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22일까지 2018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가 열린 대전 한밭체육관에는 ‘한반도기의 물결’이 흘렀다. 남북은 대회 기간 동안 ‘평화의 스매싱’으로 전세계를 감동시켰다. 폭염이 지속되는 날씨에도 시민응원단의 열띤 응원을 막을 순 없었다.

올해는 남북체육교류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해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과 ‘평창패럴림픽’으로 물꼬를 튼 남북체육교류는 4~5월 스웨덴에서 열린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남북단일팀 동메달 획득, 7월 평양 ‘남북통일농구’, 그리고 이번에는 대전에서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로 이어졌다.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 혼합복식에 출전한 한국 장우진-북한 차효심 조가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중국팀을 상대로 승리 후 부둥켜안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6일간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과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는 사상 최대인 27개국 235명(남자126명, 여자 109명)이 참가했다. 무엇보다 북한 선수단 참가가 결정되면서 남녀 남북단일팀은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 이후 27년 만에 감동을 재현했다. 남북 탁구단일팀이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탁구연맹(ITTF)이 주최하는 월드투어 대회 중 최상위 등급인 플래티넘급으로 격상된 이번 코리아오픈은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21세 이하(U-21) 남녀 단식 등 7개 종목으로 진행됐다. 남북단일팀은 남녀복식과 혼합복식 등 총 4개 팀에서 경기를 펼쳤고,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올려 평화분위기를 한층 고취시켰다.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혼합복식에서 4강에 진출한 남북 단일팀 한국 이상수-북한 박신혁이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넷째날 남자복식 8강전 중국과의 경기에서 공격을 펼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던 박신혁(북)과 이상수(남)가 남자 복식에서 동메달을 차지했고, 차효심(북)-장우진(남) 조가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추진-순잉샤 조를 3대1로 누르고 우승을 합작했다. 차효심-장우진 조 외에도 남자복식에서 이상수-박신혁(북) 조는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북 단일팀의 금메달은 대회 기간 동안 남북 단일팀의 하나됨과 열띤 응원이 만들어낸 기적이다. 대회 시작 전 갑작스럽게 구성된 것도 무색할 정도로 ‘남남북녀’의 호흡은 만리장성을 뛰어 넘었다.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 혼합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장우진-북한 차효심 조가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전 시상식에서 나란히 상패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장우진(남)은 ‘남남북녀’ 혼합복식 우승에 이어 대회 마지막 날인 22일 임성훈과 조를 이뤄 남자복식 그리고 남자 개인단식까지 모두 최강 중국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출전선수 중 가장 많은 경기를 뛰어 모두 승리했고, 상대도 세계 톱랭커들이었기 때문에 가히 완벽하다 말할 수 있었다. 

북한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단일팀 경기를 포함해 금메달 2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함유성(북) 선수가 U-21 남자단식에서 우승해 금메달을 땄고, 차효심-김남해 조가 여자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북한 매체들도 이번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우승한 소식을 일제히 보도해 기쁨을 함께 나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차효심-장우진 조의 혼합복식 우승 소식을 전하며 “남북 탁구선수들이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겨레의 희망을 안고 단일팀으로 출전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남북 단일팀 혼합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장우진-북한 차효심 조가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결승전을 펼칠 때 대전 통일응원단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형 한반도기와 함께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남북 단일팀은 올해 하반기 ITTF 투어 대회에서도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혼합복식 경기가 끝난 뒤 남측과 북측, ITTF가 3자회의를 진행했다”면서 “이번 대회가 한번의 쇼로 끝나면 안 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좋은 경기력을 갖춰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개최되는 스웨덴오픈에서는 남녀 복식 각 2개조가 단일팀을 구성하고 일주일 후에 열리는 오스트리아오픈에서는 이번 코리아오픈과 동일하게 남녀 복식 각 1개조와 혼합복식 2개조가 단일팀으로 출전한다. 또한 12월 오픈대회를 총 결산하는 그랜드파이널스에서도 단일팀이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열리는 그랜드파이널스 복식은 4개 오픈대회, 혼합복식은 2개 오픈대회를 출전해야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ITTF는 코리아오픈에 복식 단일팀으로 나섰던 여자 서효원-김송이 조와 남자 이상수-박신혁 조, 혼합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장우진-차효심 조가 그랜드파이널스 참가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남은 오픈대회 출전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혼합복식에 이어 남자복식과 남자단식까지 휩쓴 3관왕 장우진은 북한의 차효심과의 재회를 기대했다. 장우진은 “효심 누나와 다시 할 수 있다면 준비를 잘하겠다”며 “이미 우승을 했기 때문에 다음 목표도 우승”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남북은 다음달 18일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개회식과에서도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할 예정이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남북이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평화협정과 종전선언을 통해 국가 운명을 바꾸기 위한 일들이 2018년 시작됐다”며 “평창올림픽과 체육 교류에서 시작된 일들이 국운을 새롭게 일으키는 일이 되길 바란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