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외투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에서 봄 냄새가 난다.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상쾌한 바람을 맞으러 가자. 아직 완연한 봄을 느끼긴 이르지만 자연 곳곳에 배어든 봄을 만나러 가기에는 더없이 좋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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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서해는 고려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으레 서해를 생각하면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을 떠올린다. 그래서인지 서해바다는 왠지 모르게 바닷물이 갯벌을 닮은 시커먼 색을 띠고 있을 것만 같다.
마실길을 찾아 들른 변산반도는 예상을 깨는 모습이었다. 동해 못지않은 짙은 파란색 바다가 눈에 들어오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자 “바다다!”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변산 마실길의 ‘마실’은 마을을 뜻하는 방언이지만 ‘마실 간다’는 말로도 자주 쓰인다. 이때 마실은 이웃집으로 놀러가거나 가까운 곳으로 바람 쐬러 간다는 뜻으로 쓴다. 마실길에는 총 8개 코스가 있는데 코스별로 3시간 정도면 다녀볼 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마실’ 다니기 좋다.
새만금홍보관에서 송포갑문까지는 1코스 ‘조개미 패총길’, 송포갑문에서 성천마을까지는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 성천마을부터 격포항까지는 3코스 ‘적벽강 노을길’, 격포항에서 솔섬까지는 4코스 ‘해넘이 솔섬길’, 솔섬부터 모항갯벌체험장까지는 5코스 ‘모항갯벌 체험길’, 모항갯벌체험장에서 왕포마을까지는 6코스 ‘쌍계재 아홉구비길’, 왕포마을에서 곰소염전까지는 7코스 ‘곰소 소금밭길’, 곰소염전에서 부안자연생태공원까지는 마지막인 8코스 ‘청자골 자연생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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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강 노을길의 종착지인 격포항에서 바라본 서해바다의 모습. |
8개 코스 중 해안 절경이 아름답다는 적벽강 노을길로 향했다. 적벽강 노을길은 성천에서 시작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고사포해변에서부터 걸을 수 있다. 부드러운 모래 해안과 해변을 따라 펼쳐지는 솔숲이 인상적이다. 썰물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모래 갯벌은 바지락, 소라, 맛조개, 해삼이 유명해 갯벌 체험을 하기 좋다.
해송을 따라 걷다 보면 성천항에 도착한다. 성천항은 항구라기보다 포구에 가까운 규모. 작은 바닷가 마을 부두에 정박해 있는 소규모 어선을 보니, 부산이나 인천 같은 대규모 항구와는 다른 소박함이 정겹다.
성천항을 지나면 산길을 오른다. 해안을 따라 조성된 오솔길은 한 명씩 차례로 줄을 서서 가야 할 만큼 비좁은 길이다. 이곳에는 해안절벽을 따라 철조망이 설치돼 있다. 방문객의 안전을 염려해서 만든 것인가 싶었는데 조금 더 걸어가니 버려진 초소가 나온다. 알고 보니 원래 초병들이 해안 경계를 위해 만든 길이라고.
한 시간 정도 걸었을까. 오솔길이 끝나고 하섬전망대가 보인다. 산길을 지나 넓은 바다에 둘러싸인 하섬을 만나니 눈이 절로 시원해진다. 평소에는 여느 섬과 다를 바 없지만, 썰물 때가 되면 바다가 하섬으로 가는 길을 열어준다. 썰물 때 방문해 바다를 가로질러 섬으로 걸어가는 경험도 새로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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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난 오솔길은 길이 좁아 한 줄로 서서 다녀야 한다. |
하섬전망대를 뒤로하고 반월안내소를 지나면 도로 오른쪽에 적벽강 이정표가 등장한다. 적벽강은 마실길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리 시선을 옮기면 커다란 사자 한 마리가 바다를 보며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아서 ‘사자바위’라 불리는 해안절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적벽강은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분지가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면서 생긴 해안절벽이다. 중국의 유명한 문장가 소동파가 유배생활을 했다고 알려진 중국 황주 적벽강의 모습과 비슷해 적벽강이 됐다는 말도 있고, 해 질 녘 석양이 비치면 적색처럼 보인다 해서 적벽강이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붉은색을 띠고 있는 바위 절벽은 중생대 백악기 때 생겨난 지층이란다. 어떻게 이름 붙여졌든 독특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분명하다. 해안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절벽도 멋있지만 구석구석에도 볼거리가 숨어 있다. 형형색색의 수석이 모래처럼 깔려 있고, 용암이 바닷물에 식어서 생겼다는 주상절리도 볼 수 있다.
적벽강로를 따라 해안 모퉁이를 돌아가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작은 당집, 수성당이 보인다. 수성당은 바다를 다스리는 개양할미(수성할미)와 8명의 딸을 모시는 제당이다. 칠산바다를 다스리는 신으로 여겨진 개양할미에게 제를 올리면 바다가 잠잠해져 어부들이 무사히 조업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정월대보름이 되면 무사태평과 풍어를 비는 수성당제를 올린다.
수성당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는 ‘대나무가 무리 지어 있는 마을’이라는 뜻인 죽막마을로 접어든다. 마을 이름은 대나무와 연결돼 지어졌지만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따로 있다. 천연기념물 123호로 지정된 후박나무가 마을 뒤편에 숲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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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막마을에서 격포해변으로 가는 길에 봄꽃이 활짝 폈다. |
죽막마을을 지나면 다시 바다로 내려와 걷는다. 바닥이 미끄러워 발걸음이 더디다. 조심조심 걷다 보니 바다를 바라보는 인어상이 있는 격포해변에 다다랐다. 격포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채석강이 있다. 책을 수만 권 쌓아놓은 듯한 모습의 채석강은 격포항에서 격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1.5km 길이의 해안절벽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채석강과 흡사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는 속설이 있지만, 실은 해수면 아래로 보이는 암반의 색이 영롱해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세월 해수면의 변동으로 깎이고 잘려나가 현재 모습이 된 채석강은 지금도 파도가 칠 때마다 조금씩 침식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절벽과 마찬가지로 파도에 깎여 생긴 해식동굴도 볼 수 있다. 채석강 구경이 끝나면 방파제로 올라 다시 길을 걷는다. 3코스 적벽강 노을길은 격포항에서 끝난다.
천천히 길을 걷다 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다. 채석강에서 격포항까지 노을빛을 바라보며 걸으니 3코스 이름이 ‘노을길’이라 지어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구나 싶다. 석양이 해수면을 타고 점점 붉어져 주변 경관에도 번진다. 붉게 물든 변산반도의 모습은 머릿속에 담아놓고 두고두고 꺼내볼 절경으로 남았다.
가는 길
• 자가용: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 → 톨게이트에서 변산 방향으로 좌회전 → 25km 직진 후 변산면사무소 앞 삼거리에서 고사포해변 방면으로 우회전 → 2km 직진 후 고사포해변
• 대중교통: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격포 방면 버스를 탄 후 고사포해변에서 하차
충북 괴산 연풍새재 옛길
백두대간 중 하나인 조령산에 있는 조령관에서 충북 괴산 방면으로 이어진 옛길. 졸참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진 숲뿐 아니라 은대난초, 산딸기풀, 애기똥풀 같은 야생화들이 철마다 피어 있다.
경북 영덕 블루로드
영덕의 해안 풍경을 이어주는 해안도보길. 대게누리공원부터 고래불해수욕장까지 블루로드를 걸으면서 영덕의 명소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전북 고창읍성 성곽길
고창읍성은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조선시대 읍성이다. 성벽 위로 나 있는 흙길 옆에는 솔숲이 우거져 정취를 더한다. 성곽길을 밟으면 무병장수하고 죽어서 극락에 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소리길
옛 홍류동 계곡길을 복원한 소리길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걷는 길이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이 녹아 졸졸 흐르는 소리가 제법 운치 있다.
경기 양주 우이령길
우이령길은 산길이지만 가파르고 험한 구간이 없어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우이동길을 걸으려면 먼저 국립공원 누리집(http://www.knps.or.kr/)에서 예약해야 한다.
강원 양양 구룡령 옛길
양양과 홍천을 연결하는 길로 산세가 평탄해 양양, 고성 사람들이 한양을 오갈 때 이용하던 옛길이다. 명승 제29호로 지정된 구룡령 옛길은 초입부터 100~200년 된 금강송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사진제공 · 부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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