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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아닌 젓가락 테스트·요리 면접 통해 인성과 창의력 평가해요”

[블라인드 채용 모범 사례] 식품기업 ‘샘표’의 열린 채용 성공 사례

2017.07.07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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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철학을 담은 스펙 초월 ‘열린 채용’이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성별, 나이, 출신 학교, 학점, 어학점수, 전공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실시한 식품기업의 대표적 사례다. 지원자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만한 독특한 채용 방식을 선보인 이 기업을 들여다보았다.

정장을 입은 청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젓가락질을 해댄다. 평소 포크에 길들여진 탓에 젓가락질이 생각만큼 능숙하지는 않다. 그들이 젓가락으로 힘들게 집은 것은 바로 콩자반이다. 그렇게 힘겹게 집은 콩자반이 젓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때면 손에서 진땀이 난다. 그들은 주어진 시간 안에 접시에 담긴 10개의 콩자반을 다른 접시에 고스란히 옮겨야 한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해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이는 샘표의 채용 절차 가운데 젓가락 실기시험의 풍경이다.

샘표 요리 면접 전형에서 지원자들이 요리를 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샘표)
샘표 요리 면접 전형에서 지원자들이 요리를 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샘표)

국내 최초 젓가락 면접 실시

샘표는 2017년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성별, 나이, 출신 학교, 어학점수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실시했다. 채용절차는 서류전형, 인성·적성검사, 면접(실무진·임원·요리·젓가락 면접) 순으로 이뤄졌다. 특히 샘표는 이번 채용에 국내 최초로 ‘젓가락 면접’을 도입했다. 젓가락 면접은 지원자들이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모습을 관찰해 이를 평가하는 형태로 진행한다. 특히 젓가락을 올바르게 사용하는지 여부와 지원자의 태도를 중점적으로 관찰한다. 샘표는 면접 대상자들에게 올바른 젓가락 사용법 동영상을 미리 보내준다. 면접 대상자들을 상대로 젓가락 면접을 실시하기 위해서다.

젓가락 면접은 ‘접시에 담긴 콩자반 10여 개를 젓가락으로 집어 반대편 그릇에 옮기는 테스트’로 이뤄진다. 젓가락 사용 기술이나 속도보다는 시험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원자의 태도 여부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젓가락 문화에 대한 면접자의 상식과 생각도 평가 항목이다. 젓가락을 사용할 때 30개의 관절과 50개의 근육이 움직이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젓가락을 사용하면 뇌에 자극을 줘 두뇌와 사고력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샘표의 젓가락 면접 모습.(사진=샘표)
샘표의 젓가락 면접 모습.(사진=샘표)

결국 젓가락질 시험은 샘표라는 기업문화를 나타내고 있다. 젓가락 문화는 우리나라 기본 식사 예절로서 나눔과 배려의 정신이 배어 있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다. 샘표 인사담당자는 “샘표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계승하고 연구하는 회사”라면서 “사원들이 젓가락 문화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면접 과정으로 만들게 됐다”고 젓가락 면접전형을 치르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식품기업인 샘표는 화려한 스펙보다는 한국 식문화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식습관을 갖고 있는 인재를 높게 평가한다. 2000년부터 시작된 샘표의 요리 면접 역시 독특하다. 요리 면접은 4~5명이 한 팀을 이뤄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심사하는 방식이다. 요리 면접 평가의 핵심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느냐가 아니다.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콘셉트 기획부터 요리가 완성되는 전반적인 과정을 평가한다. 대면 면접으로는 잘 알 수 없는 개인의 인성이나 팀워크, 리더십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과정이다. 이러한 요리 면접은 “식품회사 임직원으로서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으며, 특히 우리의 맛을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직원들 스스로 한국 음식과 맛을 이해해야 한다”는 박진선 사장의 의견이 반영됐다.

사원의 스펙은 회사가 만든다

열린 채용을 실시하면서 샘표의 사내분위기도 화기애애해졌다. 샘표 인사 담당자는 “열린 채용을 통해 2점대의 낮은 학점을 가진 사원부터 30대 이상의 신입사원까지 다양한 인재들이 뽑히고 있다”면서 “열린 채용으로 들어온 사원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궂은일도 도맡아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사내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샘표는 신입사원에게 입사 후에도 역량 교육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바로 스펙은 지원자들이 쌓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사원의 잠재력을 이끌어주고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샘표가 선발한 올해 신입사원의 여성 비율은 75%에 달한다. 이는 지원자들이 지원서에 성별을 기재하지 않다 보니 성별에 대한 그 어떤 차별이 없기 때문이다. 열린 채용 문화는 사내 진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샘표는 승진 및 업무 배치에 있어서 남녀 차별이 거의 없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기업 관련 정보 제공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500대 기업 가운데 반기보고서 제출 대상인 348개 기업의 임원(비상근 포함) 1만 1720명 중 남자는 1만 1447명(97.7%)이었으며 여자는 273명(2.3%)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샘표의 이사급 이상 여성임원의 비율은 15%에 달한다. 이에 대해 샘표 측은 “차별 없는 열린 채용의 문화가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능력중심의 진급 문화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의 기조대로 열린 채용을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샘표 인사담당자는 “열린 채용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은 단순히 스펙을 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펙 외에 지원자의 어떤 면을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각 기업의 기업문화, 인재상, 특징, 가치, 직무 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에 맞는 지원자의 적합성을 평가할 수 있는 면접 방식을 개발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샘표 신입사원이 말하는 ‘블라인드 채용’

“입사한 후에도 차별 없애야”
한중일(영업부)

한중일 씨.
한중일 씨.

올해 32세인 늦깎이 신입사원이다. 어린 나이가 스펙인 요즘,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었다면 샘표에 입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형 과정에서 어학점수, 인턴, 학점 등의 천편일률적인 스펙은 큰 이점이 없었다. 특히 젓가락 면접을 치르면서 스스로 우리나라 식문화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식품기업인 샘표에 입사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겨났다.

스펙이 부족하거나 나이가 많아 고민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블라인드 채용은 분명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력서에 스펙을 적지 않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의 시작이라면 입사한 후에도 출신 학교, 전공 등으로 차별받지 않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성공적인 채용 절차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스펙에 가려진 인재 선발”
임민정(홍보부)

임민정 씨.
임민정 씨.

대학에서 수학과와 경제학을 복수전공했지만 졸업 후 기업 홍보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기업은 공개채용 요강에 관련 학과를 우대하고 있다. 그런데 샘표의 열린 채용 덕분에 홍보부서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열린 채용은 지원자가 원하는 직무를 전공에 구애받지 않고 지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사내 분위기 역시 매우 개방적이고 유연한 편이다. 전형 과정 자체가 스펙보다는 인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다 보니 동기들의 우정도 매우 끈끈하다. 스펙을 초월한 열린 채용이 오히려 스펙에 가려진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바람직한 채용 절차라는 생각이다. 공정한 사회, 차별받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이러한 열린 채용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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