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함께하는 그 마음이 좋다. 아이를 위해? 아내를 위해? 아니, 나를 위해! 아빠들이 육아를 시작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대표 아빠 육아 모임 ‘100인의 아빠단’의 육아미션 수행기를 정책브리핑이 공유한다. 서툴지만 진심을 다하는 아빠들의 육아미션 수행기! ‘아빠 육아 미션임파서블’. (편집자 주)
안녕하세요! 8살 윤이와 6살 준이, 아들 둘을 기르고 있는 100인의 아빠단 7기 설민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놀이는 ‘아이만’ 재미있어 하는 놀이가 아닌, ‘부모도’ 재미있어 하는 놀이입니다. 대부분 부모는 ‘놀아주는’ 사람입니다.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고, 추임새도 넣고, 장단맞춰주는…. 그럴 때 부모는 오래 놀지 못하고 금방 지칩니다.
‘함께 노는’ 부모가 되어야 지치지 않고, 아이와 재미있게 오래 놀 수 있답니다. 아이는 ‘놀아주는’ 사람과 ‘함께 노는’ 사람을 바로 구분합니다. ‘놀아주는’ 부모와 놀다가도 ‘함께 노는’ 친구가 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죠(웃음).
제가 소개해 드릴 아이와 아빠 모두 함께 재미있게 노는 방법, 바로 ‘그림자놀이’ 입니다.
그림자 놀이를 준비하기 위해 테이블에 앉아서 포즈를 취하는 설민 씨의 두 아들 윤이 준이. |
준비단계(그리기, 오리기, 붙이기)
1.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준비합니다. 다양한 동물이 나온 그림책이 좋습니다.
2. 캐릭터를 골라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립니다. 아이가 직접 그리는 게 좋고, 그게 어려운 나이라면 아빠가 그려도 좋습니다.
각자 어떤 캐릭터를 고를지 상의 중입니다. 진지한 토론 모드의 두 아이들. |
아이가 그린 그림이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다면 아빠가 조금 손을 봐주셔도 좋겠죠. 그림을 잘 그릴 필요가 없습니다. 테두리 형태만 나오면 됩니다. 반신반의하시겠지만 막상 그림자로 보면 그럴듯해 보입니다.
준이가 곰을 따라 그리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
3. 테두리 선을 따라 오립니다. 아이가 직접 오리게 하는 게 좋고 그게 어려운 나이라면 아빠가 오려줘도 좋습니다. 그림은 아이가 그리고, 아빠가 오리면서 형태를 잡아주는 것도 좋아요.
4. 붙이기. 오려진 종이를 테이프로 나무젓가락에 붙여줍니다.
공룡과 학은 윤이 작품, 오른쪽 곰은(아빠의 보이지 않는 손이 마무리를 한) 준이 작품입니다. |
실행단계
1. 방 벽을 무대로 한편의 그림자 극을 시작합니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벽을 잘 비추도록 고정합니다. 아이들은 핸드폰 뒤에서 관객 모드. 아빠는 아까 만든 그림자 캐릭터를 등장시킵니다.
2. 놀이방법1(캐릭터 이름짓기). 막상 어떤 극을 진행할지 난감한 아빠들에게 가장 쉬운 스토리는 캐릭터 이름짓기입니다.
“안녕? 반가워~ 넌 이름이 뭐니?” (“윤이~”, “준이~”)
“그런데 난 이름이 없어~ 내 이름을 지어줄래?”
아이들은 이 공룡의 이름을 근육이라고 붙여줬습니다. 근육이는 설민씨가 만든 공룡 캐릭터. |
3. 놀이방법2(대화 나누기). 많은 부모님들은 평소 아이들에게 “오늘 어린이집 어땠어?”라고 물어봅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어떤가요? “좋았어요” 같은 단답형 대답이 아닌가요?
저는 그림자놀이를 하며 놀라운 점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묻는 질문에는 집중을 못하거나, 건성으로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림자 캐릭터와는 친구와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더라는 것입니다.
“안녕? 난 날쌘이야~ 너는 어린이집을 다니니? 난 어린이집을 안가봐서 어떤 곳인지 몰라~ 어린이집에서는 뭘 하는 거야? 친구들이랑은 뭘 하고 노는데?”
이런 질문을 던지면 아이들은 부모님께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자연스럽게 꺼내더라구요. 대화를 이끌어나가며 아이들의 생각을 알 수 있습니다.
윤이와 캐릭터로 대화를 나누는 중입니다. 윤이 입장에선 일종의 야자타임이죠. |
4. 한 편의 극 공연하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그림자 극으로 구연해보는 겁니다. 여기서부터는 난이도가 있습니다. 준비가 필요하죠.
예를 들면 ‘토끼와 거북이’를 구연한다면 미리 토끼 캐릭터와 거북이 캐릭터를 준비해야겠죠. 대사도 미리 생각하셔야 하구요. 최고 난이도로는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서 구연하는 것입니다.
평소 아이에게 심어주고 싶은 가치들을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담아 한 편의 그림자 연극을 꾸미는 것. 동심으로 돌아가 직접 동화작가가 되고, 연기자가 되는 겁니다. 멋지지 않나요?
설민 씨가 안방 화장실 앞 공간에서 전지로 무대를 만들어 한편의 극을 선보이고 있다. |
각자 그림자 놀이를 해보시면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가 해볼게요~”하고 뺏어들 겁니다. 아직 그림자의 원리를 모르는 아이들은 캐릭터 자체를 들고 역할극을 하기도 하지요.
빛에 가까울수록 그림자가 커지고, 멀수록 작아진다는 것. 그림자가 옅어지고 짙어진다는 것. 빛에 직선으로 그림자가 생긴다는 것. 여러 과학적 원리까지 체득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아이의 놀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보여주면 아이도 나름의 피드백을 하며 더 좋은 극을 선보일 수 있겠죠? 멋진 극작가의 꿈을 키울지도…. 너무 나갔나요?(웃음)
이제 아이들 시간입니다. 이리저리 조작해보며 스토리도 만들고 그림자의 원리도 익힙니다. |