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7일 오전 8시경 지하철 7호선 숭실대역. 전동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서자 지하철을 타기 위해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섰다. 대기석 의자에 앉아 있던 30대 여성도 자리에서 일어서다 갑자기 푹 쓰러졌다. 옆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며 우왕좌왕했다.
승객들의 안전한 승하차를 돕기 위해 승강장에 나와 있던 김영구(56) 역장이 그 광경을 보고 바로 달려갔다. 여성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고 맥박이 약했으며 의식까지 없었다. 심정지라고 직감했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했는데, 여성이 입은 카디건은 커다란 단추가 달려 있어 압박을 할 때 방해물이 될 수 있었다. 카디건을 벗겨야 했다. 그런데 자신은 남자고, 환자는 여성이어서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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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구 역장은 지난 3월 심정지 여성을 구해냈을 뿐 아니라 2011년 ‘지하철 묻지마 흉기 난동’ 범인을 제압했다. |
출근길 심정지 여성, 여성 승객들 도움 받아 구해
2011년에는 ‘묻지마 흉기 난동’ 범인 제압
김 역장은 옆에 서 있던 여성에게 쓰러진 여성의 겉옷을 벗겨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그 여성은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았다. 그녀에게 심폐소생술을 맡긴 김 역장은 근처에 있던 다른 여성 승객을 지목해 쓰러진 여성의 다리를 주물러달라고 부탁했다. 그러곤 재빨리 119에 신고해 상황을 설명하고, 스피커폰으로 구급대원이 알려주는 응급처치 방법을 도와주던 두 여성 승객에게 전달했다.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지 2~3분쯤 지나자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 여성은 기운을 차리고 “이젠 괜찮다”고 했지만 김 역장은 환자를 설득해 119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가게 했다. 교육을 받을 때 강사가 심정지 환자는 반드시 병원으로 가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음 날 음료수 한 박스를 들고 찾아와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죠. 제가 살린 게 아니라 심폐소생술을 한 여성과 다리를 주물러준 여성 승객분이 살려준 것이라고요.”
지하철 7호선 온수역으로 근무지를 옮긴 김 역장은 기자를 만나서도 “바쁜 출근시간이었음에도 이웃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내준 그분들이 존경스럽다”고 겸손해했다.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저야 안전을 책임지는 역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죠. 다른 직원이었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저와 똑같이 행동했을 거예요. 당시 경황이 없어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도, 고마운 분들의 이름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해 지금도 미안해요.”
김 역장은 온수역 직원들 사이에서 꼼꼼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정식 출근시간이 오전 7시 30분이지만 6시 50분이면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쉼 없이 역 구석구석 시민의 안전을 해칠 요소가 없는지 확인한다. 특히 승강장 스크린도어 오작동으로 승객이 다칠 수 있기때문에 열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틈까지 일일이 손을 넣어 이물질이 있는지 확인한다.
자그마한 체구에 하얀 얼굴로 연약해 보이는 인상이지만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도울 때는 슈퍼맨이 따로 없다. 김 역장은 2011년 10월 신대방삼거리역에서 근무하던 시절 ‘묻지마 흉기 난동’ 범인을 제압해 많은 승객들의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출근해서 승강장을 둘러보는데 멀리서 비명소리가 났어요. 바닥에는 피가 뚝뚝 떨어져 있고, 열린 지하철 문으로 사람들이 소리치며 뛰쳐나오는데, 완전 아수라장이었죠.”
현장으로 달려가 보니 한 남성이 30cm가 족히 넘어 보이는 회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해치려는 사람이 있다’며 허공에 대고 칼을 휘둘렀다. 정신질환자였다. 이를 제지하려던 시민 한 명이 다리를 크게 다치기도 했다. 김 역장은 안전장비도, 제압할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맞섰다.
“정신이 없었죠. 온몸이 굳고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물론 저도 그 자리를 피해 도망가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도망가면 남아 있는 승객들은 어떻게 되겠어요.”
김 역장은 남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타일렀다. 3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3시간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그러다 틈을 노려 칼을 든 손을 비튼 후 업어치기로 남자를 제압했다. 그 과정에서 다리를 찔려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지하철 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건을 그의 용기로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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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구 역장이 ‘부끄러워서’ 집에도 가져가지 않고 책상 밑에 넣어두었다며 조심스레 그동안 받은 표창장들을 꺼내 보여주었다. |
도움 베풀다 오히려 항의받은 경험도 있어
여생을 봉사하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꿈
이뿐만이 아니다. 성추행범을 잡다가 눈을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하기도 했고, 동네에서 성폭행 위기에 처해 있던 여고생을 구해내기도 했다. 가족들이 “위험한 일에 나서지 말라”고 구박을 하지만 그는 “누군가가 나서야 할 일에 곧바로 뛰어들지 않으면 찜찜하니 발 벗고 나설 수밖에요”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뭘 바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의 의상자로 선정되면서 받은 포상금과 격려금은 모두 어려운 이웃에 기부했다. 신대방삼거리역장으로 일하는 4년 동안 이미용 봉사를 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묻지마 흉기 난동 사건’으로 김 역장은 한동안 칼에 맞는 꿈을 꿀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칼만 봐도 무서웠다. 아내가 정신과 치료를 권유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의 용기를 격려해주기는커녕 시비를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
“2013년에도 숭실대역에서 승객 한 분이 심장마비로 쓰러진 일이 있었어요. 숭실대 논술시험이 있던 날이었는데, 시험시간에 늦었는지 수험생 아들과 아버지가 급하게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더라고요. 긴 계단을 오르는 게 무리였는지 아버지가 아들에게 서둘러 가라며 손짓하고는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어요. 제가 곧바로 10분동안 심폐소생술을 했죠. 갈비뼈가 다 부러질 정도로 간절하게 했지만 병원으로 이송한 뒤 결국 사망했어요. 그런 일을 겪으면 마음이 안 좋죠.”
그래도 그는 “앞으로도 위험에 처한 승객이나 시민이 생기면 당연히 나서서 도와줄 것”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소원을 묻자 “여생을 봉사하며 지낼 수 있게 건강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투철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으로 생명 존중과 안전 문화 확산을 적극 실천하는 그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작은 영웅’이 아닐까 싶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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