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 모자라 다시 장만해 하느라고 이틀에 걸쳐서 김장을 했다…하도 남쪽으로 내려와 북과는 기후가 달라 이렇게 하면 시어진다 저거 넣으면 시어진다 국물을 해도 안된다 하니 처음에는 정신이 다 어벙벙해 지더만, 여기서는 그냥 막 짜게 맵게 안하면 시어져 못 먹게 되는 모양이다…(1946년의 일기)
“경희가 요즘 무럭 큰다. 배안에 털이 곱게 빠지고 머리깔이 거무스리 나온다. 다리가 통통해오며…아마 경자보다 키는 클 모양이다…”(1947년의 일기)
평범한 주부인 임영자 씨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1946년부터 매일같이 일기를 썼다. 임 씨의 일기에는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과, 육아 및 내조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지 못한 후회 등 여성의 삶과 시대상이 잘 나타나 있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임 씨의 일기와 같이 개인·단체로부터 기증받은 민간 기록물 22만여점 가운데 270여점을 엄선해 22일 성남 서울기록관에서 ‘나의 삶과 기록, 역사가 되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21일 밝혔다.
종이봉투부터 전산화되는 과정을 볼 수 있는 남기재 씨의 월급봉투(1976년). |
이번에 전시되는 기록물들은 개인 일상에서 업무 관련 기록, 사회·문화·교육·국방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추억과 역사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국립암센터 건립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금연운동에 앞장선 국립암센터 초대 원장 박재갑의 일지, 한국 해운을 이끌어 온 주역들의 구술 영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학순 할머니가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피해사실을 증언한 인터뷰 영상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6.25전쟁 당시 내무부 치안국 태백산지구 경찰전투사령부에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기록한 ‘태백전사’와 1954~55년경 주한 미군이 서울풍경을 담은 컬러사진 등도 전시된다.
한국방송작가협회가 기증한 ‘웃으면 복이와요’ 방송대본(1980년대). |
특별코너에서는 ‘청실홍실(1956)’, ‘웃으면 복이와요(1980년대)’ 등 한국방송작가협회의 방송대본과 해외에서 기증 받은 파독 근로자들의 개인소장 기록물 등이 선보인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개인의 기록이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기증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의: 국가기록원 공공기록관리과/콘텐츠기획과 042-481-1766/63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