 필요할 때 꺼내 쓰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이 밖에도 ▶창업 관련 원스톱 서비스가 필요하며 ▶1인 창업기업들의 규모가 작다 보니 시제품 만들기가 어렵다. 그리고 ▶대학생들의 경우 창업과 학업의 병행이 힘들며 ▶대학의 창업관련 교육이 부실하고 자격 있는 멘토 강사가 부족하다는 점 등 청년 창업자들이 직접 느낀 애로사항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1시간 30분으로 예정됐던 타운홀 미팅은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들은 인근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다.
‘록큰롤비즈니스그룹’의 오탁민 대표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라고 참석 소감을 말했다. “잘 들어준다는 점에서 좋았고, 청년위원들 자신이 창업자이다 보니 이해와 공감이 잘 된다는 점이 좋았어요.”
오 대표는 “오늘 나온 이야기들이 정책에 반영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래서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다른 창업자들이 볼 수 있도록 페이스북 같은 곳에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른 타운홀 미팅에서도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는지, 계속 온라인을 통해 전달해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위는 향후 강원, 부산, 광주, 대구, 전북 등 전국을 순회하며 지역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예정이다.
[글·사진: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