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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철과 따뜻한 예술…‘공존 통한 상생’

[지역경제 키우는 소상공인들] 서울 문래동 철공소거리

지역 공공예술지원사업 통해 주민·철공소 직원·예술가들 지역적 연대감

2014.07.3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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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철제 톱니바퀴를 활용해 만든 작품 ‘투게더’.
남은 철제 톱니바퀴를 활용해 만든 작품 ‘투게더’.

“뚝딱뚝딱! 지이이이잉~~철컹!” 여름날의 후텁지근한 열기에 용접기계의 불꽃이 여기저기 튀고 쇳덩어리 부딪치는 소리가 영 무시무시하다. 철물 하나가 떨어질까 조심스레 걷게 되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거리이다.

이곳이 예술적인 거리로 변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7번 출구로 나와 약 200미터 직진하면 당산로와 도림로 128길이 만나는 교차점이 있다. 그곳에는 문래예술촌을 안내하는 지도와 간판이 들어서 있고 망치 모양으로 못을 뽑는 커다란 조형물이 반기고 있다.

문래예술촌은 이색적인 벽화로 가득하고 특이한 조형물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을 닮은 조형물, 버려진 용접 마스크를 모아서 만든 ‘기리빠시 용접면’, 옥상의 빨랫줄을 활용한 듯한 ‘붐맨’ 등. 벽화는 삭막한 골목을 화사하게 바꿨다. 굳게 닫힌 철문에 그려진 ‘펠리칸’, 철공소 바로 옆에 그려진 꽃 벽화 등은 거리에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철물을 가공하고 다루던 문래동 철공소거리가 예술적인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용접 마스크를 활용해 만든 ‘기리빠시 용접면’.
무시무시한 철물을 가공하고 다루던 문래동 철공소거리가 예술적인 거리로 변모하고 있다. 용접 마스크를 활용해 만든 ‘기리빠시 용접면’.

문래동은 원래 일제강점기에 방적공장이 들어서면서 공장과 인연이 깊어진 곳이다. 방적기계를 당시 ‘물래’라고 부르면서 현재의 지명인 ‘문래동’이 됐다. 이후 철강공장과 철제상이 이곳에 밀집했고 1980년대까지 성황을 이뤘다. 제조업 활황의 날개가 꺾이면서 사업지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중소 철공소들이 모여있던 이곳에 2000년대 들어 홍대·대학로 등지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와 비어 있는 철공소 공간에 작업실을 만들면서 문래창작촌이 탄생하게 됐다.

비어가던 공장거리에 예술가들 모이며 지역 활기

현재 문래창작촌에는 회화·조각·영상 등 시각예술과 춤·연극·마임·거리 퍼포먼스 등에서 200여 명의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다.

시끄러운 철공소 옆에서 예술가들이 작업할 때 괜찮으냐는 질문에 이소주(40) 보노보C 대표는 “주변이 시끄럽고 소음이 더해지지만 그것이 더 장점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작업하는 사람들한테는 작업공간이 소음에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밤이 되면 철공소들이 다 문을 닫기 때문에 ‘비어 있는 낭만’도 크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문래공공예술사업 공모로 문래동에는 예술작품들이 더 많이 탄생하게 됐다. 영등포구는 문래창작촌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문래공공예술사업 지원공모를 진행했다.
그렇게 탄생한 조형물들은 철물과 예술의 본격적인 ‘협작’이었다. 예술가들의 아이디어와 철제소의 기술이 접목된 것이다. 철공소 직원들과 예술가들은 이때를 계기로 서로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문래창작촌 입구에는 용접 마스크 모형의 작품 ‘바가지’가 반기고 있다.
문래창작촌 입구에는 용접 마스크 모형의 작품 ‘바가지’가 반기고 있다.

예술가와 철공소 직원의 합작품인 ‘스패너의 안식’ 벤치. 차가운 이미지의 철공소를 쉼터로 변화시켰다.
예술가와 철공소 직원의 합작품인 ‘스패너의 안식’ 벤치. 차가운 이미지의 철공소를 쉼터로 변화시켰다.

기계가 불꽃을 튀기고 굉음을 내던 철제골목 문래동은 1980년대까지 제조산업이 성황을 이뤘다.
기계가 불꽃을 튀기고 굉음을 내던 철제골목 문래동은 1980년대까지 제조산업이 성황을 이뤘다.

조각가 이대석(31) 씨는 그런 협작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현재 문래창작촌의 분위기를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철제공업소들도 별도의 사업장이지만 다 유기적인 관계예요. 원자재 다루시는 분이 있고, 용접하시는 분이 별도로 있는 등 단순한 경쟁구도가 아니에요. 서로 상생하는 관계죠.”

이대석 작가는 그런 분위기를 살리는 망치로 만든 벤치, 스패너로 만든 벤치, 철 톱니를 모아 만든 사람얼굴 모형 등 아이디어의 원형을 짰다. 이 작가는 “차가운 이미지를 가진 철이 쉼터가 될 수 있다는 상징을 구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예술촌 형성에 철공소 사장님들도 반기는 기색이다. 30년간 이 일터를 지켜온 제일기공의 최재은(58) 사장은 “독특한 그림과 벽화로 분위기가 새로워지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며 “안 그래도 조만간 작가들과 모임도 있다”고 덧붙였다.

갑자기 명소로 떠오르는 변화에 어려운 점은 없을까? “예술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운을 뗀 이소주 대표는 “요즘 작가들과 공장직원 분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진을 들이대 찍거나 과한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예술가들에게도 평상시는 일터다. 그 예민한 부분을 서로 잘 조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공소 중심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아늑한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철공소 중심에는 예술가들을 위한 아늑한 공간도 생겨나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 촬영으로 지역관광 관심

카페들도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문래골목 중심에 위치한 ‘치포리’는 예술가를 배려한 공간이다. 카페 직원인 김연희(가명) 씨는 “카페 내에서 전시 갤러리도 여는 등 예술가들을 위한 캠페인과 지원이 많아지고 있다”며 “작가들의 수공예품들을 저렴한 수수료로 납품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래창작촌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인 <어벤저스>도 촬영해 지역관광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소주 대표는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몰릴지 사실 겁도 난다”고 ‘기분 좋은’ 엄살을 부렸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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