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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해와 새해를 잇는 첫 버스, 희망으로 달려요”

[세밑을 달리는 사람들] 서울 272번 노선버스 박명규 기사

2016.12.30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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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모든 버스와 지하철, 기차 등 대중교통 수단이 쉬는 날이라고 운행을 멈추면 어떻게 될까.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대중교통을 운행하는 운전기사와 기관사들은 공휴일, 연말연시와 상관없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는 분들이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서 서대문구 명지대사거리 사이를 운행하는 272번 노선버스를 운전하는 박명규(51) 씨도 7년 넘게 연말연시 기간을 가족과 함께 지낸 적이 없다. 자신이 쉬면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고, 그러면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승객이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남들 쉴 때 못 쉬는 게 버스기사의 가장 큰 어려움이죠. 물론 시민의 발이 된다는 보람으로 일하고는 있지만, 가족에겐 항상 미안하고요.”

박명규 씨가 버스기사 일을 시작한 건 2009년이었다. 강남에서 제법 크게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2008년 불어닥친 국제 금융위기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쫄딱’ 망했다고 한다.

“망하는 게 순식간이더라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집안에 안좋은 일도 연이어 일어나고, 하지만 절망할 여유도 없었어요. 가장으로서 어떻게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뭐든 해야 했죠. 가게를 할 때 25인승 소형버스로 손님들을 픽업하곤 했는데, 그 경험을 살려 버스회사를 찾아가 일을 시작했어요.”

버스기사 생활은 녹록지 않다. 예를 들어 새벽조는 새벽 4시 15분부터 운행을 시작하기 때문에 새벽 3시엔 기상을 해야 한다. 272번 버스의 경우 운행 거리가 길어 한 번 운행하는 데 3시간 정도 걸린다. 그걸 세 번 운행해야 한다. 오후 2시쯤 일찍 퇴근하는 대신 다음 날 새벽 3시에 일어나기 위해 늦어도 저녁 9시 전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야간조는 오후에 출근하는 대신 새벽 2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집에 들어가서 씻고 나면 새벽 3시가 넘는다. 이렇게 일반인들과 다른 생활을 해야 하는 데다, 일주일 단위로 조가 바뀌기 때문에 생활이 더욱 불규칙적일 수밖에 없다.

“가장 힘든 게 고립감이에요. 친구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어요. 애들 집에 있는 시간엔 일을 하거나 자야 하니까요. 일주일에 한 번씩 쉬긴 하지만 대부분이 아이들 학교 가는 평일이라 방학 때 아니면 같이 시간을 보낼 수도 없어요.”

버스를 운행하는 동안 수백 명의 승객이 타고 내린다. 하지만 버스기사에겐 그저 스쳐 지나는 사람들일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씨는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 건네는 인사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버스기사들에겐 고립감을 벗어나게 해주는 큰 힘이 된다고 말한다.

박명규 씨가 버스 운행을 시작하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명규 씨가 버스 운행을 시작하기 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항상 제가 먼저 승객들에게 인사하고 말을 건네려고 노력해요. 그런데 처음 운전을 시작했을 때보다 요즘은 반응이 더 없어요. 그래도 전에는 아는 얼굴이면 인사도 하고 음료수도 건네는 분들이 계셨는데, 요즘은 인사를 해도 얼굴 쳐다보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더 각박해진 것 같아요.”

그래도 박 씨는 승객들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저도 술 한잔 하고 싶고, 가족과 더 이야기하고 싶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피곤해지고 졸음운전으로 이어져 사고가 날 위험이 커요. 저 하나 잘못으로 저 자신은 물론 승객 수십 명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거죠. 그래서 술은 안 마시고 일찍 자고 하루 30분이라도 운동을 해서 몸을 건강하게하려고 신경을 쓰죠.”

안전운행에도 최대한 신경을 쓴다. 사실 버스기사들에게 안전운행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운행시간에 맞춰 차고지로 돌아와야 30여 분의 휴식시간을 갖고 다시 출발할 수 있다. 도착이 늦으면 그만큼 휴식시간도 줄어든다.

“앞차와의 간격이 멀어지면 그만큼 다음 정거장에서 태워야 하는 승객도 더 늘어나요. 그러면 앞차와의 간격이 더 벌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죠. 그래서 솔직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버스를 타기 위해 오는 걸 보면 기다렸다 태우는 걸 주저하게 돼요. 그렇다고 그냥 출발할 수는 없더라고요. 제 어머니도 장애인이거든요. 어머니를 태운다는 생각으로 기다려요. 늦었더라도 안전하게 운전하고, 장애인이나 노약자분이 타면 자리에 앉을 때까지 출발 안 하고 기다리고…. 제가 힘들어지더라도 그런 배려는 해야죠.”

그는 이런 마음은 모든 버스기사들의 공통된 마음이라고 했다.

심정지 환자 심폐소생술로 생명 구하기도
승객이 버스기사 위험 상황 보호해야 안전운행 가능

박명규 씨는 지난 7월 자신이 운행하는 버스에서 심장이 멎은 환자를 살려낸 미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일로 지난 7월 11일 국민안전처 장관 표창을 수상한 데 이어, 8월 7일엔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 경기에 ‘나의 영웅 데이’ 이벤트 시구자로 초청되는 등 사회적으로 격려가 이어졌다.

“회사 사장님이 의용소방대장을 오래 하신 데다 우리 버스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이 타시기 때문에 안전사고 대비 교육을 강조하세요. 일 년에 한 번이상 중랑소방서 담당자를 초청해 심폐소생술 교육을 확실하게 하고 있어요. 저도 처음엔 관심이 없었는데 한사람 한 사람 실습을 하게 하니까 제대로 배울 수밖에 없어요.”

7월 1일, 평소와 같이 첫차를 운행하는 박씨의 버스에 40대 초반의 남성이 탔다. 자리에 앉을 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다. 그런데 몇 정거장 지나다 보니 술에 취해 잠든 것처럼 몸이 의자 아래로 밀려 내려가 바닥에 주저앉은 듯한 자세로 있는 게아닌가. 박 씨는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에게 술 냄새가 나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아주머니는 술 냄새는 안 나는데 숨을 안 쉬는 것 같다고 했다. 급히 차를 멈추고 가보니 맥박도 없고 숨도 쉬지 않았다.

당시 출동했던 중랑소방서 119 구급대는 “박 기사님이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방치했다면 우리가 도착했을 땐이미 사망한 후였을 것”이라며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박 씨도 “전국의 모든 버스기사들은 심폐소생술을 꼭 제대로 배우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버스를 이용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아요. 내 가족이 버스에서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죽었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억울하고 슬프겠어요. 버스기사들이 심폐소생술만 제대로 할 줄알아도 버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분들은 없을 거잖아요.”

그는 시민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기사들이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는 것. 특히 기사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승객들이 용기를 내주어야 자신의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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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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