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긴급견인제도를 이용해 사고 차량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인근 안전지대로 이동하고 있다.(사진=한국도로공사)

지난 1일 오후 12시 48분께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판교방향 8.2km 구간. 김모(42)씨 등 일가족 5명을 태운 스타렉스 승합차량이 주행하다 앞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시속 100km로 달리던 차량이 중심을 잃고 잠시 휘청하더니 4차로의 고속도로 중 1차로에 멈췄다.

고속도로 안전순찰팀이 제보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해보니 승합차량 운전자는 고속도로 1차선에 차량을 세워두고 보험사 견인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전요원들이 고속도로 1차로에 차량을 방치할 경우 2차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알리고 후방 차량을 통제한 뒤 도로공사에서 시행하는 긴급견인 제도를 통해 인근 안전지대인 성남영업소 광장부까지 견인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오전 9시 20분께는 퇴계원 방향 11.4km 지점에서 이모(55)씨의 그레이스 승합차량이 고장으로 1차로에 멈춰섰다.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한 이 씨는 당황한 나머지 제대로 사고 수습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이씨 역시 현장에 출동한 안전순찰팀이 긴급견인제도를 통해 서하남IC까지 이동했다. 김씨는 “생업을 위해 낡은 승합차를 제때 수리하지 않고 운행했는데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멈추게 될 줄 상상조차 못했다”며 “고속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운전할 수 있는 좋은 제도를 운영해 준 것에 감사한다”고 한국도로공사에 전했다.

고속도로 2차사고 치사율 67%…일반사고의 6배

2011년 11월 4일 오전 0시 55분께 통영-대전고속도로에서 고장으로 멈춰선 승용차를 5t 트럭이 추돌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자 등 3명이 숨졌다. (사진=한국도로공사)

사례처럼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량이 멈춰서면 대다수 운전자들은 당황한다. 2차 사고 우려가 높지만 차량을 갓길로 옮길 생각을 못하고 주위에 맴돌며 보험사에 우선 전화를 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보험사는 자신들이 계약된 견인차를 불러줄테니 다른 견인차는 이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추가 비용 발생을 꺼려하는 보험사들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당황한 운전자들은 대다수 보험사의 요구에 따라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보험사의 견인차량을 기다린다.

이 때문에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2차사고 예방을 위해 긴급견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긴급견인제도는 사고나 고장으로 고속도로에 정차한 차량을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쉼터 등 안전지대까지 무료로 견인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은 일반 승용차와 16인 이하 승합차, 1.4톤 이하 화물차이다. 보험사 긴급출동서비서와 관계없이 2차사고가 우려되는 모든 소형차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안전지대까지의 견인비용은 도로공사가 부담한다. 그 이후의 비용은 운전자 본인이 부담하거나 보험회사의 긴급 출동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지난해 교통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2차사고 치사율(사고 100건당 사망자수)은 66.7%로 일반사고의 6배에 달한다. 특히 2차사고 사망자 중 소형차량 탑승 사망자가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도로 2차 사고로 매년 50명 사망…긴급견인제도로 줄일 수 있어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긴급견인제도를 이용해 사고 차량이 고속도로 갓길에서 인근 안전지대로 이동하고 있다.(사진=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는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사고 또는 고장차량이 멈춰 있을 경우 일반 도로에 비해 2차 사고 위험이 높다.

특히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IC~평촌IC에 이르는 총 연장 47km를 관할하는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관할 구간은 사고 위험이 가장 높다. 하루에 18만대의 차량이 통행하는 전국 최다 고속도로 차량 통행 구간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사이에 개방 톨게이트가 설치돼 속도가 줄어드는 구조에 경부·중부 고속도로와 교차하는 지리적인 여건으로 교통사고도 빈번하다. 매일 2~3건의 크고 작은 차량사고가 발생하는 등 사정이 녹록치 않다.

이재구 한국도로공사 동서울지사 교통차장은 “고속도로 2차사고로 매년 50여명이 사망하고 있다”며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데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도로공사의 긴급견인제도 시행 현장.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서울외곽순환도로 판교방향 16.5km 광암터널 인근 갓길에 고장으로 정차한 아반떼 승용차 견인을 위해 상황실에서 견인차 출동을 지시했다.

그 사이 광암터널 후방 1km 전에 설치된 도로전광표지(VMS)는 차량의 4차로 진입 차단을 예고했다. 이를 확인한 고속도로 이용 차량들은 터널 진입을 앞두고 점차 속도를 줄였다. 터널 내부에서도 차선제어기(LCS)를 통해 4차로 진입 차단을 알렸다. 

터널을 지나자 사고 차량이 정차한 갓길 후방에서 덤프터럭 싸인보드가 전방 상황을 알렸다. 사고를 알리는 싸이렌을 울려 운전자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미처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운전자들이 싸이렌 소리에 반응해 전방을 주시하도록 한 것이다.

안전요원들은 갓길과 인접한 4차로를 막으며 진입을 차단했다. 갓길 가드레일 뒷편에서 견인차를 기다리는 운전자가 보험사에 연락을 취하는 사이 견인차는 사고 차량을 인근 안전지대로 옮겼다.

이재구 차장은 “2차사고는 뒷차가 움직이는 운동량을 100% 다 받기 때문에 1차사고에 비해 훨씬 더 위험하다”며 “사고가 나면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가드레일 뒤로 벗어나 긴급견인 요청 등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급견인제도는 현재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다. 필요시 한국도로공사 콜센터 1588-2504로 연락하면 된다.

해마다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차량수리비, 도로 파손복구비 등 사회적 비용만 3140억원을 넘는다. 긴급견인제도를 알고 이용을 확대한다면 2차사고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 교통사고 사망자 30% 줄이기 실현 가능성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