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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프라미스가 지원하고 있는 네팔 다딩 마을의 어린아이들.(사진=더 프라미스, 메디피스, 어린이재단 합동지원팀) |
5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부근을 걷던 사람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스피커를 통해 ‘아제아제바라아제’로 시작되는 힙합 염불 ‘신반야심경’ 외는 소리가 그곳에서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 연등회 이틀째인 이날 불교단체들이 서울 종각역 부근에서 ‘전통문화마당’을 열었다. 전통문화마당은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가 조계사 일대에서 불교단체들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자리. 70여 단체가 참여해 국제불교마당, 전통문화마당, 먹거리마당, 나눔마당, NGO 살거리마당 등의 코너에 120여 개 홍보 부스가 세워졌다.
부스에는 관람객들을 위한 체험이 마련됐는데 ‘더 프라미스’의 체험이 단연 이색적이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보낼 티셔츠를 꾸미고 동화책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힘을 합쳐 6장으로 구성된 한 권의 동화책을 만들자는 콘셉트로, 이 동화책은 아프리카 등으로 보내진다고 한다. 부스를 찾은 이들은 부직포 책자에 부직포로 만들어진 옷, 자동차 등을 풀로 붙이며 소리 없이 분주했다.
동화책 만들기를 돕던 더 프라미스 양혜운 기획홍보국장은 “단순히 후원자들한테서 후원금을 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보다 후원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 의미 있다”면서 “동티모르, 말라위, 인도, 미얀마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티셔츠 페인팅 캠페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프라미스는 그 외에도 파우치 만들기 캠페인, 에코백 페인팅 캠페인 등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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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프라미스는 메디피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합동으로 구호지원팀을 꾸려 네팔 지진 현장 복구 활동을 지원했다.(사진=더 프라미스, 메디피스, 어린이재단 합동지원팀) |
의료 구호·물품 지원 등 체계적 구호사업 추진 중
더 프라미스는 묘장 스님(상임이사)이 2008년 만든 국제개발구호단체다. 이전에 국제개발구호단체에서 활동한 스님은 어려운 이웃에게 돈이나 물품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면 지원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체감하고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그들과 소통해 일을 효과적으로 하고 싶다’며 단체를 만들었다.
그 결과 더 프라미스는 미얀마, 동티모르 등에 학교를 10여 개지었고, 동티모르에는 식수시설, 미얀마에는 소액 대출, 티벳 학생들에겐 학비, 스리랑카에는 평화교육센터 건립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지원 인력도 늘어 서울 9명, 경북 2명, 동티모르 3명, 미얀마 2명이 더 프라미스 이름으로 상근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이 단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은 네팔. 이에 더 프라미스는 구호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자 의료구호단체인 메디피스, 재원이 풍부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처음으로 함께했다. 5월 14일 현재 더 프라미스는 4700가구에 쌀 2만100kg, 소금 2000kg, 천막 2050장, 콩 1275kg을 지급한 상태다.
묘장 스님과 함께 2차로 네팔을 다녀온 김동훈 씨는 체력 고갈로 이날 홍보 부스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더 프라미스의 네팔 구호 활동의 핵심 인력이다. 여섯 살 난 아들을 둔 가장이자 더 프라미스 국제사업국장의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의외로 담담했다.
“저도 가능한 한 가고 싶지 않은데 안 가면 안 되니까요. 이번에도 네팔에 가면서 아이한테 ‘아빠, 출동하고 올게’라고 말했는데, 조만간 또 가야겠지요. 이게 제 업이니까요.”
“당장 우기가 닥치면 오갈 곳 없는 사람들 더 막막”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5월 17일 서울 조계사에 열린 전통문화마당 ‘NGO 살거리마당’. 이곳에서 묵묵히 참가자들을 돕는 묘장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5월 10일부터 15일까지 네팔에 갔다가 16일 귀국해 17일 오후 본인이 주지스님으로 있는 경북 구미 도리사로 향한다고 했다. 다음은 영롱한 눈빛의 묘장 스님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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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 프라미스, 메디피스, 어린이재단 합동지원팀) |
어제 네팔에서 귀국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더 프라미스가 긴급구호 활동도 합니까.
“더 프라미스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긴급구호 활동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네팔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저희는 네팔 ‘다딩’이란 지역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커피나무를 심었습니다. 올해가 나무를 심은 지 4년째 되는 해라 커피 수확이 가능했는데, 지진이 발생해 이 지역에서만 50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소득 증대에 앞서 일단 생명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1차로 식량, 모포를 제공하고 2차로 천막을 지급했습니다. 저는 2차로 다녀온 것인데 당장 우기가 오면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습니다.”
해외 지원 활동을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내 이웃부터 돌보자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국내 복지는 비교적 잘된 편이기 때문에 해외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나와 남을 구분하는 데서부터 불행이 시작되는데요. 도와줄 사람, 도와주면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은 사람을 차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도움을 주고도 내 이득을 찾으려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수행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타인들에게 차별 없이 골고루 도와줘야지요.”
그동안 다녀온 긴급구호 현장과 네팔 지진 현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네팔의 지진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아이티는 대지진 발생 후 5일 만에 갔는데도 지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는데 네팔에 가서는 진도 7.3, 5.2 지진을 두 차례 경험했습니다. 그래선지 네팔에 머무는 동안 잠을 거의 자지 못했습니다. 혹시 몰라 대원들 모두 개인 생존도구로 침낭, 텐트, 식량과 위성전화를 갖고 다녔고요. 게다가 네팔 정부의 대응 능력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고 나오면 그만인데, 그들은 그 나라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현실이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그곳에서 어려운 일도 많이 겪었을 것 같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루는 진도 7.3의 지진을 겪은 뒤 숙소로 돌아오니 외국 팀은 다 철수한 상태더군요. 우리도 숙소에서 자다가는 더 위험할 수 있어서 7명이 노숙을 했습니다. 그러다 새벽 3시경에 진도 5.2의 지진이 왔는데, 현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뒷사람이 앞에 있던 저를 세게 밀치는 바람에 바로 앞에 있던 철문에 가슴팍을 세게 부딪혔습니다. 당시에는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피신할 생각만 했는데 지진이 멈춘 뒤에야 통증을 느꼈습니다. 아직까지도 가슴이 얼얼한데요. 사명감이 없다면 네팔을 다시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럼에도 네팔에 또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삼계개고 아당안지(三界皆苦 我當安之)’란 말이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이 고통 속에 있으니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하고 약속하신 건데요. 부처님께서 하신 그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열반경에는 ‘가난한 이웃을 만나는 일은 참으로 기쁜 일이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바로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이 내게 공덕을 쌓을 기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많은 분들이 공덕을 쌓을 기회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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